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고려대 외교학,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 전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고려대 외교학,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 전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

한동안 거침없이 오르던 서울 지역 아파트값이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경기도나 인천은 여전히 오름세를 보이지만 수도권 아파트 시장에 영향을 주는 서울의 오름세 둔화는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시장은 어떻게 펼쳐질까. 공시가격 대폭 인상에 따른 보유세 증가, 양도세율 변화, 보궐선거, 시중 금리 상승 등 여러 요인을 감안해볼 때 서울 지역은 당분간 진정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둔화하는 서울 아파트값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3월 1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06% 올라 상승 폭이 전주 0.07%보다 낮아졌다. 연간 상승률로 환산하면 3% 수준이다. 이는 6주째 상승 폭이 둔화한 것이다. 다만 경기(0.37%)와 인천(0.36%) 아파트 가격은 여전히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서울 집값이 비싸 상대적으로 저렴한 곳으로 내 집 마련 수요가 이동한 데다 GTX 등 개발 기대감이 반영된 때문이다. 지방은 3주 연속 아파트 가격이 0.19% 오르며 횡보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크게 둔화한 것은 거래량에서도 나타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3월 1~23일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756건이다. 이런 추세라면 3월 전체로 적으면 1000건, 많아야 2000건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거래량 4419건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12월 7520건에 달했으나 올 1월 5747건, 2월 3652건으로 둔화하고 있는 추세다.

거래량 둔화는 곧 수요자의 심리를 그대로 투영한다. KB국민은행 리브온에 따르면 3월 15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82.4로 집계됐다. 이는 전주(90.3)보다 7.9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지난해 11월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매수우위지수는 0~200 범위에서 지수가 100을 초과하면 ‘매수자가 많다’는 의미이고 100 미만이면 ‘매도자가 많다’는 뜻이다.

매수세가 줄다 보니 매물은 늘어나는 모습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3월 1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4만5991개로 한 달 전인 2월 19일(4만135개)보다 5856개(14.5%) 늘었다.


수요 공백, 장기 상승 피로감, 전세 시장 진정 영향에 숨 고르기

아파트 매수세가 숨 고르기에 나선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신규 수요의 둔화다. 지난해 집값이 더 오를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초조감에서 많은 수요자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에 나섰다.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시기를 앞당겨 서둘러 매수에 나서다 보니 올해 들어서는 수요 공백이 나타난 것이다. 다시 말해 공포적 매수라고 할 수 있는 패닉바잉이 올 들어 진정된 것이다.

둘째, 집값이 장기간 오르면서 피로감도 크게 작용했다는 점이다. 서울과 수도권은 올해까지 오르면 햇수로 8년째 상승이다. 통계가 아닌 실거래가 기준으로 보면 이보다 더 길다.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저점은 하우스푸어(무리한 대출로 집을 사 이자 부담 등으로 빈곤하게 사는 사람들) 사태가 극에 달했던 2012년 4분기로 기억하는데, 그때부터 따지면 10년째다. 그 이전까지 최장기 상승 사이클은 5년을 넘지 않았다. 하우스푸어 사태 이후 지금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적게는 두 배, 많게는 세 배 올랐다.

셋째, 전세 시장이 진정된 것도 한 요인이다. 지난해 7월 말 임대차 3법이 시행된 뒤 전세 재계약이 늘면서 유통 매물이 감소했다. 이 바람에 시장에 매물잠김효과가 나타나면서 전세난이 극심했다. 매매 시장도 전세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세입자들이 전세를 찾아나섰지만 매물이 귀하고, 아파트 가격이 매매 가격에 근접해 아예 집을 사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른바 전세난 회피 수요였다.

하지만 요즘은 전세난이 진정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 3월 15일 기준 서울 아파트의 전세 가격은 전주 대비 0.05% 올라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작년 6월 첫째 주(0.04%) 이후 9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전세난이 완화되니 집을 사는 사람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요즘 매매 시장과 전세 시장은 서로 맞물려 돌아간다. 두 시장의 동조화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올해 집값은 전문가에게 묻지 말고 전세 시장에 물어보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전세 시장이 진정되면 이는 여전히 고공비행하는 수도권 집값도 계속 오르기 힘들다는 것을 시사한다.


3월 16일 서울 응봉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사진 연합뉴스
3월 16일 서울 응봉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사진 연합뉴스

금리 변수 이제는 고려해야

우리나라 국채 10년물이 3월 들어 연 2.1%대까지 올랐다가 소폭 하락, 3월 23일 현재 2.0% 정도에 머물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해 1.2%까지 떨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급등한 것이다. 통화 당국에서 당분간 기준금리를 올리지는 않겠지만 시장 금리는 선반영돼 오를 수 있다.

이 여파로 대출 금리가 크게 인상되어 금리 부담이 임계점에 이른다면, 부동산 시장의 거래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지금 부동산 시장 호황은 통화량 팽창에 따른 유동성 장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금리에 민감하게 움직일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광의통화인 M2는 3224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9년 10월(10.5%)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현 정부 들어 30% 이상 늘어났다. 경기 진작을 위해 푼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가격이 많이 부풀려졌다.

그런데 일각에선 돈이 많이 풀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나타나면 현물 자산인 부동산 보유 심리가 강해져 오히려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라면, 달걀 등 장바구니물가가 치솟는데 아파트값도 오르지 않겠느냐는 기대다.

개인적으로 논리적 비약일 수 있다고 본다. 집값 상승 초기라면 인플레이션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지금은 아파트 가격이 어깨 이상으로 올라, 한계가 있다. 오히려 시중 금리 상승에 따른 부정적 효과가 인플레이션보다 더 강할 수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서울 아파트값은 당분간 ‘매수세 둔화-거래 위축-가격 상승세 둔화’라는 전형적인 숨 고르기 양상을 보일 것이다. 서울 아파트 시장에 세금 변수도 있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9.91% 올라 보유세(과세 기준일 6월 1일) 부담이 크게 늘었다. 더욱이 6월 1일부터 서울과 같은 조정대상지역에서 다주택자의 양도세율이 10%포인트 늘어난다. 따라서 보유세와 양도세를 줄이기 위해 5월 말 잔금을 치르는 조건으로 매물이 늘어날 수 있다. 계약부터 잔금까지는 한 달 이상 걸린다. 따라서 절세 매물이 3월 말부터 4월 말까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매물은 급매 성격을 띤 절세 매물이 될 것이다.

다만 지난해 이미 자녀에게 증여하거나 시장에 매각한 다주택자가 많아 절세 매물이 쏟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서울시장 보궐 선거 결과에 따라 시장 흐름이 일시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과거에도 그랬듯이 선거는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너무 큰 무게를 두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본격 조정이나 추세적 하락으로 보기는 힘들 것 같다. 일부 비관론자는 이번 2분기를 대세 하락의 분기점으로 보기도 하지만 아직 그렇게 판단하기에는 이른 것 같다. 일부 지역에서 거래 가격이 낮게 형성되고 있지만 또 다른 지역에서는 신고가 거래도 나타나고 있어서다. 지금 서울 아파트값이 꼭지인지 여부는 지나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장기 상승에 따른 피로감이 시장을 짓누르고 있고 고평가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꼭지 여부를 떠나 보수적인 판단이 필요할 것 같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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