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여성 1인당 합계출산율이 0.84로 떨어졌다. 가임기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수가 한 명이 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꼴찌다. 합계출산율이 1명도 안 되는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한국은 다음 세대를 이어가지 못하는 최악의 ‘불임 사회’로 전락했다.

우리나라가 저출산 사회로 진입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출산율인 2.1 이하로 떨어진 것은 1983년의 2.06이 처음이다. 그 이후 출산율은 1990년 초반 약간 반등하다가 감소세를 지속해 2002년부터 초저출산 국가의 기준이 되는 출산율 1.3명 이하로 떨어졌다. 저출산 추세가 정책적 측면에서 문제의 영역으로 들어온 지 이미 38년이 지났다. 그러나 추세를 반전시키지도 못했고, 하락 속도조차 늦추지 못하고 있다. 정책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를 제도적 측면에서는 세 가지 단계로 분석한다.

첫째, 경제·사회적 변화가 발생하는 경우 정책 결정자들이 상황의 변동에 대해 정책적 개입이 필요한지를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일 단계의 인식에 따라 필요한 제도나 정책을 만들고 대응하는 ‘제도적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 셋째, 이러한 제도적 변화가 합목적적으로 작동되는지를 평가하고 제도적 변화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유인 체계 및 정책의 교정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기준에서 보면 우리나라 저출산 대책이 제도적으로 개선의 여지가 있음이 분명하다. 첫째, 정책 환경의 변화를 제때 파악하고 인식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우리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제1차 저출산·고령화 종합대책을 제시한 것은 2006년이다. 출산율이 2 이하로 떨어지고도 20년이 넘게 지난 이후다. 문제의 심각성을 너무 늦게 알아차리거나 너무 늦게 대응한 셈이다.

둘째, 인식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제도적 변화를 시행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우리 정부는 2006년부터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제4차 기본계획이 시행된다. 늦게나마 범정부적 차원에서 제도적 대응을 시행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셋째, 제도적 대응의 교정 시스템이 작동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정책 대응은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인식된 문제의 해결에 기여했는지가 중요하다. 그렇지 않은 경우 조속히 정책을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2006년부터 시행된 정책 대응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상황이 악화일로에 있는데도 아직 효과적인 대책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2020년 12월 당시 박능후(오른쪽 첫 번째)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020년 12월 당시 박능후(오른쪽 첫 번째)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범정부적 대응책이 15년간이나 정책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제대로 고쳐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도경제학파의 대표적 학자인 더글러스 노스(Douglas North)는 효율성 제고를 위한 제도적 변화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다섯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제도와 관련 조직 간 끊임없는 교류 △경쟁을 통한 변화 강요 △충분한 인센티브 △구성원의 공통적 가치체계 △점진적 변화다. 요약하면 사회구성원이 공통으로 변화를 기대하고 정책 담당자가 목적에 부합하는 정책을 만들 수밖에 없도록 내외부적 경쟁과 인센티브 구조가 있어야 하며, 이러한 변화가 급진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중에서 노스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제도를 만드는 정치권에서 경쟁의 존재다. 구성원을 만족시키기 위해 서로 더 나은 정책을 만들기 위해 정당 간, 사회 조직 간 경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출산 대책이 헛돌지 않도록 정치 주체 간 경쟁이 살아날 수 있게 정치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너무 먼 데서 답을 찾는 것일까?

윤덕룡 한반도평화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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