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방역 모범국으로 다른 나라의 부러움을 사 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K방역이 글로벌 표준이 됐고 국가 브랜드를 높였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3차 감염 파고가 덮치고 있다. 1월 2일 현재 이스라엘 국민의 12.5%가 백신을 접종했고 미국인도 약 500만 명이 백신 접종을 한 와중에 대한민국은 언제 접종이 가능할지 알 수 없어, 방역 성공 신화는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있다. 성공한 나라들에 비해 적어도 2분기 이상 늦게 바이러스 공포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전후 경제 성장률 격차를 기준으로 2분기 팬데믹 추가 지속 시 경제적 손실은 약 34조원에 이른다. 여기에 교육 부실, 양극화와 빈곤 계층 확대, 정부 재정 적자 확대 등에서 오는 중장기적인 비용과 사회적·심리적 비용을 고려하면 그 비용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K방역을 자랑하던 정부는 왜 백신 조기 확보에 실패했을까? 우리는 산발적으로 전해지는 정부의 해명을 통해 리더십 실패의 전형을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리더가 전략 목표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인식하고 조직에 전달하지 못했다. 팬데믹에 대응하는 전략적 목표는 방역으로 감염을 최소화하고 궁극적으로는 이를 벗어나는 것이다. 방역이 백신 개발 이전까지의 목표에 집중한 것이라면 백신은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이다. 그런데 정부는 앞의 목표에 매달린 와중에 더 궁극적인 상위 목표 관리에 실패했다.

두 번째는 실행 중심 리더십 실종 문제다. 백신 확보 실패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백신을 조기에 확보하라고 몇 번을 말했냐며 아랫사람들 탓으로 돌리는 변명을 언론에 흘렸다.

전략 경영 실천서의 베스트셀러 ‘실행에 집중하라(저자 래리 보시디·램 차란)’는 실행 없는 전략의 비극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전략 경영에서 전략은 1%이고 실행이 99%라는 리더십의 핵심이 무시된 것이다.

리더는 실행해야 하는 구성원들이 문제가 되기 전에 책임을 엄중히 물어서 실천을 담보하는 사람이다. 문제가 발생하고 나서야 아랫사람을 탓하는 것은 실패하는 리더의 전형이다.

세 번째는 조직에 재량권을 주는 등 책임 경영을 구현하지 못했다. 백신의 조기 확보 불필요성을 해명한 보건복지부 장관은 과거 백신 과잉 탓에 정치적 질책을 받은 사례를 언급했다.


1월 5일 오후 서울 반포동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앞에 마련된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1월 5일 오후 서울 반포동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앞에 마련된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백신 개발은 그 성공 여부와 생산 및 공급 일정을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는 불확실성이 큰 고위험 프로젝트다. 그런 불확실성 때문에 다른 나라는 필요량보다 훨씬 많은 양을 주문하고, 백신 개발 및 생산 실패의 경제적 책임을 제약 회사가 아닌 구매자가 지는 계약을 하면서까지 조기 확보에 매달렸다. 불확실성에 대한 고려 없이 결과적 책임을 물으면 관료들은 일하기 어렵다. 이는 조직원들에게 재량권과 권한 위임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 나타나는 병적인 현상이다.

네 번째는 실행 불가능한 대안과 목표에 대한 집착이다. 대통령은 K방역을 K의료 산업 발전의 전환점으로 삼고 싶은 목표를 내세우며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정부가 지원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 과제이지 현 팬데믹에 대한 실행 가능한 대응 방안이 아니다. 이번 백신 개발은 DNA 기술을 활용하거나 벡터바이러스를 통한 새로운 기법으로, 적어도 10~20년의 연구·개발 축적을 통해 가능했다. 한국 제약 회사들은 이러한 새로운 백신 개발의 경험도 생산 시설도 부족하다. 우리 국민은 정부의 백신 조기 확보 실패로부터 거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를 것이다. 그러나 경영자들에게는 실행 중심의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반면교사이기도 하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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