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설명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과의 긴장 관계를 유지하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하 트럼프)이 물러나고 조 바이든의 시대가 열리면서 미·중 관계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교 전문가들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중국의 가파른 성장을 견제하는 입장이라 트럼프 정부와 비교해 미·중 관계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두 나라의 관계는 여전히 냉랭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1월 20일(이하 현지시각) 취임했음에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열흘 넘게 바이든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내지 않았다. 미·중 관계에서 저자세를 취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강경한 태도만 내세우는 건 아니다. 중국 외교를 총괄하는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2월 2일 미·중 관계 전민위원회(NCUSCR)가 주최한 ‘양제츠 정치국원과의 대화’에서 “중국은 미국의 국제적 지위에 도전하거나 대체할 생각이 없다”며 “미국이 강대국 간 경쟁의 구시대적 사고를 뛰어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중국과 밀접한 미얀마 쿠데타 사태는 바이든 시대 미국의 외교력을 가늠할 수 있는 창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2월 1일 미얀마 쿠데타를 민주주의로의 전환과 법치에 대한 직접적 공격이라 규탄하며 제재를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미얀마를 지나치게 압박할 경우 중국과 밀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향후 외교적으로 부담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왼쪽부터 앤드루 셩(Andrew Sheng) 홍콩대 아시아 글로벌연구소 연구원, 유엔환경계획(UNEP) 지속가능 금융자문위원회 회원 / 샤오 겅(Xiao Geng) 홍콩대 국제금융연구소 소장, 베이징대 HSBC 경영대학원 해양실크로드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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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셩(Andrew Sheng) 홍콩대 아시아 글로벌연구소 연구원, 유엔환경계획(UNEP) 지속가능 금융자문위원회 회원
샤오 겅(Xiao Geng) 홍콩대 국제금융연구소 소장, 베이징대 HSBC 경영대학원 해양실크로드 연구소장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하 트럼프)이 백악관을 떠났다. 하지만 트럼프의 극단적인 주장에 열광하는 ‘트럼피즘(Trumpism)’은 미국 정치를 떠나지 않았다. 조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전 세계는 미국과 중국이 트럼프가 만든 대립관계에서 벗어나 포용적이며 실용적인 관계를 개척해나가길 기대하고 있다. 중요한 건 양국 관계가 세계 질서를 강화하느냐, 파괴하느냐는 것이다.

트럼프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국가적인 복지와 상호 연결된 세계 질서를 모두 시험대에 올렸다. 트럼프는 미국의 발전을 방해하는 요소로 세계화를 봤지만,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은 우리가 상호 연결된 글로벌 사회에 살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 팬데믹과 같이 시스템을 위협하는 요인은 어느 나라도 혼자선 해결할 수 없는 과제다.

트럼피즘은 국가를 통제하는 엘리트만이 글로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며 현실과 정면으로 맞섰다. 이런 ‘분리주의’에 입각한 가정은 국가가 최우선이라는 생각을 당연하게 여기는 국방·안보 전략가들에 의해서도 받아들여지는데, 이는 ‘투키디데스 함정’과 같은 제로섬(한쪽이 득을 보면 다른 쪽은 손해를 보는 것)을 초래했다. 투키디데스 함정이란 기존 패권국가와 빠르게 부상하는 신흥 강대국이 결국 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말한다.

하지만 인간의 안전에 대한 모든 위협은 세계 각지의 상호 작용으로 인해 발생한다. 생태학자 프리조프 카프라와 피에르 루이지는 2014년 그들의 저서에서 “우리 시대의 주요 문제는 시스템의 문제이며, 이 시스템은 모두 상호 연결돼 있고 상호 의존적”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들은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행히도 트럼프는 분리주의적인 해결책이 무용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① ‘아메리칸 퍼스트’는 곧 미국의 고립이다. 미국을 포함한 어떤 나라도, 세계 경제 회복에 따른 자원 없이 자국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중국의 정책 수립자들도 쓰라린 경험을 통해 중국이 스스로 세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전 세계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벗어나도록 하는 데 도움을 준 중국의 2009년 리플레이션(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심한 인플레이션까지 이르지 않은 상태)이 엄청난 국내 비용 지출로 이어진 게 대표적인 사례다.

