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서울대 법학 학사, 미 조지타운대 조세법 석사, 사법연수원 29기, 사법시험 39회, 전 춘천지방법원 부장판사,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
김성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서울대 법학 학사, 미 조지타운대 조세법 석사, 사법연수원 29기, 사법시험 39회, 전 춘천지방법원 부장판사,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

4년 전 재생에너지 관련 벤처기업을 설립한 M 기업의 Y 대표는 뛰어난 기술력과 성실함을 바탕으로 짧은 시간에 큰 성과를 내고 이익을 얻게 됐다. 하지만 사업에만 몰두하며 출구전략을 세우지 못한 탓에 미처분이익잉여금이 과도하게 누적됐다. 이에 미처분이익잉여금을 정리하기 위해 본인의 급여를 인상하고 상여금을 지급했지만, 미처분이익잉여금은 정리되지 않고, 2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납부했다. 이는 성장하는 기업이 세법에 맞는 준비를 미리 해두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손실 중 한 사례다.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자유롭고 창의적인 경제활동을 통해서 기업이 성장하고 그에 따라 사회 전체가 부유해지는 것을 이상적인 모습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기업은 자본주의의 꽃이자 원동력이다. 경제체제로서의 자본주의와 그 원동력이 되는 기업을 뒷받침하는 법적 제도를 꼽자면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바로 회사 제도다. 몇 세기 전 서유럽에서 시작된 회사 제도는 개인과 구별되는 법인격을 갖는 회사를 통해 투자자의 책임을 제한함으로써 대규모 자본조달을 가능하게 했다. 회사 제도는 또한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통해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경영조직의 등장을 가능하게 했다.

기업활동을 할 때 회사 제도를 문제없이 이용하려면 법인격과 유한책임이라는 회사 제도의 본질적 속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창업자와 회사가 서로 다른 법인격을 갖는 별개의 존재임을 엄밀히 인식하지 못한 채 운영되는 경우가 의외로 빈번하다. 이로 인한 문제들은 회사가 점차 성장해서 매출 규모나 임직원 수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러 세무조사와 같은 계기에 부딪혔을 때 한꺼번에 터져 나올 수 있다. 성장하는 기업을 위한 세무 관리 요령을 세 가지 포인트로 나눠 소개한다.


포인트 1│회사와 개인의 재산을 명확히 분리하라

기업활동을 실제로 주도하는 창업자는 본인 개인과 그가 선택한 기업활동 형태로서의 회사가 서로 별도의 존재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그에 맞게 관리하지 않으면 횡령죄로 범죄자가 될 수 있다. 사주(社主)는 경영을 위해 개인 돈을 회사에 넣기도 하고 또 이를 빼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자칫 소규모 개인 기업과 같이 ‘주머닛돈이 쌈짓돈’이라는 식의 생각을 하게 되면 형사법적으로는 엄연히 타인인 회사의 재산을 횡령한 범죄가 돼 버린다. 천만다행으로 형사처벌을 면하더라도 세무적으로는 회삿돈이 밖으로 흘러나간 것이므로 소득처분 대상이 돼 회사가 법인세를 납부해야 한다.

애초에 개인에게 회삿돈이 흘러나갈 때 회사가 소득세 원천징수를 하지 않은 셈이므로 회사에 원천징수세 본세 및 가산세를 부과하게 돼 있는 것이다. 물론 개인 역시 누락된 소득이 밝혀짐에 따라 원천징수분을 제외하고도 누진세율 적용으로 추가로 내야 할 소득세가 있으면 이를 납부해야 한다.

회삿돈을 횡령하지 않고 잠시 가져다 쓰더라도 세금 문제가 발생한다. 사주가 회사에 운영자금을 넣는 것과 반대로, 개인 사정으로 회삿돈을 잠시 가져다 쓰는 경우도 왕왕 있는데, 이러한 돈을 법인세법에서는 가지급금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가지급금은 장부상으로는 개인이 회삿돈을 임시로 가져간 상태라고 기재돼 있으므로 횡령죄는 문제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법인세법상으로는 업무무관 가지급금에 해당해 그에 상당하는 회사의 차입금이 있으면 지급이자가 손금에 산입되지 않는 불이익이 발생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러한 가지급금에 이자가 정해져 있지 않더라도 법인세법상으로는 이자 약정이 있는 것처럼 보게 돼 있어서, 회사는 실제로 받지도 못한 이자 상당액을 익금에 산입해 법인세를 납부해야 한다.

