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 이산화탄소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Carbon Neutral)’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다. 지구 온도가 상승할수록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질병과 폭염, 한파 등 자연재해가 심각해질 수 있어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와서다.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탄소중립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을 세우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19년 “2050년까지 유럽을 세계 최초의 탄소중립 대륙으로 만들겠다”라고 선언하고, 그린딜 정책을 선보였다. 그간 탄소 배출 감축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일본과 우리나라도 지난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 중국도 지난해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선언했다. 이를 위해 친환경 자동차, 재생에너지, 도시재생 및 스마트시티 등에 투자할 전망이다. 온실가스 배출 2위국인 미국도 점차 변화를 보일 조짐이다. 저탄소·친환경 공약을 내세운 민주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①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겠다”고 선언했다. 2035년까지 그린뉴딜 분야에 연방 예산 1조7000억달러(약 1850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탄소중립은 또 다른 경제적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기후변화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26조달러(약 2경83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프린스턴대는 “2020년부터 2029년까지 미국에서만 약 50만~100만 개의 에너지 관련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왼쪽부터 앤드루 셩(Andrew Sheng) 유엔환경계획(UNEP) 자문위원회 회원, 전 홍콩 증권선물위원장샤오 겅(Xiao Geng) 홍콩 국제금융연구소 소장, 북경대 HSBC 경영대학원 교수
왼쪽부터
앤드루 셩(Andrew Sheng) 유엔환경계획(UNEP) 자문위원회 회원, 전 홍콩 증권선물위원장
샤오 겅(Xiao Geng) 홍콩 국제금융연구소 소장, 북경대 HSBC 경영대학원 교수

미국이 기후변화 대응책으로 분주한 가운데 중국 또한 탄소 감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중 기후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과연 두 국가 중 누가 먼저 ‘탄소중립’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을까.

미국 대통령 당선인 조 바이든은 기후행동을 위한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취임 첫날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겠다고 선언했고, 주요 정책으로 탄소 배출량 감축과 청정에너지 일자리 창출을 내세웠다. 미국은 ‘2050년 탄소중립’도 선언했다. 바이든은 백악관에 기후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후정책실을 신설하고, 기후 특사로 2015년 파리기후협약을 이끌었던 존 케리 전 미 국무장관을 선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한 상황이다. 시 주석은 2020년 12월 12일에 열린 유엔 기후목표 정상회의(Climate Ambition Summit)에서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65% 이상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앞서 제시한 목표(60~65% 감축)보다 강화된 셈이다.

두 나라는 목표 지점이 탄소중립으로 같지만, 다른 경로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산림복구 경험이 많아 식림(植林) 등 자연적인 탄소 제거 작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유엔 기후목표정상회의에서 “산림을 2005년 대비 60억㎥ 더 조성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지금까지는 미국보다는 중국의 로드맵이 더 구체적이다. 시 주석은 ②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 전략 등 경제 개발 청사진에도 기후 목표를 포함시켰다. 중국 에너지 재단은 탄소중립 공약을 이행하고 경제 성장과 발전에 대한 정부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웠던 기후 정책을 아예 뒤집고 백지에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행동을 하는 데 실패했을 뿐 아니라, 각종 환경 규제를 철회해 기후 변화 대응책을 없애버렸다.

더욱이 미국은 ‘연방제’와 ‘민주주의’ 체제 때문에 중국보다 탄소 제로 정책 추진이 더딜 수 있다. 강력한 연방 리더십과 상당한 자금 지원이 필요하고, 주·지방정부의 협력, 민간 부문 참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또 기후행동에 반대하거나, 정치 이념적 이유로 친환경 정책을 망설이는 공화당원들의 저항까지 극복해야 한다. 기존 기득권층의 법적 대응 가능성도 있다.

이에 반해 중국은 중앙집권적 통치체제 덕분에 미국보다 정책 추진이 어렵지 않다. 과감한 개혁과 포괄적인 장기 계획 수립도 가능하다. 물론 중국의 경제 정책 결정 과정이 무조건적인 ‘하향식’은 아닌 데다 현장의 목소리도 듣지만, 미국보다는 정책 추진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늘어나고 있는 중국 중산층이 국내총생산(GDP) 증가보다 더 나은 환경을 원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미국과 중국이 탄소중립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사진은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부통령 시절인 2015년 9월 24일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맞이하는 모습. 사진 AP연합
미국과 중국이 탄소중립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사진은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부통령 시절인 2015년 9월 24일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맞이하는 모습. 사진 AP연합

“美·中 건설적 경쟁해야”

다만 중국은 청정에너지, 운송 시스템, 토지 이용, 경제활동의 범위와 비용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이때 미국과의 ‘건설적인 경쟁’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은 ③ 헨리 폴슨 전 미 재무장관이 주장하듯 경쟁력 있는 분야에서 중국에 호혜주의(reciprocity)를 베풀어야 한다. 모든 분야에서 호혜주의를 베풀라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분야에서 도움을 주고 청정에너지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면 양측 모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한두 나라의 발전이 지구상의 모든 사람을 더 잘 살게 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세계에서 탄소 배출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인 중국과 미국이 탄소중립을 달성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치열한 경주보다 건설적인 경쟁을 택한다면 두 국가 모두 더 빨리 결승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Tip

2015년 12월 12일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본회의에서 195개 당사국이 채택한 협정이다. 2020년부터 적용된 파리기후협약은 참여하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모두에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탈퇴를 선언했으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1월 20일 취임 즉시 재가입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2015년 중국제조(中國製造) 2025 산업 정책을 출범시켰다. 2025년까지 10년간 신에너지 자동차, 로봇 등 10개 첨단기술 제조 분야에서도 중국이 선진 대열에 서겠다는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보조금 투입, 해외 기업 인수 등을 통해 중국제조 2025 계획을 대대적으로 추진했다. 중국제조 2025 전략은 3단계로 구성돼 있다. 1단계(2015~2025년)로 글로벌 제조 강국 대열에 합류하고, 2단계(2026~2035년)는 세계 제조 강국 중 중간 수준까지 오르는 것이다. 3단계(2036~2045년)는 건국 100주년에 맞춰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1등 국가가 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제조 2025 전략이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을 촉발시켰다는 분석도 있다. 

세계 1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최고경영자(1999~2006년)에 이어 미국 재무장관(2006~2009년)까지 지낸 경제 전문가다. 자타 공인 미국 내 최고 중국통이다. 골드만삭스 재직 시절, 중국 정부와 협력해 국유 회사의 기업공개(IPO) 등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장쩌민·후진타오·시진핑 등 역대 주석과 안면을 텄고 주룽지 전 총리, 훗날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되는 왕치산·저우융캉 등과 일했다. 재무장관 시절에는 미·중 전략경제 대화를 통해 미·중 간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끌었다. 폴슨은 체제와 이념은 테이블 옆으로 치우고 ‘공동의 전략적 이해관계’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