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회복과 부동산 시장 안정화는 이번 정부 초기부터 가장 우선적이고 중요하게 다뤄져 왔던 정책 목표다. 그런데 최근 이 두 가지 정책 목표 모두 좌초될 지경에 이른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고용 회복 실패는 한국 경제 전반의 성장 잠재력 약화로 일자리 창출 능력이 점차 둔화하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겹친 상황을 고려해보면 변명의 여지는 있어 보인다. 한편으로는 재정적인 부담이 클 뿐 아니라 단기적인 일자리만 양산한다는 비판도 일각에서는 있지만, 대규모 공공 일자리와 실업 대책이 그나마 버팀목 역할을 해 주고 있어서 다행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 문제는 급증한 유동성과 투기 세력의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번 정부에서만 25번에 이르는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안정화되기는커녕 불안감만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최근에서야 수요 억제에서 공급 확대로 규제정책 방향이 선회해 시장의 기대가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예정지 땅 투기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정책 신뢰성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

이번 생은 망했다는 의미의 ‘이생망’, 청약 자체를 아예 포기한 20~30대를 가리키는 ‘청포족’, 영혼까지 끌어모아 내 집을 마련한다는 ‘영끌’과 같은 신조어가 등장하고 있다. 가뜩이나 주택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 입장에서 보면 공공 부문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해 구제해 주지는 못할망정, 이런 불미스러운 일을 겪게 한 것에 대한 허탈함과 분노가 교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아울러 지금까지 주거 걱정이 없도록 해주겠다는 정책 당국의 호언장담을 그대로 믿었던 스스로에 대한 회의마저도 들었을 것이다.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의 각 지역 대표자와 주민들이 3월 10일 오후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의 LH 직원 투기 의혹 토지 앞에서 LH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의 각 지역 대표자와 주민들이 3월 10일 오후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의 LH 직원 투기 의혹 토지 앞에서 LH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시장 신뢰 붕괴 막아야

물론, 우리는 너 나 할 것 없이 공정성에 대해서는 특별히 민감하고 타인의 악행에 분노하기 쉬우면서도 부패의 유혹에는 취약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처럼 부패가 공공 부문에서 발생한 것이라면 문제의 성격은 전혀 달라진다. 거의 독점에 가까운 정보를 활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하려는 이른바 지대추구 행위(rent seeking behavior)가 개인이나 기업 등 민간 부문에서 발생해도 문제지만, 공공 부문의 경우에는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우리 사회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확산시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를 포함한 공공 부문 전반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한꺼번에 붕괴시킬 수 있어 더 위험하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포함한 수많은 대내외 여건상의 불확실성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크고 강력한 정부를 용인할 정도로 공공 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공공 부문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붕괴하면 일자리든 주거 문제든 발생할 모든 피해가 고스란히 우리 모두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처럼 공공 부문의 부패가 우리 경제나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부패 의혹이 공공 부문 전반에 대한 신뢰 붕괴로 이어지지 않기를 희망한다. 신뢰 상실에 의한 공공 부문의 기능 위축 등이 현재의 위기 극복 시기를 지연시키거나, 또 다른 위기로 전이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의미다.

아무쪼록 우리 공공 부문이 사적인 동기를 우선시함으로써 공공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회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게 시급하다. 동시에 오롯이 도덕적 동기에 근거해 공익에 이바지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도록 노력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