박원갑고려대 외교학,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
박원갑
고려대 외교학,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

‘부동산 블루’ ‘패닉바잉’ ‘하우스디바이드’ ‘영끌’ ‘벼락거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시달렸던 2020년, 부동산은 또 다른 대형 화두였다. 각종 부동산 신조어들이 회자됐고 정책이 나올 때마다 부동산 뉴스가 각종 소셜미디어(SNS)를 도배했다. 그렇다면 올해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될까. 주요 핵심 이슈를 통해 집값을 전망해본다.


주택 시장 ‘상고하저’ 가능성

올해 주택 매매 가격이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2021년 전국 주택 가격이 2%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수도권은 1.5%, 서울은 1% 각각 오른다고 봤다. 수도권보다 비수도권, 지방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 셈이다. 우리금융연구소는 전국 주택 가격 상승률을 1.04%로 예상했고,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역시 소폭 상승을 전망했다. 올해 전국 집값이 내려갈 것이라고 본 기관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외에는 거의 없었다. 다만 ‘슈퍼불장(불같이 뜨거운 상승장)’이었던 지난해와는 달리, 주택 가격 상승세는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소비자들도 주택 가격의 상승세를 점치고 있다. 한국은행의 ‘2020년 12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12월 주택가격전망 CSI(소비자동향지수)는 11월보다 2포인트 오른 132를 기록했다. 조사 대상자 중 1년 뒤 주택 가격이 지금보다 더 높을 것으로 전망한 사람이 직전 달보다 더 늘었다는 뜻이다.

개인적으로는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전세난을 감안할 때, 매매가는 소폭 상승할 것으로 본다. 다만 가격 상승세는 하반기로 가면 갈수록 정체될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 주식 모두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발생한 유동성 공급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추세라면 하반기 ‘금리 정상화’ 의견이 나오며 주택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은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금리가 오르면 대출 이자 부담이 커져 투자 수요를 줄이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집값, 전세 시장에 물어봐

올해 주택 가격의 가장 큰 변수는 전세 시장이 꼽힌다. 전세가 흔들리면 매매도 흔들리기 쉽기 때문이다. 이사는 해야 하는데 전세 매물은 없고 가격만 껑충 뛰면 세입자들은 ‘차라리 집을 사는 게 낫겠다’ 싶어 매수에 나설 수 있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을 의미하는 ‘전세가율’이 높은 비강남, 즉 강북이나 수도권, 지방일수록 전세난 회피수요가 강할 수 있다. 2021년 집값은 ‘전세 시장에 물어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전세가는 어떻게 될까.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매물 구하기가 어려운 데다 전세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입주 물량도 크게 줄어 전세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올해 전국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26만5594가구로 지난해보다 26.5%(9만5726가구) 감소할 전망이다. 서울 입주 물량은 2만8931가구로 작년 4만9860가구 대비 41% 줄어든다. 이 때문에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전셋값이 전국적으로 5%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고,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역시 4%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전국 아파트 매매가가 전년 대비 소폭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사진은 1월 4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일대 아파트 단지. 사진 연합뉴스
올해 전국 아파트 매매가가 전년 대비 소폭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사진은 1월 4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일대 아파트 단지. 사진 연합뉴스

다주택자 매물, 쏟아지지는 않을 듯

또 다른 변수는 상반기 다주택자 양도세 회피 매물이 나올지 여부다. 6월 1일 이후,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 양도세율은 10%포인트 올라간다. 조정지역 내 3주택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집을 팔 때 최고 82.5%의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일각에서는 중과세를 피해 매물이 쏟아질 것이라는 극단적인 전망도 나온다.

물론 과거 사례를 감안할 때 다주택자의 절세 매물은 일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지금도 다주택자들의 양도세 부담은 임계점에 도달한 상황이다. 시장이 휘청거릴 정도로 매물이 많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증여나 매각을 통해 집을 정리한 다주택자가 많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전국 주택 증여 건수는 13만4642건에 달했다. 통계 작성 이후 연간 최대치는 2019년 11만847건이었는데, 지난해 1~11월 수치가 이보다 2만3795건 더 많다.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내놓을 매물이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이다.


중저가 전성시대, 더 간다

그렇다면 올해 주택 시장의 핵심 수요층은 누구일까. 고가 주택을 보유한 베이비부머나 X세대는 집을 추가로 매입하기 어려울 것이다. 규제지역에서는 집 한 채를 더 사면 내는 취득세만 8%에 달하기 때문이다. 결국 30대가 핵심세력이 돼서 이끄는 주택 시장의 패턴이 올해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중저가 아파트 수요가 이어진다는 얘기다.

서울 강남이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초고가 주택의 가격은 매도자와 매수자의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고원현상’이 지속될 것이다. 부산, 대구에서 국민주택 규모 아파트값이 최고 15억원 넘게 거래될 정도로 고공비행하면서 강남이 오히려 저렴해 보이는 심리적 착시현상이 생겨나고 ‘똘똘한 한 채’ 보유 트렌드까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대출이나 세금규제가 심해 강남은 과거처럼 시장을 이끌어가기는 힘들다.


올해 부동산 가격은 상고하저를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 사진 연합뉴스
올해 부동산 가격은 상고하저를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 사진 연합뉴스

지방 장기 소외지역, 반짝 순환매 가능성

올해는 지방 장기 소외지역이 주목을 받을 것이다. 서울이나 수도권보다 지방에 중저가 아파트들이 몰려 있다. 기준시가 1억원 이하는 취득세 중과대상이 되지 않는 점, 대출이나 세금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점을 감안할 때 지방에 수요가 몰릴 수 있다. 그간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덜했던 지방 아파트를 중심으로 순환매 장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방은 내년 이후에도 계속 오른다고 장담할 수 없다. 지역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데다 인구 감소 등을 감안하면 장기상승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2021년을 맞는 수요자의 자세

2020년 하반기부터 집값이 급등한 것은 전세난뿐 아니라 저금리와 유동성 세례의 영향이 크다. 우리나라도 2월이면 백신을 맞을 것이다. 유동성 장세도 생각보다 빨리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조심조심 접근하는 것이 좋다. 미래 시장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언제든지 유동성 장세가 끝나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

급등지역 추격 매수는 금물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리저리 둘러봐도 오르지 않은 곳이 없다. 이럴 경우 전세난의 영향을 받는 중저가 주택 매입을 신중히 검토해도 될 것이다. 재건축이나 초고가 주택은 전세가 비율이 낮아 전세난 영향을 받기 어렵다. 규제도 심해 변동성이 클 수 있으므로 보수적 판단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