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설명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선진국보다 방역 인프라가 미흡한 저소득국 국민이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다. 4월 9일(이하 현지시각)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선진국과 저소득국 사이에 코로나19 백신 수급 격차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빈곤국의 방역망이 뚫리면 이는 전 세계 방역망이 뚫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선진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코로나19를 종식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고 있다. 3월 19일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력을 키워서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에 부닥친 저소득 국가를 지원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G7 재무장관회의 의장국인 영국은 이날 화상회의 후 배포한 성명에서 “IMF 특별인출권(SDR)을 신규로 상당 규모 배분하는 방안을 지지하기로 합의했다”라고 밝혔다. SDR은 IMF로부터 유동성을 인출할 수 있는 권리다. SDR 신규 배분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2009년에 마지막으로 시행됐다. 저자는 G7의 이 같은 방안을 지지하며 IMF를 통해 주요 20개국(G20)이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프리 삭스(Jeffrey D. Sachs) 컬럼비아대 교수, 현 컬럼비아대 지속가능개발센터 디렉터,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제프리 삭스(Jeffrey D. Sachs)
컬럼비아대 교수, 현 컬럼비아대 지속가능개발센터 디렉터,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4월 11일(이하 현지시각) 폐막한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례 춘계 회의는 글로벌 금융 협력에 대한 역사적인 전환점의 기회를 마련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그리고 중국 등 주요 20개국(G20)은 이미 6500억달러(약 741조원) 규모인 IMF ① 특별인출권(SDR)을 새로 배분해 저소득 또는 중간소득 국가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맞설 수 있는 수단을 갖추고 경제 회복을 이끌 수 있도록 하자는 데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리더십과 대담함 그리고 창의성을 모두 갖춘 이번 글로벌 금융 협력은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을 종식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팬데믹 종식의 핵심은 집단 면역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인 SARS-CoV-2가 처음 발견되고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시퀀스)이 완료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미국과 영국, 독일, 러시아, 중국 그리고 인도를 포함한 각국 정부의 재정 지원은 일부 기업들이 안전하고 효과적인 코로나19 백신을 출시하는 데 기여했다. 백신 제약사와 신속하게 협상해 유리한 계약을 따낸 부유한 국가들은 지금까지 대부분의 계약 물량을 받아 왔다. 그러나 팬데믹을 종식하기 위해서는 지구상의 모든 국가가 가능한 한 빨리 포괄적인 백신 접종을 완료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이는 2022년 말까지는 완료돼야 할 것이다.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아 재정 지원을 포함한 강력한 글로벌 협력이 필요하다. 또한 그 긴급성을 전 세계 모든 국가 지도자가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전 세계 어디에서든 코로나19가 높은 감염률로 이어지는 한, 팬데믹은 전 세계 생산, 무역, 관광 산업을 계속 위태롭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백신 접종으로 획득된 면역력을 무력하게 할 위험성이 있는 바이러스 돌연변이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코로나19가 앞으로 몇 년간 건강과 보건 등 거대한 경제적 비용을 유발하면서 만성화하는 상황이다. ②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최근 강조한 것처럼, 모든 국가는 팬데믹을 종식시키는 데 강한 열망을 공유하고 있다.

모든 국가의 백신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③ 코백스 퍼실리티(이하 코백스)를 포함한 ‘코로나19 대응 국제 협력 이니셔티브(ACT-A)’가 지난해 마련됐다. ACT-A는 코로나19에 대한 전 국가적 통제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ACT-A는 백신 보급과 바이러스 검사 및 치료에 대한 계획을 수립했는데, 이 계획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시급히 강화돼야 한다.

첫째, ACT-A가 현재 설정한 운영 목표인 ‘올해 말까지 모든 국가별 인구의 27% 집단 면역 달성’을 ‘2022년 말까지 모든 성인의 백신 접종’으로 강화해야 한다. 이는 팬데믹을 종식시키고 신종 돌연변이 발생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둘째, 상향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현재 ACT-A는 2021년 운용할 자금조차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각국 정부에 할당해 110억달러(약 12조5400억원)를 모금했지만, 여전히 220억달러(약 25조800억원)의 재정이 부족하다. 이 부족분은 2022년 말까지 이뤄져야 할 계획 실행을 지연시킬 것이다.

