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설명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직후 먼저 1조9000억달러 규모의 이른바 ‘슈퍼 부양책’을 내놓았다. 지난달 하원의 문턱을 넘은 이번 부양책은 공화당의 지지 없이도 상원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미 정부의 과도한 재정 지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래리 서머스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정부의 대규모 지출이 인플레이션을 심화할 것”이라며 강하게 경고하기도 했다. 끝없이 국가 부채를 늘리면서 단행하고 있는 정부 지출 확대를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기 전에 멈추라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은 전쟁 자금 마련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지출했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0여 년 만에 100%를 넘기기도 했다. 현재 미국처럼 연간 경제 생산보다 정부 부채가 더 많은 국가는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 소수에 불과하다. 필자들은 이러한 미 정부의 부채에 기반한 과도한 재정 지출이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부주의한 지출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워싱턴 D.C.의 인사들은 마치 미국 연방 정부가 아무리 많은 돈을 무제한으로 풀어도 어떠한 경제적인 위험도 없을 것이라고 믿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믿음은 잘못되었다. 과도한 정부 지출은 엄청난 경제적, 국가 안보적 위험을 만들어내고 있다. 미국의 재정적 안일함은 지금 당장 멈춰야 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정부 지출 확대를 위한 마지막 방아쇠를 당겼다. 미 정부의 양적 완화 정책은 인류의 삶에 위해를 가해 왔던 사회주의 수준으로까지 미국인의 사고방식을 끌어내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과도한 지출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도 말한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기록적으로 낮은 금리가 오를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경제는 감염병이 발생하기 전까지 순탄했고,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끝나면 다시 재반등하리라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떠든다. 그들은 지금 인플레이션의 기미조차도 보이지 않는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위험할 정도로 근시안적이다. 경제의 기본 법칙은 단 한 번도 엇나간 적이 없다. 후버연구소의 상임 연구원인 존 F. 코간은 저서 ‘좋은 의도의 높은 비용(The High Cost of Good Intentions)’에서 방만한 정부 지출이 거의 이변 없이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미 높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증가하고 있는 정부 부채는 결과적으로 민간 투자를 밀어낼 것이다. 이는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속도를 늦추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연준의 누적되는 적자 지출은 반드시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은 또 다른 혼란에 취약한 상황에 놓일 것이며, 이는 또 다른 경기 하락의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최근 금융시장에서 감지되는 비교적 안정되고 낮은 소비자물가 인플레이션을 보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급작스러운 인플레이션이 이어졌던 최근과 급격하게 증가하는 금리 그리고 금융위기는 과도한 부채가 쌓이던 기간에 뒤이어 찾아왔다. 갑작스럽게, 아무런 경고 없이.

조지 P. 슐츠와 존 B. 테일러의 책 ‘경제적 자유를 선택하라(Choose Economic Freedom)’는 미국의 1960년대 경제 지표가 1970년 초반의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치솟는 금리에 대해 아무런 힌트를 주지 못했다는 것을 지적한다. 뿐만 아니라 유사하게 2007~2009년 대공황 직전 몇 년 동안의 금융시장은 후에 발생 가능한 재난에 대해 거의 아무런 힌트도 제공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오늘날 미국 정책 입안자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세율을 높이는 것은 답이 될 수 없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오늘날 미국 정부가 지출하는 수준의 금액을 추가적인 국채 발행 없이 조달하기 위해선 당시 연방 정부 세율을 3분의 1가량 높여야 할 정도였다. ① 세율 인상은 공공 부채를 늘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치명적인 영향을 가져온다.

의회는 과거에도 종종 그랬던 것처럼 국방비 지출을 줄여서 정부 적자를 메우는 데에 구미가 당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거의 시도들은 명백하게 실패했다. 내수 경제 활성화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의회는 예산 적자를 줄이기는커녕, 국방비의 적립금을 활용했다.

정책 입안자들이 예산 적자에 관한 잘못된 믿음을 버리지 않는 한, 국방비를 삭감하는 것은 또다시 같은 결과를 불러온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 미국의 국방력을 약화시키고 외부의 적을 자극하는 심각한 전략적 실패가 되리라는 점이다. 특히 최근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국방력 강화에 엄청난 투자를 하는 중국을 고려해야 한다.

