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

2020년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점철된 한 해였다. 코로나19는 ‘BC(Before Covid-19·코로나19 이전)’와 ‘AD(After Disease·질병 이후)’로 비유될 만큼 커다란 변화를 몰고 왔다. 2021년 새해 벽두부터 코로나19 사태에 못지않은 큰 일정이 예정돼 있다. 지난 4년 동안 자국 우선주의를 주장하며 세계 경제의 틀을 뒤흔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 20일(현지시각) 물러나고 조 바이든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한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올해 백신의 본격적인 보급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출발 가능성이 엿보인다. 지난해 세계 경제는 휘청거렸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추정치는 -4.4%다. 올해는 반등이 예상되지만, 구체적인 전망치는 기관에 따라 엇갈린다. 경제 개발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필자는 올해 긍정적인 상황을 기대해 봐도 좋다며 다섯 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제프리 삭스(Jeffrey D. Sachs)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현 컬럼비아대 지속가능개발센터 디렉터
제프리 삭스(Jeffrey D. Sachs)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현 컬럼비아대 지속가능개발센터 디렉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글로벌 경제 질서의 전환, 기후 관련 재해, 만연한 사회적 불안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규모 부정선거라며 내놓은 ① 거짓 의혹들과 트럼프 지지자들의 계엄령 요구로 2020년은 ‘참혹한 해’가 됐다. 암울한 소식이 많았지만, 일각에서는 낙관적인 2021년을 기대하게 하는 근거가 제시되기도 했다. 올해는 지속할 수 있는 개발, 평화 그리고 글로벌 협력을 위한 새로운 시대의 토대가 마련될 것이다.

낙관론을 제시하는 첫 번째 이유는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한 국가의 성공 사례다. 호주·중국·한국·라오스·뉴질랜드 그리고 베트남처럼 정치·문화적 상황이 다양한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은 팬데믹을 막기 위해 효과적인 공중 보건 전략을 세웠다. 미국과 유럽이 코로나19에 대응한 그릇된 방식이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한 가운데, 아시아·태평양 국가의 방역 성공은 좋은 통치, 국민의 책임감, 그리고 증거 기반 정책의 결합이 중대하고 긴급한 위기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미증유(未曾有)의 사태도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타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인류가 알게 됐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두 번째 이유는 새로 개발되고 있는 백신이다. 백신은 생명을 구하는 중요한 수단이자 바이러스를 막을 방법일 뿐만 아니라, 짧은 시간 안에 기술적 혁신을 가져오는 현대 과학의 힘을 상징하기도 한다. 급속한 백신 개발은 민관 노력 차원에서 이뤄지는 연구개발(R&D)을 목표로 하는 ‘임무(미션) 접근’의 모범 사례가 됐다. 신재생 에너지, 지속 가능한 농업 그리고 생물 다양성의 보존과 같은 문제를 다룰 때도 동일한 ‘임무 접근’ 방식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이유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패배다. 과거와 현재의 많은 선동가처럼 트럼프는 폭스뉴스 등의 매체를 동원한 대중 선전의 뒷받침으로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어리석음, 혐오 그리고 거짓말로 얼룩진 트럼프의 임기 동안 대중은 트럼프의 중상모략을 간파하고 미국의 새로운 출발을 가능하게 한 올바른 선택을 했다. 트럼프의 거짓말은 지난해 미국 내 코로나19에 따른 33만 명 죽음의 원인이 됐다. 미국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약 4%에 불과하지만, 사망자는 전 세계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했다.

코로나19에 대한 트럼프의 처참한 대처는 결국 선거 패배로 이어졌다. 그러나 트럼프는 유권자 사기극이라는 망상적인 주장을 하면서 권력을 유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다행히 대중은 물론 각 주지사, 주 의회, 법원 그리고 군부를 포함한 미국의 공공 기관 관계자들은 보다 이성적인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곧 취임할 수 있도록 트럼프의 권위주의적인 행동에 ② 저항했다.

네 번째 이유는 국제연합(UN)의 활약이다. 75년 전, UN은 미래 전쟁 대비를 위한 방어벽으로써 미국의 가장 위대한 대통령인 프랭클린 루스벨트에 의해 고안됐다. UN은 평화, 인권 그리고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다자주의의 세 가지 기둥을 방어하고 있다. UN은 2020년 트럼프 행정부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성과를 보였다. 현재 UN 기구들은 굉장한 실력과 높은 청렴도를 가진 남녀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는 UN 창설 이래 가장 힘들었던 1년간 뛰어난 실력과 비전으로 조직을 이끌었다. 올해 UN은 지속 가능 개발에 대한 세계적인 협력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기후 문제와 식품 시스템 등의 주제를 다룰 중요한 다자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마지막 이유는 팬데믹 대응의 주역인 디지털 혁명의 가속화다. 오프라인 활동이 위축된 세계 경제는 활성화한 온라인 덕에 계속 기능할 수 있었다. 팬데믹 선언 이후 몇 주 내 기업·학교·금융·정부 등은 앞서 상상할 수 없던 속도와 깊이로 온라인 인프라를 구축했다. 디지털 기술은 정보 제공, 감염 패턴 모니터링 그리고 다중 보건 서비스를 제공하며 감염병 퇴치에도 크게 일조했다.