현재의 백신 부족 사태는 백신에 프리미엄 가격을 지불하는 등 ④ 백신 확보를 위한 대기 행렬에 각국이 앞다퉈 뛰어들게 하고 있다. 이는 최빈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가 공정하고 시기적절하게 백신 접종을 달성할 수 있도록 서둘러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2022년 말까지 보편적 백신 보급과 코로나19 관련 물품 보급을 보장하기 위해 ACT-A에 필요한 추가 금액은 500억달러(약 57조원) 수준이다. 이 금액은 팬데믹 종식이 가져올 전 세계적인 혜택과 고소득 국가의 막대한 코로나19 관련 지출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실제 미국 정부는 2020년 3월부터 2021년 3월까지 500억달러를 긴급 지출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ACT-A에는 2022년까지 백신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전방위적 재원 지원이 필요하다. 백신과 일부 다른 물품의 생산 확대를 위해 6~12개월의 기간이 소요된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ACT-A가 제조사와 협력해 필요한 공급량을 보장할 수 있도록 500억달러가 향후 몇 주 내에는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유일한 방법은 IMF가 SDR 배분을 확대해 재원을 마련하는 것일 것이다.

SDR이 신규 배분되면 200억달러(약 22조8000억원)의 신규 적립금이 최빈국으로 직행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부유한 국가들에 배정된 약 1000억달러(약 114조원) 혹은 그 이상이 IMF의 장기 저금리 대출로 재배치될 수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G20 정부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선진국이 빈곤국을 돕는 방안을 제안해 왔다. 사진 블룸버그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G20 정부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선진국이 빈곤국을 돕는 방안을 제안해 왔다. 사진 블룸버그

인류를 위해 협력할 기회 잡아야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G20 정부들과 긴밀하게 새롭고 가능성 있는 접근법을 고안해 왔다. 특히 훌륭한 아이디어는 SDR을 사용해 IMF의 ⑤ 빈곤감축·성장기금(PRGT)을 강화하는 것이다. 중요한 선례도 있다. IMF는 2015년 아프리카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에 에볼라(Ebola) 바이러스 통제 자금을 긴급 지원하기 위해 재난·봉쇄 구호 기금(CCR·Catastrophe Containment and Relief)을 조성했다. PRGT는 ACT-A에 자금을 대는 등 코로나19 통제 조치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

ACT-A는 현재 코백스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세계 92개 저소득·중간소득 국가들에 2022년 말까지 백신, 진단키트, 치료제 등을 공급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의 구체적인 규모를 추정하고 있다. 향후 몇 주 내에 2022년 말까지 모든 국가의 코로나19 지급 균형 요구에 대한 합리적인 계획이 나와야 한다.

역사적으로 ⑥ IMF는 국가 간 수지 불균형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IMF 자금 조달에 대한 접근은 개별 국가뿐 아니라 전 세계의 안전과 거시경제 안정을 가져올 것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 EU, 일본, 영국 등 주요국 정부는 인류를 위해 효과적으로 협력할 중요한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


Tip

특별인출권(SDR)이란 국제통화기금(IMF) 가입국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을 때 담보 없이도 인출할 수 있는 가상 통화를 말한다. 신용 경색이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 회원국의 외환보유액을 보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16년부터는 중국 위안화가 SDR 통화에 편입됐다. 현재는 미국 달러, 유럽 유로, 중국 위안, 일본 엔, 영국 파운드가 SDR 통화 바스켓을 구성하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4월 6일(현지시각) 화상으로 개최된 IMF·세계은행(WB) 춘계 회의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로 전 세계가 큰 타격을 입었으며, 수년간 이룬 빈곤국의 진전이 후퇴하지 않도록하는게 선진국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코백스 퍼실리티는 선진국이 빈곤국에 백신이나 치료제 등 필수 의약품 공급을 지원해주기 위해 공동 구매, 배분하는 국제 공동체다. 참여국들이 내는 돈으로 제약 회사와 백신 선구매 계약을 하고, 개발이 완료되면 백신을 공급받는 형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8억2000만 회분 이상의 코로나19 백신이 투여됐지만, 백신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고 있다. 이 때문에 각국은 자국민에게 백신을 투여하기 위해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영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자국 내 우선 공급했으며, 유럽연합(EU) 반출 제한으로 인접국과 갈등을 빚었다. 캐나다는 총인구 6배 규모의 백신 물량을 계약했고, 미국도 계약 물량이 인구의 5.5배에 이른다.

빈곤감축·성장기금(PRGT·Poverty Reduction and Growth Trust)은 IMF가 최빈국을 지원할 수 있도록 마련된 기금이다. 소득 수준이 높은 개발도상국은 IMF의 저금리 또는 무이자 대출받는 것이 제한된다.

IMF는 국가 간 수지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45년 설립됐다. IMF는 국제 무역 규모, 소득 수준 등을 기준으로 정해진 회원국 정부의 출자로 운영된다. 회원국은 일시적인 국제 수지 불균형이 발생할 경우 필요한 외환을 IMF로부터 자국 통화로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