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설명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후 미·중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미국은 주요 7개국(G7) 및 쿼드(Quad) 정상회의를 통해 ‘민주주의’를 앞세우며 권위주의 체제인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3월 22일(이하 현지시각)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는 중국 서부 신장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규탄하며 중국 관련 인사를 제재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3월 25일 유럽연합(EU) 회원국 정상과 화상회의를 갖고 중국·러시아에 대한 공동전선 구축에 나섰다. 정상회의 이틀 전 열린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스톨텐베르크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 간 회담에선 아프가니스탄 문제, 러시아와 중국의 해로운 행위와 허위정보 시도에 대한 우려, 군축, 지역 안보 문제 등이 논의됐다. 중국 또한 반격에 나섰다. 주중 EU대사를 외교부로 불러들이고, 10명의 유럽 정치인과 학자의 중국 입국을 금지하는 맞보복을 발표했다. 또 방대한 내용의 ‘2020년 미국 인권침해 보고서’를 공개해 미국의 인권 상황이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은 군(軍)과 일부 국유기업 직원들에게 미국 테슬라가 만든 전기차를 타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3월 19~20일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미국 바이든 정부와 중국의 첫 고위급 회담은 난타전 끝에 공동성명도 없이 끝났다. 필자는 미국과 중국 모두 협력한다면 코로나19 대응, 기후 변화 등에 있어 더 많은 것을 얻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제프리 삭스(Jeffrey D. Sachs) 컬럼비아대 교수, 현 컬럼비아대 지속가능개발센터 디렉터,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제프리 삭스(Jeffrey D. Sachs)
컬럼비아대 교수, 현 컬럼비아대 지속가능개발센터 디렉터,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미국의 외교정책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줄곧 단순한 발상에서 비롯됐다. 2001년 9·11테러 이후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이 한 발언이 이를 가장 잘 보여준다. 부시 전 대통령은 당시 “미국과 같은 편이든, 반대편이든 둘 중 하나다. 미국이 주도하고 동맹국은 이를 따라야 한다. 미국은 반대하는 국가들에 대해 분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생각은 간단하지만, 지나치게 단순하다. 구시대적이다. 지금의 미국은 완강한 적국에만 맞서지 않는다. 또 미국은 예전처럼 동맹관계에서 우월한 지위를 가지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기괴한 리더십을 보였다. 그는 다른 국가들이 미국의 정책을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 모욕, 협박, 일방적 관세, 경제 제재를 일삼았다. 다자주의 원칙은 완전히 무시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대한 미국 내 반발은 놀라울 정도로 적었다. 그의 반중 정책은 반대보다는 더 많은 공감을 얻었다. 재앙에 가까운, 비인간적인 결과를 초래한 미국의 이란과 베네수엘라를 향한 제재에 대한 저항도 약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외교정책은 그에 비하면 ‘신의 선물’에 가깝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식 직후 ① 파리기후변화협정 복귀와 세계보건기구(WHO) 재가입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은 ② 유엔(UN) 인권이사회에도 복귀했으며, 2015년 이란과의 핵합의를 복구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아주 환영할 만하고, 존중할 만한 조치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보여준 대중 외교정책 그리고 리더십은 문제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2월 19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및 뮌헨안보회의 연설은 초창기 바이든 행정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창구다. 다만, 여기에는 우려할 만한 3가지 사항이 있다.

우선, 미국 내부 문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세계 리더로서 ‘미국이 돌아왔다’고 주장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미국은 이제 겨우 다자주의로 회귀하고 있다. 미국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은 엉망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남긴 수많은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 그럼에도 동시에 7500만 명의 미국인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표를 준 이유도 되짚어봐야 한다. 공화당에 퍼져 있는 백인우월주의 문화를 인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두 번째로 바이든 대통령이 “20세기와 마찬가지로, 21세기에도 유럽과 미국의 파트너십은 우리가 성취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위한 초석이었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고 말한 것은 의문이다. 과연 그럴까. 필자는 유럽연합(EU)의 열렬한 지지자이지만, 미국과 EU의 인구는 세계 인구의 10%에 불과하다. 미국과 유럽을 아우르는 나토 회원국은 세계 인구의 12%를 차지한다.

