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욱 서울대 법대, 사법시험 38회, 사법연수원 28기, 미국 코넬대 로스쿨, 현 법무법인 율촌 노동팀장, 현 노동법이론실무학회 부회장, 현 고용노동부 자문변호사
조상욱
서울대 법대, 사법시험 38회, 사법연수원 28기, 미국 코넬대 로스쿨, 현 법무법인 율촌 노동팀장, 현 노동법이론실무학회 부회장, 현 고용노동부 자문변호사

기업 인사담당자는 비위행위 직원을 징계하면서 조사 면담, 대기발령, 징계위원회 개최, 징계 통보, 사내 공표 등 관련 절차를 담당하게 된다. 절차 전반에서 향후 내려질 징계 조치를 두고 조사 대상자, 고발자, 기업의 입장이 예리하게 대립하므로 분쟁이 자주 발생한다. 특히 징계 절차 중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은 최근 더욱 커지고 있다.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논란 확산으로 드러난 직장 내 성희롱 문제에 이어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도입됐기 때문이다.

조사 대상자의 개인정보 보호와 절차적 권리 보장에 대한 인식도 제고됐다. 징계 절차상 불만을 품은 직원이 언론, 노동조합, 소셜미디어(SNS), 블라인드 등 기업을 상대로 문제를 제기할 통로가 다양화돼 예방과 대응은 더욱더 까다로워지고 있다.

징계 절차 중 조사 면담 과정에 관해, 로펌 현장에서 필자에게 자문 요청이 가장 많았던 녹취와 대기발령을 골라 실행과정에서의 유의사항을 소개한다.


녹취는 과연 적절한가

녹취의 적절성은 징계 절차와 관련해서 문의가 가장 많은 주제다. 상대방의 동의 없는 녹취라 해도 불법감청으로서 통신비밀보호법상 형사 처벌되지 않는다는 점은 이제 사회적 상식이 돼 일방적 녹취 실행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조사 대상자가 많다. 그 결과, 징계와 관련된 분쟁에는 거의 예외 없이 녹취록이 증거로 제출될 정도로 녹취는 일상적이다.

그런데 조사 대상자의 면담 녹취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조사 대상자는 녹취를 실행하기로 한 선행 심리상태의 연장에서, 즉 허심탄회하게 본인 잘못을 인정하기 어려운 마음가짐으로 조사에 임해 과도하게 방어적 진술로 일관할 염려가 있다.

아울러 인사담당자도 핵심을 찌르는 과감한 질문을 할 수 없다. 조사 과정상 녹취로 생생하게 재현되는 진술에 대해 항의하거나 심지어 고소하는 경우까지 있으므로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녹취는 파일 전달 형태로 쉽게 전파돼 향후 조사 대상이 되는 제삼자에게 인사담당자의 조사 전략이 노출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인사담당자가 녹취를 언제나 아무런 제한 없이 허용하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

물론 녹취 허용 여부 및 방법은 조사 대상 사안의 성격, 조사 대상자 태도 등 고려할 점이 많아 ‘만능키’ 같은 정답은 없다. 항상 개별 사안에 맞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이를 전제로 말한다면, 일반적으로 △조사 대상자에게 조사상 비밀유지의 필요성을 이유로 녹취를 금지하면서 이러한 금지를 위반하는 경우 불이익 내지 인사 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인사담당자는 녹취 사실을 고지하고 조사 대상자의 동의를 받은 후 공개적으로 녹취하고 녹취 파일을 보관하는 정도면 큰 무리가 없다. 이와 관련, 인사담당자가 가지는 흔한 오해는 녹취는 법적으로 무조건 허용되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통신비밀보호법상 처벌되지 않는다고 해서 조사 대상자에게 일방적 조사 면담 녹취가 무제한 허용되지는 않는다.

녹취를 허용하면 면담 내용이 외부에 공개돼 효과적 조사를 어렵게 하고 회사의 기밀이 외부에 유출될 위험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인사담당자는 조사 대상자에게 녹취 금지의 인사명령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면담 후 작성되는 문답서는 보통 여러 제약상 모든 진술을 100% 기재하지 않고, 인사담당자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핵심적 내용만 요약 기재하는 관행과도 관련이 있다. 향후 인사위원회나 법적 분쟁 절차에서 면담 과정상 오간 세세한 대화 내용과 뉘앙스를 재현할 필요가 있는 경우를 대비, 기업이 면담 과정을 녹취해 보관하는 것이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하고 기업의 권리 보호에 가장 효과적이다.

