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여진 연세대 경영학, 전 신영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엄여진
연세대 경영학, 전 신영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지난해 수많은 주린이(주식과 어린이의 합성어·주식 초보 투자자)를 증시로 끌어들인 주식 투자 열기가 2021년에도 이어지고 있다. 자산 증식을 향한 자본주의 사회 구성원의 열망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젊고 혈기 왕성한 주린이의 관심사는 정보기술(IT), 제약·바이오 등 성장 잠재력이 큰 분야에 집중된다. 기업 투자가 몰리는 영역에 돈 벌 기회가 있기 마련이니 주린이의 선택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다만 유망 업종 중에도 폭탄은 있기 마련이다. 그럴듯한 포장지로 실체를 감춘 주식 사이에서 옥석을 골라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제약·바이오 업종 투자는 특히 어렵다. 아주 낮은 확률에 베팅해야 하는 경우가 많을뿐더러 신약 개발과 같은 좁은 문을 통과하더라도 주가는 별개로 움직일 수 있어서다.

제약·바이오 투자자는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까. ‘꿈을 먹고 사는’ 이 섹터에 뛰어든 주린이에게 작은 도움을 주고자 증권사 제약·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 출신인 필자가 3회에 걸쳐 글을 준비했다. 이번 입문편에서는 제약·바이오 산업을 이해하는 방법에 관해 기술하겠다. 추후 심화편과 실전편에서는 바이오 종목 선별법과 주가 전망 팁 등을 다루겠다.


1│꿈에 투자, 분석 어려움

우선 제약·바이오 투자가 왜 어려운지를 좀 더 상세히 알아보자. 가장 큰 이유는 분석의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일반 제조기업과 달리 제약·바이오 기업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발생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시가 총액이 수조원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높은 성장성이 선반영된 밸류에이션(가치)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데, 정작 해당 기업의 핵심 역량은 재무제표에 드러나지 않는 일이 잦다는 말이다.

또 대형 호재인 기술 수출은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한 다음 갑작스레 공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몇 년 전 일부 제약·바이오 기업의 대규모 기술 수출 정보가 미리 유출되면서 보건 당국이 강력하게 징계한 바 있다. 이런 잡음은 동종 업계 기업들이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투자자로서는 돈이 될 만한 비밀 정보를 얻는 일이 훨씬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증권사·자산운용사 등 금융 투자 업계 종사자라면 지인으로부터 ‘주가가 오를 만한 바이오 기업의 비공개 정보를 알려달라’는 요청을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그 종사자로부터 비밀 정보를 실제로 취득해 이득 본 투자자는 없을 것이다.


2│플레이어를 인지하자

제약·바이오 투자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출발점은 이 산업을 잘 이해하는 것이다. 이 산업을 잘 이해하는 첫 번째 방법은 각각의 플레이어를 명확히 인지하는 것이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흔히 생태계에 비유될 만큼 시장 내 모든 플레이어가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한다. 치료제나 치료 기술의 개발에서부터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정부 기관과 기업이 긴밀하게 협업한다. 투자자는 바이오 기업과 국내외 제약사, 연구소, CRO(위탁임상)·CDO(위탁개발)·CMO(위탁생산) 업체, 대학, 병원, 정부 등이 각각 어느 단계에서 어떤 형태로 기능을 발휘해 환자의 미충족 수요(unmet needs) 달성에 기여하는지를 구분해낼 수 있어야 한다.

신약 개발 과정은 날로 세분화·전문화하는 추세다. 연구 단계별, 질환별, 기술별 플레이어 수가 점점 많아지고, 상호작용은 복잡해지고 있다. 이 연결고리를 면밀히 그리고 꾸준히 살피는 투자자만이 세계 최정상급 연구개발(R&D) 역량을 가진 대형 제약사가 신생 바이오 기업에 몇 조원씩 쏟아붓는 장면을 빨리 포착할 수 있다.


제약·바이오 기업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발생하지 않음에도 시가 총액이 수조원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제약·바이오 기업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발생하지 않음에도 시가 총액이 수조원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3│P와 Q를 꼭 보자

가격(P)과 수량(Q)의 관점에서 제약·바이오 산업을 보는 훈련도 필요하다.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P는 약가다. 약가는 의료보험 수가에서 결정된다. 즉 이 산업은 수가를 정하는 정부 정책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투자하려는 제약사가 속한 국가의 보건 정책 기조를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조언은 빈말이 아니다. Q는 환자 수다. 여기서 가장 기본적인 자료는 인구 데이터다. 질환별·연령별 인구 데이터는 각국 통계청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신약 파이프라인의 시장성을 판단하는 데 도움을 준다.

P와 Q를 보는 투자자는 제약·바이오 업종 내에서도 신약 개발 분야의 인기가 왜 가장 높은지를 알 수 있다. 고령화와 만성질환자 증가 추세는 전 세계 많은 국가의 건강보험 재정 부담 가중으로 이어졌다. 지출을 줄여야 하는 정부는 제약사들을 상대로 약가 인하 압박을 가했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2000년 이후 한국 정부가 약가 인하 정책을 여러 번 시행한 이유다. 매출에 직격탄을 맞은 국내 제약사들은 리베이트 영업 구조에서 벗어나 신약 개발로 체질 개선에 나서기 시작했다. P의 압박과 Q의 증가는 현재진행형이다. 신약 개발 열풍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증거다.


4│풍문에 휘둘리지 말자

끝으로 제약·바이오 투자자는 근거 없는 풍문을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 이 섹터는 특히나 루머가 많은 동네다. ‘OO기업이 조만간 기술 수출을 한다더라’ ‘OO사의 임상시험 결과가 조만간 승인된다더라’와 같은 소문이 대표적이다.

이런 풍문에 휩쓸리지 말자. 밸류체인을 정확히 이해하면서 P와 Q를 기반으로 미래 수익을 가치 평가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어떻게 측정할지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간혹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다는 이유로 의학·약학 전문용어 공부에 치중하는 투자자를 본다. 하지만 이는 투자에 되레 방해가 될 수 있다. 어려운 전문용어 공부는 투자 스킬보다는 중도 포기 욕구를 키울 가능성이 더 크다.

엄여진 쿼드자산운용 PEF운용본부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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