물론 디지털 세계가 순수한 파라다이스와 같은 존재는 아니었다. 안타깝게도 세계의 절반은 여전히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한다. 이에 따라 일·학교·사회생활·상업 그리고 오락의 온라인 플랫폼 전환은 ③ 디지털 격차를 더욱 크게 벌렸다. 더 나아가 디지털 기술은 대규모 해킹, 가짜 뉴스, 사이버 전쟁 그리고 정부와 민간의 부당한 감시와 같은 새로운 사회악을 만들어냈다.

우리는 최첨단의 기술과 과학적 지식이 세계의 긴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낙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탐욕과 증오로 얼룩진 세력이 새로운 기술을 가로채는 것을 막기 위해 경계해야 한다.


1월 20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제46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다. 사진 AP연합
1월 20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제46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다. 사진 AP연합

분열과 상처 딛고 일어서는 한 해 돼야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정치와 윤리가 함께 가야 한다고 믿었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걸작 중 두 편인 ‘니코마코스 윤리학’과 ‘정치학’을 동반 연구로 썼는데, 전자는 인간의 행복에 대한 지침이고, 후자는 어떻게 정치가 도시국가에서 행복을 증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침이다.

또 현시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④ ‘라우다토 시(Laudato si)’를 선보이며 윤리가 어떻게 세계 환경 지속성과 평화 달성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알렸다. 이는 우리가 어떻게 가족, 지역사회 그리고 국가를 넘어 세계에 대화와 신뢰를 쌓을 수 있는지에 대한 심오한 설명을 제공한다.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낙관적인 생각으로 2021년을 맞이하면 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보건 행정의 성공과 미국·유럽·러시아 그리고 중국에서 개발된 새로운 백신을 전 세계가 누릴 수 있도록 확장해야 한다. 세계 협력을 저해한 증오의 감정은 제쳐두고, 세계를 위협하는 불평등과 빈곤 그리고 환경 파괴를 극복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 평화와 인권 그리고 지속 가능한 개발에 토대를 둔 미래를 건설하는 UN에 대한 지원도 배가해야 한다. 무엇보다 상처와 분열로 인한 좌절을 딛고 다시 일어서야 함은 물론이다.


Ti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여론 조사를 통해 많은 대선 격전지에서 조 바이든의 우세가 과장되게 보도됐던 점에 대한 불만을 표했으며, 이후 우편투표 개표와 관련해서도 그것이 펜실베이니아주와 조지아주에서 자신이 앞서는 상황을 갉아먹고 있다고 표현하는 등 미국 선거 제도의 신뢰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결국 선거에서 광범위한 불법 투표가 이뤄졌다는 증거는 없었다.

1월 20일(이하 현지시각) 퇴임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소추안이 1월 13일 가결됐다. 이번 탄핵은 1월 6일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연방의회 의사당에 난입해 폭력 사태를 일으킨 것에서 시작됐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을 통해 이들을 부추겼다며 ‘내란 선동 혐의’를 적용해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탄핵 심판대에 올라 2019년 12월 하원에서 가결됐지만, 2020년 2월 상원에서 기각된 적이 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에서 당시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였던 조 바이든에 대한 조사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을 말한다.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 회장은 지난해 ‘거대한 재설정’이라는 제목의 어젠다를 제시했다. 그는 “코로나19는 불평등 심화라는 부작용을 가져왔다”면서 “교육 접근성이 떨어지는 학생이나 비숙련 노동자, 디지털화하지 못한 회사와 정부는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교육에 막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라며 “그뿐만 아니라 데이터 소유권, 지식재산권 등에 대한 새로운 규율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했다.

‘라우다토 시(Laudato si)’는 이탈리아어로 ‘찬미 받으소서’라는 의미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5년 6월 18일 기후 변화와 생태계 파괴를 미리 막자는 뜻으로 발표한 회칙이다. 회칙은 교황이 전 세계 가톨릭 신자와 주교들에게 전하는 최고 권위의 사목 교서다. 총 181쪽, 6장 246항 분량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후 변화가 강제 이주 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다. 세상의 가난한 자들은 기후 변화에 책임이 거의 없지만 기후 변화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며 “가난한 사람과 지구의 울음소리에 동시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제프리 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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