분리주의자들은 세계를 국가와 계급, 이념으로 나누는 반면, 세계주의자(글로벌리스트)들은 인간과 자연이 하나라는 것을 안다. 인류는 하나 이상의 계급과 인종, 이념을 갖고 있으며, 부분적인 문제에 대한 완벽한 해결책은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안다. 모든 사람에게 중요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노력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분열을 인지하고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서구와 중국 간 상호 이해를 돕는 해답이 될 수 있을까? 프랑스 역사가 페르낭 브로델은 그의 저서 ‘문명의 역사’에서 프랑스의 신학자 마르셀 그라네의 말을 인용하며 “중국인은 미신을 믿는 사람과 실용적인 사람으로 나뉜다. 하지만 미신과 실용성 두 가지를 모두 믿는 사람도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보통 서양인은 두 가지 모두를 믿는 중국인을 이해하기 어려워한다”라고 했다.


2013년 12월 조 바이든(왼쪽) 당시 미국 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AP연합
2013년 12월 조 바이든(왼쪽) 당시 미국 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AP연합

‘두 가지를 모두 믿는 세계관’은 부분적, 선형적, 제로섬, 일원론적인 관점이 오늘날 상호 연결된 세계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은 중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빼앗을 수 있다고 걱정하는 반면, 중국은 자국의 경제 성장을 미국이 막고 있다고 우려한다. 이는 세계 양대 경제 대국의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으며, 잠재적으로 군사적 대립을 포함한 미래의 대립을 조성하고 있다.

진짜 문제는 중국이 ‘프로젝트 호프(Project Hope)’라고 부르는, 전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필요한 균형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다. 팬데믹은 중국의 일당 체제가 아무리 불완전하더라도, 감염병에 대한 대처가 빨리 이뤄졌다는 것을 중국인에게 확신시켰다. 트럼프에 의해 감염병 대처가 소홀했던 미국과는 다르게 말이다.

중국 공산당은 글로벌 경쟁과 비판을 일종의 정책 피드백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글로벌 국가를 중국 공산당의 성과와 정당성을 유지하게 하는 ‘야당’으로 만들고 있다. 이런 전략적 현실주의를 통해 중국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유럽연합(EU)과의 포괄적투자협정(CAI)을 체결하고,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새로운 형태의 국제적인 참여를 진전시킬 수 있었다.

중국의 ② ‘쌍순환 전략’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내는 신호이기도 하다. 중국 리더들이 기후변화 대응, 팬데믹 해결, 글로벌 무역·투자 회복을 위해 협력할 의지가 있고 각국의 불평등을 해결할 자원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실 세계에서는 협력과 경쟁이 공존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과 중국 정부는 전략적 협력만이 지속성과 회복력을 되찾을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모든 대화에서처럼, 대화의 첫 단계는 전체의 분위기를 결정한다. 미·중은 4년간 트럼피즘의 폐해를 겪었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판을 뒤집을 기회를 잡아야 한다.


Tip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아메리칸 퍼스트(American First)’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자국 우선주의를 강조했다. 국가 안보를 이유로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통해 철강, 알루미늄 등에 고율의 관세를 물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심지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자국민에게 먼저 접종한 뒤 외국에 제공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 역시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을 표어로 내걸고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와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1월 25일(현지시각) “연방정부가 보유한 차량을 미국에서, 미국 근로자가 만든 전기차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방 정부가 기간시설을 짓거나 자동차 등을 살 때 미국 제품 이용을 권장하는 ‘바이 아메리칸’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제조업의 활력이 과거의 일이라고 단 1초도 믿지 않았다”며 “미국 제조업은 미국 번영 엔진의 일부이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보호주의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주요 교역국들의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쌍순환(雙循環) 전략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내세우는 경제전략으로, 내수가 주체가 된 상태에서 국내 순환과 글로벌 순환이 상호 촉진하는 전략이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글로벌 수요가 움츠러들자 경제 성장을 위한 근거지를 해외 시장에서 중국 내수로 전환한 것이다.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열린 제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 회의(19기 5중전회)에서도 쌍순환 전략을 강조하면서 “2035년까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019년보다 두 배로 커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올해 1월 11일 베이징에서 열린 고위 관료들과 회의에서도 시 주석은 “자립과 내수시장 개발, 국내 순환 개선을 통해서만 성장과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보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앤드루 셩, 샤오 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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