회사와 개인 재산의 분리와 관련해서 요즘 들어 자주 눈에 띄는 세금 이슈는 과다한 임원 보수 문제다. 세법상 회사가 주주에게 지급하는 배당금은 회사 입장에서 손금산입이 되지 못하지만, 임원에게 지급하는 보수는 손금산입이 된다. 그러다 보니 사주가 회사의 이익을 가져가는 방안으로 배당보다는 보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종래 실무상 보수의 형식을 갖춰 놓기만 하면 별다른 세금 문제가 없는 것으로 생각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당한 업무수행의 대가를 넘어서 명백히 과다한 보수라면 실질적인 배당으로 취급해서 손금에 산입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최근 대법원은 회사가 지급한 임원 퇴직금에 관해서, 비록 정관이나 퇴직금 지급 규정에 따른 것이라도 그 규정이 갑작스레 제·개정돼 도저히 재직 중 근로나 공헌의 대가로 보기 어려울 정도의 과다한 퇴직금이 지급됐다면, 법인세법상 한도를 초과하는 부분은 손금에 산입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2015두53398 판결). 또한, 회사가 정기적으로 지급한 임원 보수라도, 제반 사정에 비춰 업무수행의 정상적인 대가라기보다 법인의 이익을 나누는 수단이 됐다면 손금에 산입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15두60884 판결).


김태호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이 1월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에서 법인 자금으로 주택을 취득한 사주일가 등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김태호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이 1월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에서 법인 자금으로 주택을 취득한 사주일가 등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포인트 2│성장하는 기업은 대비해야 할 세금 문제가 더 많다

아울러 사주가 회사 재산을 탈법적으로 가져가거나 세금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없었던 경우에도 기업이 성장함에 따라 뜻하지 않게 세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회사를 설립하는 초기 단계에서 실제 설립자금을 대지 않은 사람들을 주주 명단에 올려 두는 경우가 아직도 빈번하다. 아마도 주변에서 ‘회사를 세울 때는 으레 주주는 3명 이상을 둔다’라는 식의 조언을 듣기 때문인듯 싶다. 이렇게 되면 훗날 기업이 성장했을 때 뜻하지 않게 주식의 귀속을 둘러싼 분쟁에 휩싸이거나, 세무적으로는 상속증여세법상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에 의한 과세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주식과 같은 재산을 차명으로 해두는 것 자체가 증여세 과세대상이 되는 것이다.

기업이 성장해서 주식시장에 상장하거나 그 과정에서 증자할 때도 예기치 못한 세금 문제가 발생한다. 만일 최대 주주의 특수관계인이 상장 5년 안에 최대 주주로부터 주식을 취득하거나 또는 최대 주주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으로 제삼자로부터 주식을 취득했다면, 그 특수관계인은 상장으로 인한 주식 가액 증가액에 관해 증여세 과세대상이 된다. 특수관계인이 최대 주주로부터 시가에 맞게 주식을 매수했거나 최대 주주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에 관해 증여세를 이미 납부했다고 해도 과세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는다. 심지어 이미 주주인 특수관계인이 유상증자에 참여한 경우에도 이후 상장이 되면 과세대상이 된다.

이는 사주 일가가 미공개 기업정보를 이용해서 상장을 계기로 차익을 얻는 경우를 대비한 규정이다. 하지만, 정작 특수관계인이 미공개 기업정보를 실제로 이용했는지 여부는 묻지 않게 돼 있다. 이 때문에 상장을 염두에 둔 기업이라면 사전에 이러한 증여세 문제를 확인해야 한다.


포인트 3│건강검진처럼 세무진단 정기적으로 받아야

이처럼 성장하는 기업이라면 다양한 세금 문제들을 미리 숙지하고 대비해야 한다. 세금과 같이 특수하고 전문적인 분야에 관해서는 우선 경험 있고 유능한 재무, 회계 책임자를 곁에 두는 것이 효율적이다.

아울러 외부의 전문가와도 평소에 협력관계를 구축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세금 문제에 관한 조언은 회계법인, 세무법인, 법무법인(로펌) 등 다양한 전문가로부터 얻을 수 있다. 회계사들로 구성된 회계법인은 일상적인 회계 자문과 결산, 신고 과정을 통해 근거리에서 조언이 가능하고, 세무법인은 세무조사 대응에서 강점을 갖는 경우가 많다. 로펌은 세무사, 회계사, 변호사 등 여러 직역의 협업을 통해서 다각도의 균형 잡힌 조언을 제공할 수 있다.

여러 전문가 집단을 통해 세무조사 대상이 되기 전이라도 미리 일상적인 자문과 함께 전반적인 세무진단 서비스를 받아보는 것은 정기 건강검진과 마찬가지로 유용하고 필수적이다. 기업이 성장해서 제대로 된 회사의 모습을 갖추는 데에는 창의적인 경제활동 능력과 함께 세금을 비롯한 법률문제에 관한 전문적인 조력 역시 요구된다.

김성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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