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여진 쿼드자산운용 PEF운용본부 매니저 연세대 경영학, 전 신영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엄여진
쿼드자산운용 PEF운용본부 매니저 연세대 경영학, 전 신영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바이오 주식 투자 초보자에게 도움을 주고자 3회에 걸쳐 쓴 연재가 입문편과 심화편을 거쳐 실전편에 이르렀다. 마지막 글에서는 ‘현명한 바이오주 매수·매도 방법’을 차근차근 설명하겠다.

바이오 기업 주가가 오르는 양상을 보면 통상 임상 승인, 허가 승인, 기술 수출(라이선스 아웃) 등의 희소식에 힘입어 재평가받는 경우가 많다. 모든 바이오 투자자가 꿈꾸는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이런 호재가 나오기 직전에 사서 호재 발표 직후에 파는 것이 아닐까. 실제로도 곧 호재가 임박했다는 언론 보도나 기업 IR(투자 설명회), 증권사 리포트 등은 부푼 꿈의 투자자 욕심을 더욱 부추긴다.

그러나 짧은 시간에 수익률을 극대화하겠다는 욕심에 검증되지 않은 온갖 소식을 쏟아내는 바이오주를 전전하며 베팅하는 건 최악의 투자법이다. 일단 사전 정보를 이용한 선행 매매 자체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가능하더라도 법을 어기는 행위라서 적발되면 처벌 강도가 세다. 투자자의 막연한 기대심리를 이용한 루머에 휩쓸리기 쉬운 만큼 애초에 소문에 근거한 투자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바이오 투자는 기대수익이 큰 만큼 리스크도 변동성도 크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앞서 입문편과 심화편에서 강조했듯이 바이오 주식 투자의 기본은 기업의 적정 가치를 산출하는 가치평가(밸류에이션)다. 주식을 저가에 매수하고 고가에 매도하려면 현재 주가 수준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상당수 바이오 기업이 매출과 이익이 없고 적자 상태여서 주가 평가에 일반적인 재무 지표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해당 기업의 파이프라인(연구개발 프로젝트) 밸류에이션을 통해 적정 가치를 산출한 다음 이를 현 주가 수준과 비교하는 작업부터 해야 한다.

바이오 종목을 매수하기 전 기업의 적정 가치를 이미 산출했다면, 주가가 적정 가치에 도달했을 때를 매도 타이밍으로 잡는 건 어렵지 않다. 오히려 매도를 앞두고 투자자의 고민이 깊어지는 경우는 라이선스 아웃 같은 호재가 튀어나와 주가가 급등할 때다. 이런 순간에도 매도해야 할지 더 보유해야 할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밸류에이션과 비교해 주가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가늠하는 것이다.

많은 바이오 투자자가 주가가 급등할 때 섣불리 매도에 나섰다가 후회한다. 바이오 기업은 오랫동안 저평가를 받다가도 연구개발(R&D)에서 인정받을 만한 실적이 나오면 며칠 동안 연속해서 상한가를 찍는 경우가 많다. 바이오 종목을 장기 투자한 투자자 가운데 정작 수익률은 생각보다 높지 않은 원인이 여기에 있다. 대부분 매도 타이밍을 잘못 잡아서다. 오랜 기다림의 결실을 얻으려면 미리 판단해둔 매도 가격을 원칙적으로 지키는 것이 좋다.

바이오 기업 투자에서 가장 까다롭고 어려운 일은 매수 타이밍을 포착하는 것이다. 매수 가격이야 밸류에이션 가격보다 낮을 때 사면 되겠으나, 문제는 목표 주가까지 도달하는 시간을 예상하는 게 쉽지 않아 언제 사야 할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바이오 기업의 R&D 일정은 예측 가능성이 상당히 떨어진다.

예를 들어 임상 결과가 언제 발표될지, 허가 승인이 언제 나올지 등은 예상 시기보다 몇 년씩 늦어질 수 있다. 라이선스 아웃 시기는 거의 예상이 불가능하다. 임상시험 과정에서 돌발 변수가 발생해 임상이 지연되거나 결과 발표가 늦어지는 일도 많고, 일부 조건을 바꿔 임상을 재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투자하려는 기업의 계획이나 다른 유사 기업의 경우로 임상 기간을 추정하는 건 많은 오류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결국 시간이 가장 큰 적이라는 말인데, 여윳돈이 많다면 문제 되지 않겠으나 대부분은 마냥 돈을 묻어둘 수 없는 노릇이다.

간혹 회사의 IR이나 임상 사이트 등에서 얻은 정보로 그 시기를 예측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정확하지 않다. 수많은 변수로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이 부지기수다. 실제로 바이오 기업 IR 담당자에게 가장 많이 하는 투자자 항의 내용은 ‘왜 R&D가 계획보다 지연되느냐’는 것이라고 한다. 기업 IR이나 공시가 제때 정확히 이뤄진다면 참 좋겠으나 현실이 그렇지 않으니 투자자로서는 미리 불확실성을 예상하는 편이 현명하겠다.

결국 매수 타이밍은 투자자의 여유 자금 규모와 투자 가능 기간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아쉽지만 바이오 업종 같은 고위험·고수익 종목은 자금력 있는 사람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만약 이런 여유가 없다면 투자 심리가 긍정적일 때나 호재성 이슈가 나왔을 때 밸류에이션 가격과 비교해 추가 상승분을 노리고 들어가는 방법이 가장 무난하다. 상승 여력이 큰 상장 초기의 바이오 종목을 노려보는 것도 방법이다.

오랜 기다림의 결실을 얻으려면 미리 설정해둔 매도 가격을 원칙적으로 지키는 것이 좋다.
오랜 기다림의 결실을 얻으려면 미리 설정해둔 매도 가격을 원칙적으로 지키는 것이 좋다.

공부하면 기회 생긴다

바이오 업종 내에서 주목받는 특정 기술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도 효과적일 수 있다. 특정 분야의 기술이 대규모 라이선스 아웃을 하고, 그 분야에 해당하는 유사 기업들이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국내 대형 제약사가 약물 지속형 기술을 수출한 직후 국내 증시에서 약물 지속형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높은 밸류에이션을 적용받은 사례가 있다.

바이오 기술 동향까지 공부하는 투자자라면, 선진국 증시에서 주목하는 기술 분야에 해당하는 국내 기업을 찾아 미리 투자하는 전략도 생각해볼 만하다. 국내 증시도 궁극적으로 글로벌 기술 동향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가장 획기적인 항암제 기술로 주목받는 면역세포치료제 분야의 경우 NK세포 치료제, CAR-T 치료제, TIL 치료제, TCR-T 치료제순으로 개발돼 왔는데, 최근 바이오 선진국에서는 CAR-T 치료제의 단점을 극복한 TIL 치료제와 TCR-T 치료제가 크게 주목받고 있다. 이를 참고해 유사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투자 아이디어다.

바이오 주식은 일반 주식과는 매매 패턴이 다르고 변동성이 과도하게 큰 경우가 많다. 밸류에이션 분석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실제 투자 시 부화뇌동하기 쉽다. ‘밸류에이션 결과에 따라 주가가 저평가돼 있지 않다면 아예 접근하지 않겠다’는 식의 원칙을 세우고 이를 꼭 지키며 투자해야 한다. 밸류에이션부터 실제 매매까지 철저한 대비를 해둔다면 그만큼 수익을 안겨준다는 점이 바이오 주식 투자의 가장 큰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