미국 역사를 통틀어 국제적 위기에 연방 정부의 국가 신용은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국가 안전 자산이라는 것이 증명됐다. 200년 전에, 이 능력은 미국에는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남북전쟁 동안에는 연합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20세기 두 번의 세계대전에서 전체주의 체제를 굴복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미국 정부의 부주의한 지출이 미국의 ② 국가신용등급이라는 중요한 자산을 완전히 망가뜨리고 있다. 만약 미국이 지금의 재정 운용 방식을 계속 이어 간다면, 연방 정부의 돈 나오는 우물은 반드시 마르고 말 것이다. 그때는 미국이 국가 안전 위협에 적절히 대응하기가 훨씬 어려워질 것이다. 적대적인 외국 정부들과 테러리스트 집단이 이를 알게 된다면, 세계는 위험에 처할 것이다.


래리 서머스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한 세대 내에서 경험하지 못한 인플레이션이 미국의 부채 증가로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 블룸버그
래리 서머스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한 세대 내에서 경험하지 못한 인플레이션이 미국의 부채 증가로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 블룸버그

재정 적자와 부채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미국 정책 입안자들의 잘못된 믿음은 엷어져만 가는 재정적 책임감의 정점에 있다. 1789년부터 1930년대까지, 전쟁과 경제 침체기에 발생한 재정 적자를 줄이고 연방 정부는 균형 예산 규칙을 고수했고 부채를 갚는 시기에는 적정한 수준의 부양 정책을 운용했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은 이 규칙을 깨버렸고, 그 이후로 적자 지출은 워싱턴 D.C.에서 일상적인 방식이 되어버렸다. 연방 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5년 중 63년 만에 가용 수입을 모두 지출했다. 선출된 공무원들은 처음엔 그들의 과도한 지출의 역효과에 대해 깊게 고민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 걱정은 점차 사라졌다. 연간 적자는 점점 더 너무 커져서 1970년대 중반에는 미국의 국가 부채가 수입보다 더 빠르게 증가했다.

지난 10년간, 남아 있던 재정적 걱정은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에서 사라졌다. 증가하는 적자와 부채가 위험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자, 정책 입안자들은 새로운 지출을 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2019 회계연도까지, 연방 정부는 인플레이션 조정 범위를 넘어 매년 1조달러 넘게 지출했다. 이는 그전 12년 동안 지출했던 것보다 많은 금액이다. 2020 회계연도에는 연방 정부가 코로나19에 대응하느라 거의 2조달러가 넘는 새로운 부양책을 추가했고, 국가 부채는 국가 수입의 100% 수준으로까지 치솟았다. 올해는 규모가 더 늘어날 수 있다. 또 새로운 수조달러의 세출이 예정되어 있다.

더 많이 쓰고, 부채를 폭발시키는 이 흐름은 당분간은 멈추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언젠가 사람들은 사실을 직면하게 될 것이다. 지금 재정 정책이 가고 있는 파괴적인 길을 보게 될 것이다. 다른 방식을 선택한다면 미국 경제와 그들의 삶이 훨씬 나아지리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미국의 민주주의 시스템이 지출 확대를 멈추게 할 것이다.


Tip

사상 최대 규모의 경기 부양안이 의회 통과를 앞둔 가운데 미국에선 증세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증세를 강조해왔으며, 법인세율 인상과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주(州)별로 세금을 인상하려는 시도가 있다. 뉴욕주는 연 100만달러(약 11억원) 이상 고소득자에게 연방 정부의 소득세와 별도로 부과하는 8.82%의 세율을 3~5년간 한시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3대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기존의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피치는 “이대로면 신용등급 강등 위험이 크다”며 경고 성격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진행 중인 공공 재정의 악화와 신뢰할 만한 재정 강화 계획의 부재”를 원인으로 돌렸다. 피치는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증가하던 미국의 많은 재정 적자와 부채가 문제였다며 이러한 상황이 “미국의 전통적인 신용 강점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지 P. 슐츠, 존 F. 코간, 존 B. 테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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