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전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전 PWM프리빌리지서울센터장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전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전 PWM프리빌리지서울센터장

회사원 K씨는 은퇴 후 전원생활을 하기 위해 땅을 찾던 중, 인터넷 경매 사이트를 통해 마음에 드는 땅(1045㎡)을 발견했다. 경기도에 소재하고, 지목(地目)은 전(田)이었다. 전원주택을 짓고 텃밭을 가꾸기에는 안성맞춤으로 보였다. 등기부를 확인해보니 1순위 근저당권, 2순위 근저당권, 3순위 가압류, 4순위 경매개시결정순이었다. 게다가 토지의 소유권은 근저당권 설정과 동시에 A씨로부터 B씨에게 이전되었고, 현재는 C씨 소유 상태에서 경매가 진행되고 있었다. 등기부에 공시되는 모든 권리는 경매로 소멸하는 것으로 판단됐다. 경매에 참여할 생각을 굳히고 현장 탐방을 나갔다. 그런데 땅 위에 농작물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와 창고가 각각 1동씩 설치되어 있었다. 경매를 잘 알고 있는 친구의 이야기로는 토지 위에 건물이 있으면 분명 법정지상권이 문제가 될 수 있으며, 농지를 매수하는 경우에는 농지취득자격증명서도 필요하다고 한다. 법정지상권은 무엇이며, 농지취득자격증명서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신한은행 신한옥션SA에 따르면 2021년 2월 21일 현재 전국 법원에서 경매가 진행되고 있는 물건은 1만1155건으로 이 중에서 전, 답, 임야, 과수원 등 토지의 비중은 34.92%(3896건)로 나타났다. 토지 물건 중에서 등기부에 공시되지 않은 권리가 붙어있는 것은 분묘기지권 27.59%(1075건), 법정지상권 9.36%(365건), 유치권 1.46%(57건)순으로 나타났다. 물론 법정지상권 등이 붙어있다고 해서 무조건 그 권리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법정지상권은 법 규정이 엄격하기 때문에 그 권리가 성립되기 쉽지는 않다. 그렇기 때문에 법정지상권이 붙어있다면 시세보다 싸게 매수할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부동산은 법제상으로는 토지와 건물에 대해 각각 소유권을 인정해 준다.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다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종종 토지와 함께 미등기 건물이 매매되는 경우가 있다. 그 이후에 토지에만 근저당권이 설정되고, 그 근저당권을 근거로 토지가 경매당하게 되면 미등기 건물에 대해 법정지상권 문제가 생긴다. 법정지상권은 근저당권 설정 당시에 동일인 소유에 속하는 토지와 건물이 경매로 인해 각기 다른 소유에 속하게 된 경우, 건물의 소유를 위해 인정되는 권리다(민법 제366조 참조). 경매로 나온 토지 중에는 그 지상에 미등기 된 건물을 비롯해 창고 및 비닐하우스 등이 소재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그 건물 등은 등기 또는 미등기 여부와 관계없이 법 규정상 소유권이 인정되는 경우 토지를 사용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즉, 토지의 지상물을 소유하기 위해 지상을 사용할 수 있는 법정지상권이 인정되어야 한다. 하지만 법정지상권이 늘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근저당권 설정 당시 건물 존재해야

법정지상권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첫째, 근저당권 설정 당시 토지 위에는 반드시 건물이 존재해야 한다. 예를 들어 근저당권 설정 이후에 건물이 신축된 경우에는 법정지상권이 성립할 수 없다는 얘기다. 둘째, 근저당권 설정 당시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같아야 한다. 예를 들어 근저당권 설정 당시에 토지 위에 건물이 존재하는 경우에도 토지와 건물 소유자가 다르면 법정지상권은 성립할 수 없다는 뜻이다. 셋째, 경매로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져야 한다(민법 제366조 참조). 예를 들어 근저당권 설정 당시 미등기 건물이 존재했고, 소유자가 동일한 상태에서 경매로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지는 경우다. 이런 경우에는 토지 소유자는 건물 소유자를 위해 지상권을 설정해준 것으로 간주한다. 이것은 토지 소유자와 건물 소유권자의 가치권과 이용권의 조절을 꾀한다는 공익상의 이유로 지상권의 설정을 강제하는 강행 법규다. 당연히 건물 소유자는 토지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하게 되는 것이다. 토지 소유자는 건물 소유자에게 건물 철거를 요구할 수는 없지만, 토지 사용료는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91다29194 참조).

