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대중(大衆)은 국가의 보호를 갈망했다. 이럴 때마다 진보적 권력과 정치 세력들은 시장의 자유를 강화하는 대신, 반자유·반시장 이념 강화와 국가 권력 확대를 꾀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막심한 경제적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 특히 이른바 ‘줌(Zoom) 경제’ 현상으로 불리는 경제적 피해가 산업과 계층별로 판이하게 나타나면서 소득 격차 확대에 대한 우려가 크다. 줌 경제란 원격으로 일할 수 있는 전문직들은 소득이 줄지 않거나 오히려 느는 반면, 저임금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심각한 소득 타격을 받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 미국 컨설팅 회사 ‘모닝 컨설트(Morning Consult)’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대학원 이상의 학력을 가진 연봉 10만달러(약 1억1000만원) 이상의 고소득자들은 2019년에 비해 소득이 늘어난 반면, 저학력·저임금 근로자 소득은 크게 줄었다. 산업별로도 디지털 기술, 바이오 산업 등은 호황이지만, 반대로 내수 서비스, 여행과 숙박 업계는 혹한기를 보내고 있다.

경제가 출렁이면 언제나 그런 것처럼 경제의 약한 고리가 먼저 끊어지고, 경제적 약자들이 더 큰 피해를 보는데 이번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각국 정부는 어떤 형태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나라 정부들이 하지 않는 해괴한 해결 방안이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여권과 정부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이른바 ‘코로나19 이익 공유제’다. 이 주장은 인기 영합 정책들이 언제나 그러하듯 선의로 포장돼 있다. 골자는 어려운 처지의 국민과 기업들을 위해 코로나19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기업들의 이익 공유를 강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이미 이익 공유제를 시행하고 있다. 일례로 법인세는 기업 이익의 일부를 정부가 가져가서 복지와 재정 지출을 통해 공공의 선을 위해 사용하는 세금이다. 이번 정부는 전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해 집권하자마자 과표 2000억원 초과 기업에 대해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3%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코로나19 이익 공유제는 그 용어만 다를 뿐이지 사실상 법인세에 해당한다.

문제는 법인세를 높이는 것은 장기적으로 경제에 큰 해악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경제성장을 위한 조세 개혁 정책’이라는 보고서에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기업의 수입에 영향이 큰 세금을 줄이고 영향이 작은 세금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는 법인과 개인의 소득세 비중을 낮추라는 뜻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미 동반성장, 상생 등 다른 나라에는 없는 사회적 압력으로 대기업들은 하청기업을 위한 기금은 물론 각종 지원정책에 자원을 쓰고 있다.


글로벌 자본이 외면하는 이익의 사회화

코로나19는 일시적 역병이다. 역병으로 사업이 잘되니 돈을 내라면 앞으로 어떤 이유로든 기업(주주)의 돈을 마구 빼앗겠다는 의미로 이어질 수 있다. 태풍 피해가 크게 나도 그 덕을 보는 산업이 생기게 되고, 구제역이 발생하면 소 축산 농가는 힘들어지지만, 반대로 돼지나 닭고기 수요는 늘어난다. 이런 충격이 있을 때마다 이익 공유제를 하겠다는 것인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K방역 성공으로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가 오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한국의 주가가 저평가되는 이유 중 하나는 기업들의 낮은 배당률이다. ‘이익의 사회화’는 문 대통령의 희망과 상충하는 제도로 글로벌 자본이 한국을 외면하게 만든다.

또 다른 문제는 이것이 문 정부가 내세우는 정의와 합치하느냐는 점이다. 문 정부는 이전 정부에서 벌어진 ‘정권(대통령)이 대기업에 요구한 사회적 기여’에 대해 권력 남용과 배임으로 처벌했다. 기업의 이익에 대해 이전 정권이 사회적 기여를 요구하면 권력 남용이고 자신들이 하면 정의인가?

사유재산을 존중하지 않는 나라는 지속할 수 없다는 사실은 인류의 역사가 주는 교훈이다. 문 정부는 역사의 바른편에서 또다시 이탈하고 있다. 다가오는 서울, 부산 보선 선거가 진짜 이유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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