실무적으로 위 방안을 실행하더라도 조사 대상자가 녹취 금지에 반발하거나 인사담당자의 녹취를 명시적으로 거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단, 녹취 파일을 향후 공유해 달라고 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이러한 요구에 대해서도 (역시 만능키 같은 정답은 없지만) 외부 유출 및 공개 위험을 들어 거부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적절하다.

단, 조사 대상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필요하다면, 향후 조사 대상자에게 녹취 내용을 청취하거나 녹취록 열람 기회를 주는 것은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인사담당자에게 중요한 자질은 징계혐의자의 권리 보호와 기업의 질서유지 필요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능력이다.
인사담당자에게 중요한 자질은 징계혐의자의 권리 보호와 기업의 질서유지 필요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능력이다.

대기발령 내기 전 유의사항은

대기발령을 내기 전 유의할 사항도 있다. 일례로 회사자금 횡령의 비위행위에 대한 내부고발이 있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이 경우 인사담당자는 우선 고발자 면담을 한다. 문서로 신고가 있었더라도 신고 내용상 부정확한 부분을 명확히 정리하고 향후 조사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다. 서류조사 등 보완 조사도 한다. 그 결과 어느 정도 횡령 혐의가 구체화하면 횡령 혐의 직원을 상대로 조사 면담을 실행하는데, 이제 인사담당자는 대기발령에 관한 결정을 해야 한다.

우선 합리적 근거가 있다면 조사 대상자에 대한 대기발령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취업규칙에 명시적 근거조항이 있는 경우는 물론, 설령 그러한 근거조항이 없더라도 마찬가지다. 대기발령은 징계가 아니므로, 업무상 필요성(예컨대 효과적 조사의 필요성)이 조사 대상자의 생활상 불이익(예컨대 급여의 감소)보다 크다면 널리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무상 대기발령 기간을 조사 필요 기간으로 설정하고(일정 기간, 예컨대 2주 정도 대기발령을 하고, 대기발령 기간이 종료될 때 갱신 통지를 하는 경우도 있다), 대기발령 기간을 유급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에는 더욱더 대기발령은 문제가 없다.

이에 따라 위 사례에서 인사담당자는 일반적으로 횡령 혐의 직원의 대기발령을 면담 직후 실행함이 적절하다. 특히 조사 대상자가 상급자로서 향후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을 부하직원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내부 문서 파기, 거래처 접촉을 통해 증거를 인멸하고 그 과정에서 사내 기강을 문란하게 할 염려가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대기발령을 실행해야 한다. 이때 대기발령은 향후 대기발령 사실 및 내용에 대한 분쟁 소지를 없애기 위해 통지서를 직접 제공하고 그 내용을 설명하고, 가급적 조사 대상자 동의 서명을 받는 것이 좋다. 통지서에는 대기발령의 성격(징계 아닌 인사 조치)과 대기발령 기간 중 처우(유급) 고지, 대기발령 기간 중 금지행위(사업장 출입 및 직원 접촉, 이메일 사용, 거래처 접촉) 안내, 대기발령 기간(예컨대 2주, 향후 갱신 가능) 통지 등을 기재한다.

단, 대기발령을 실행하더라도 인사담당자는 합리적 범위 내에서만 대기발령이 허용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예컨대, 조사가 종료돼 이제 그 필요성이 없는데도 대기발령을 계속 유지하면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질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아직 징계 사실이 확정되지 않은 대기발령 직원에 대한 낙인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도 필요하다.

인사담당자가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성희롱 피해자에 관해 “피해자는 보통 성격이 아니더라. 아마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는 발언을 한 사안에서, 그 발언 내용이 구체적 사실 적시는 아니지만, 비밀유지 의무 위반이라고 해 기업과 인사담당자 모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도 있다.

여기에 이르면 어쩌면 독자들은 조사 면담이 예상보다 다루기 어렵고 전문적 고려사항이 많다고 느낄지 모르겠다. 그러한 소감이 틀린 것은 아니고, 실제 이 글은 조사 면담의 그러한 미묘한 측면을 전달하려는 의도도 있다.

그러나 앞선 두 가지 사항보다 인사담당자에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징계혐의자의 권리 보호와 기업의 질서유지 필요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능력, 즉 균형감각이다. 이러한 균형감각을 가진 인사담당자만이 조사 면담을 둘러싼 다양하고 심지어 상충하는 요구를 빠짐없이 고려하면서 까다로운 조사 면담까지 원만히 마무리할 수 있다. 건전한 상식과 균형감각을 가진 인사담당자는 기업의 매우 귀중한 자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