토지 위에 있는 미등기 건물 및 지상물이 법정지상권을 갖는지 여부는 원시취득 여부에 따른다. 원칙적으로 미등기 건물은 원시취득만 소유권이 인정된다. 원시취득은 건물을 최초로 신축하면서 확보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원시취득의 범위가 넓다. 상속, 공용징수, 판결, 경매 기타 법률의 규정에 의한 부동산에 관한 물권 취득도 인정된다. 이 경우 등기를 필요로 하지는 않지만, 처분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등기해야 한다(민법 제187조 참조). 즉, 미등기 건물을 상속받거나, 경매로 매수한 때도 원시취득으로 본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미등기 건물을 그 토지와 함께 매수한 사람은 그 토지에 관하여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건물에 대해서는 미등기 상태로 사용하면서 토지에 대해서 근저당권이 설정되고, 토지가 경매되어 다른 사람의 소유로 되는 사례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근저당권 설정 당시에 이미 토지와 건물이 각각 다른 사람 소유였으므로 법정지상권은 성립되지 않는다(대법원 2002다9660 참조).

관련된 사례를 보자. 근저당권 설정 당시 토지 위에는 이미 오래된 창고가 존재하고 있었던 경우다. 토지의 소유자는 근저당권 설정 당시 A씨로부터 B씨에게 이전되었고, 현재는 C씨가 소유한 상태다. 그러나 미등기 건물은 원시취득자인 A씨 소유다. 따라서 근저당권 설정 당시에 이미 토지와 미등기 건물의 소유자가 다르기 때문에 법정지상권은 성립할 수 없다. 또한 토지에 근저당권이 설정된 이후에 건물을 신축한 경우에는 당연히 법정지상권은 성립하지 않는다. 비닐하우스의 경우에도 언제든지 철거가 가능한 시설물이기 때문에 법정지상권이 성립되지 않는다. 따라서 전원주택을 짓는 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상에 건물이 있음에도 토지만이 경매 대상이면,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는지 정확하게 따져봐야 한다. 만약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는 경우에는 매수인이 인수해야 하는 권리다. 당연히 전원주택도 지을 수 없다. 참고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도 세 가지 성립 요건에 부합해야 한다. 첫째, 매도 당시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같아야 한다(대법원 95다9075 참조). 둘째, 매매 및 다른 원인으로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져야 한다(대법원 98다64189 참조). 셋째, 건물을 철거한다는 등의 배제 특약이 없어야 한다(대법원 98다58467 참조).


한 전원주택. 사진 사진은 기사와 무관.
한 전원주택. 사진 사진은 기사와 무관.

농지취득자격증명 있어야 매입 가능

한편, 농지를 매입할 때는 농지 개념 자체도 명확히 알아두는 게 중요하다. 농지는 법적 지목을 불문하고 실제로 농작물, 다년생식물을 재배하는 데 사용하는 토지를 말한다(농지법 제2조 참조). 단순하게 지목상의 전·답·과수원만 농지로 보지는 않는다. 땅이 농지인지 여부는 그 토지의 실제 현상에 따라 결정된다. 농지를 취득할 경우에는 매수하는 방법에 상관없이 농지취득자격증명이 있어야 한다. 즉, 매매는 물론이고 경매 및 공매에 따라 소유권이 이전되는 모든 경우에 필요하다. 농지취득자격증명이 등기 요건이기 때문이다(대법원 97다49251 참조). 특히 경매 절차에서 농지에 대한 매수인의 농지취득자격증명의 취득 여부는 매각 허가 요건이다(대법원 97다42991 참조).

경매로 나온 토지의 지목이 전으로 되어 있는 사례를 보자. 그럼에도 그 토지는 사실상 대지로 바뀌어 농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토지의 객관적인 현상으로 보아 농지법의 적용 대상인 농지가 아니라면 최고가매수신고인이 농지취득자격증명을 제출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매각을 불허할 수 없다(대법원 86다1095 참조). 또 농지취득자격증명 없이 매각허가결정이 됐고, 대금 납부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후에 농지취득자격증명이 보완되었다면 소유권 취득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대법원 2006다27451 참조). 농지취득자격증명은 농지 소재지를 관할하는 시·구·읍·면장에게서 발급받아야 한다. 이때 농업경영계획서에 ① 취득 대상 농지의 면적 ② 취득 대상 농지에서 농업 경영을 하는 데 필요한 노동력 및 농업 기계·장비·시설의 확보 방안 등을 써야 한다(농지법 제8조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