미국과 유럽의 동맹은 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주춧돌 중 하나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대서양 연안 국가들의 동맹은 ‘우리가 성취하고자 하는 모든 것’의 초석이 될 수도 없고, 21세기에는 그래서도 안 된다. 우리는 북대서양이나 혹은 다른 지역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공유할 수 있는 글로벌 수준의 규범이 필요하다.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동한 인종주의와 제국주의를 장시간 인내했다.

세 번째로, 바이든 대통령이 “4차 산업혁명부터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까지 우리가 직면한 도전에 대처하는 데 독재정치(권위주의)가 최선이라는 이들과 민주주의가 필수적임을 이해하는 이들 사이에서 우리는 변곡점에 서 있다”며 “반드시 민주주의가 승리해야 한다”고 역설한 점도 우려된다. 이는 중국, 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에 맞선 ‘민주주의 국가의 연대’를 촉구한 발언이다. 이러한 인식은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간 이데올로기적 갈등을 전제로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장기적으로 함께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경쟁에 대해서는 “환영한다”며 “우리의 동맹인 인도·태평양지역과 함께, 유럽과 미국이 지난 70년 넘게 힘겹게 만들어 낸 글로벌 시스템을 믿기 때문”이라 했다.


2012년 당시 부통령이던 조 바이든(오른쪽) 미 대통령과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습. 사진 블룸버그
2012년 당시 부통령이던 조 바이든(오른쪽) 미 대통령과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습. 사진 블룸버그

미국은 중국과 장기적인 이념전쟁을 치러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상호적이지 않다.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려 한다는 미국 보수주의자들의 주장은 워싱턴에서 초당적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중국의 목표는 권위주의가 민주주의보다 낫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것도, 2017년 미국 국가안보전략보고서가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미국의 안보와 번영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도 아니다.

올해 1월 세계경제포럼에서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설을 생각해보자. 시 주석은 권위주의의 장점에 대해서도, 민주주의의 실패 혹은 두 정치 체제 간의 갈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시 주석은 세계가 직면한 도전을 4개의 중점과제로 분류하며 다자주의를 기반으로 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시 주석은 세계 지도자들에게 “거시경제 정책의 조화와 강력하고, 지속가능하며, 균형을 갖춘 포용적인 세계경제 성장을 이룩하자”고 촉구했다. 또 “이념적 편견을 없애고 평화적 공존과 상생협력의 길을 따르자”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간극을 줄이고 모두를 위한 성장과 번영을 가져오자”고 했다. 마지막으로 “(모든 국가가) 함께 모여 세계적 도전에 대응하고 인류를 위한 더 나은 미래를 함께 만들자”고 했다. 시진핑이 언급한 국제협력의 길은 ‘개방과 포용’ ‘국제법과 국제규범’ ‘협의와 협력’을 요구한다. 그는 시대에 맞춰가는 것의 중요성을 주장한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 측의 적대적 언사는 ③ 자기충족적 예언을 만들기 위함이다.

미국은 중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와의 협력에서 더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미국 보수주의자들은 협력이 비겁하다고 반복적으로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 미국과 중국은 평화, 더 넓은 시장, 더 빠른 기술 발전, 무기경쟁의 완화,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일자리 회복, 기후 변화에 대한 노력 등 협력을 통해 얻을 것이 많다. 세계의 정치적 긴장이 완화될 때 비로소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부의 역량을 불평등, 인종주의, 불신에 대응하는 데 쏟을 수 있을 것이다.


Tip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도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기로 한 국제적 약속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은 기후 변화를 거짓말로 여기며 2017년 5월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반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기후 변화를 위기라고 표현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인 지난 2018년 6월 유엔 인권이사회를 탈퇴했고, 2019년과 2020년 채택된 북한 인권 결의에서도 빠졌다. 하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2월 인권이사회에 복귀했다.

미래에 대한 기대와 예측에 부합하기 위해 행동해 실제로 기대한 바를 현실화하는 현상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