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부영 브랜다임앤파트너즈 대표 컨설턴트 전 제일기획 마케팅연구소 브랜드팀장, 전 넷밸류 코리아 한국지사장, ‘마케터의 생각법’ ‘레인메이커’ 저자
황부영
브랜다임앤파트너즈 대표 컨설턴트 전 제일기획 마케팅연구소 브랜드팀장, 전 넷밸류 코리아 한국지사장, ‘마케터의 생각법’ ‘레인메이커’ 저자

과거 마케팅은 기업과 소비자 사이에 상품이나 서비스와 돈이 교환되는 것으로 상정했다. 상품 혹은 서비스를 어떻게든 돈 받고 팔아야 하는 것이 마케팅으로 간주되었다. 반면 최근 마케팅 개념은 기업과 소비자 사이에 오가는 것이 상품과 돈이 아니라고 본다. 기업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은 브랜드와 가치이고 소비자는 브랜드와 그 브랜드의 가치 때문에 충성을 바치게 되는 것이 최근의 마케팅 개념이다.

기업과 소비자는 브랜드·가치와 충성도를 주고받는다. 예전의 소비자는 돈 내고 사려는 상품이 ‘돈값을 하는가?’로 구매 여부를 결정했다. 물건이 좋은가 아닌가로 판단하고 안 좋다면 다른 기업의 비슷한 상품을 사면 그만이었다. 여러 기업의 비슷한 상품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것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상품 품질이 기업마다 크게 다른 분야도 거의 없어졌다. 브랜드와 브랜드 가치에 매혹된 소비자는 제품 질에서 엄청난 차이가 나지만 않으면 그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산다.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 그 브랜드가 상징하는 가치에 공감하면 굳이 다른 기업의 상품으로 눈을 돌리지 않는다. 수년간 지속하고 있는 기업 오뚜기의 성장이 이를 증명한다.

브랜드 가치를 보고 충성도를 돌려주는 것이 소비자다. 따라서 기업은 자신의 브랜드가 어떤 가치를 전달하고자 하는지를 명확히 정의해 놓아야 한다. 브랜드의 지향점이자 정체성을 명확히 정리해 놓은 것, 이것이 기업 브랜드의 가치 체계다. 브랜드 철학이라고도 할 수 있다. 네 가지 정도가 필요하다. 기업의 존재 의미를 밝히는 미션(mission), 꿈이 담긴 목표인 비전(vision), 구성원이 추구하는 방향을 밝히는 핵심 가치(core value), 거기에 기업의 철학을 간명하게 밝히는 슬로건(slogan)이 필요하다. 이번 글에서는 바로 미션을 살펴보고자 한다.


레블론은 ‘우리는 아름다워지는 희망을 판다’를 미션으로 삼고 있다. 사진 레블론
레블론은 ‘우리는 아름다워지는 희망을 판다’를 미션으로 삼고 있다. 사진 레블론
월마트는 ‘서민들에게도 부자와 같은 구매 기회를 제공한다’는 미션을 내세우고 있다.
월마트는 ‘서민들에게도 부자와 같은 구매 기회를 제공한다’는 미션을 내세우고 있다.
스타벅스는 ‘한 사람에게 정성을 다한다’는 미션으로 종업원의 자긍심과 긍지를 키운다.
스타벅스는 ‘한 사람에게 정성을 다한다’는 미션으로 종업원의 자긍심과 긍지를 키운다.

고객에 대한 약속이 되는 ‘미션’

시작은 미션이다. 브랜드가 어떤 역할을 하고 또 왜 있어야만 하는가를 밝히는 것이 미션이다. 개인이 가지는 ‘왜 사는가?’에 대한 고민을 기업에 적용하면 ‘왜 존재하는가?’가 된다. 브랜드의 출발점은 미션이다. 이름이 무엇이든 어떻게 생겼든 그 브랜드가 무슨 일을 하는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가 브랜드의 근본이 된다. ‘어떤 일을 하는가가 누구인지를 말해준다(You are what you do)’는 말이 있다.

브랜드가 어떤 일을 하는가는 그 브랜드가 왜 존재하는지를 정당화하는 역할을 한다. 브랜드가 존재해야 하는 고유한 이유 그러니까 존재의 이유(raison d’être·레종 데트르)부터 명확히 하는 것에서 가치의 전달은 시작된다.

미션은 기업이 국가, 사회, 고객에게 이렇게 기여하겠다고 설득력 있게 선언하는 것이다. 월마트의 ‘서민에게도 부자와 같은 구매 기회를 제공한다’, 3M의 ‘미해결된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해 나간다’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우리가 하는 일이 이렇게 의미 있는 일이라고 규정되면 내부 구성원의 자부심도 올라가고 업무에 몰입하는 동기를 부여하게 된다. 테슬라의 직원들은 하나같이 ‘우리는 전기차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구를 구하고 있다’고 열정적으로 말한다.

미션은 고객에 대한 약속이 되고 기업은 천명한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미션이 서고 나서야 비로소 브랜드의 방향성을 지키려는 내부 임직원의 한결같은 헌신이 가능하게 된다. 소비자 관점으로 미션을 정립하면 더 좋다.

레블론(Revlon)은 ‘우리는 좋은 화장품을 판다(We sell cosmetics)’가 아니라 ‘우리는 아름다워지는 희망을 판다(We sell hope)’를 미션으로 삼는다. 화장품이라는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화장품이 고객에게 주는 의미, ‘예뻐진다는’ 또 ‘아름다워 보일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를 판다는 것이 그 브랜드의 존재 이유란 이야기다. 이렇게 소비자 관점에서 미션이 정리되면 오히려 브랜드는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 ‘아름다워지는 희망’을 화장품만 주는 것은 아니기에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를 세상에 내어놓아도 무분별한 다각화는 아니게 되기 때문이다.

종업원의 긍지와 자부심이 고객에게로 전이되는 것으로 유명한 스타벅스의 미션은 이렇다. ‘사람의 정신에 영감을 주고 더 키운다. 그래서 한 번에 한 사람, 한 잔, 한 명의 이웃에게 정성을 다한다(To inspire and nurture the human spirit–one person, one cup and one neighborhood at a time). 돈 받고 커피 파는 곳이 아니라는 말이다. 거창하게도 인간 정신을 고양하는 곳이 되겠다는 것이다.

조금 과하다는 생각이 드는가? 미션은 그래야 한다. 과하다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 그래야 실천하려는 의지가 더 생겨나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슈워츠의 책 ‘크게 생각할수록 크게 이룬다(Magic of thinking big)’에 나오는 다음의 에피소드는 미션이 어떠해야 하는지, 미션이 사람들에게 어떤 자세를 갖게 하는지를 명쾌하게 보여준다.

세 명의 벽돌공이 부지런히 벽돌을 쌓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 그 벽돌공에게 물었다.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첫 번째 벽돌공이 이렇게 대답했다.

“벽돌을 쌓고 있어요.”

두 번째 벽돌공이 대답했다.

“시간당 9달러 30센트짜리 일을 하고 있소.”

세 번째 벽돌공은 이렇게 대답했다.

“나요? 나는 지금 세계에서 제일 큰 성당을 짓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