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G전자(이하 LG)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 결정은 모토롤라, 노키아, 소니 등 한 시대를 주름잡던 기업들의 스마트폰 사업 실패에 더한 대기업 사업 실패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첨단 산업의 역동성과 글로벌 경쟁의 현상 이면에 담겨있는 LG 스마트폰 사업의 철수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스마트폰 산업의 특징 중 눈에 띄는 것은 이익의 승자독식 현상이다. 글로벌 대기업들이 경쟁하는 스마트폰 산업에서 애플과 삼성전자를 빼면 실질적으로 이익을 내는 기업이 거의 없다. 이 두 회사의 시장 매출 점유율은 50%를 조금 상회하지만, 이익 점유율은 90~105%를 오가고 있다. 특히 수량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이 15% 정도 되는 애플의 이익 점유율은 70% 후반으로 이익의 쏠림 현상이 심하다. 애플과 삼성의 이익 과점 현상은 이 두 회사가 프리미엄 시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가 시장은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이익을 내지 못한다.

그 이유는 이 산업이 매년 새로운 디자인으로 승부하는 창의성 경제에 속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이 산업은 과거 규모의 경제를 앞세우는 대량생산의 원가경쟁력으로 승부하는 산업이 아니다. 쓰던 멀쩡한 기계를 버리고 새로운 것을 구매하도록 소비자의 욕망을 자극하는 혁신성과 디자인이 누적돼 프리미엄 브랜드가 돼야 돈을 버는 산업이다.

이제 과거처럼 설비와 자본의 힘으로 시장을 지배하지 못한다는 것을 LG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가 보여준다. 모토롤라, 노키아, 소니 그리고 잠시나마 스마트폰 사업의 꿈을 꿨던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등 그 어떤 기업도 설비와 자금이 부족해서 사업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첨단 산업에서 경쟁력의 원천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바로 소비자의 가슴을 설레게 할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을 설계할 수 있는 디자인 경쟁력이 실패와 성공을 가른다는 점이다.

미국 보스턴대학의 제임스 베센 교수는 2000년 이후로 모든 산업에서 일등 기업과 나머지 기업과의 생산성과 이익 격차가 급격하게 벌어지는 현상을 발견하고 이를 ‘슈퍼스타 경제화’라고 명명했다. 즉, 이러한 현상은 이제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보편적 현상이라는 의미다. 성과의 급격한 양극화는 일등 기업의 직원들이 월등한 처우를 받도록 한다. 이는 우수한 인력들을 일등 기업이 독점하게 하고 이것이 더 좋은 제품을 디자인하는 선순환을 만들어 낸다고 베센 교수는 설명한다.

일례로 구글은 300억원 이상의 비용을 들여 한국에서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간 세기의 대결을 벌이도록 해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이 비싼 캠페인으로 당시까지 AI의 일등으로 알려진 IBM의 왓슨보다 구글의 AI가 훨씬 앞선 기술이라는 것을 만천하에 광고할 수 있었다. 알파고를 만든 구글의 AI 자회사 딥마인드 테크놀로지는 글로벌 천재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AI, 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갖춘 인재들은 이제 실리콘밸리는 물론 중국과 유럽 등 원하는 곳으로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쉽사리 이주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핵심 인재 중심의 경쟁력 확보전에 불이 붙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창의성 경제 맞는 인사 관리 혁신 도모해야

한편, 한국의 대기업 집단은 점차 신입사원 공채 제도를 포기하고 있다. 대기업 집단이 공채 제도를 활용한 배경에는 시장에서 필요한 인재를 원활하게 공급받을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내부 교육을 통한 인력 육성의 필요성과 고성장 시대에 우수 인력을 조기에 확보한다는 목표를 결합한 제도로 이 문제를 극복했던 것이다.

하지만 한국 교육의 질이 높아지고, 평생직장이라는 노동 시장의 관행이 무너지고, 우수 인력을 글로벌 시장은 물론, 한국에서도 손쉽게 채용할 수 있는 환경에서 공채 제도를 고집할 이유가 없어졌다.

이 모든 현상은 핵심 인재 중심의 창의성 경제로 급격하게 진입하고 있고, 슈퍼스타 경제의 변화가 노동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LG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는 급격한 기술 변화 속에서 전략적 민첩성과 함께 핵심 인재가 경쟁력의 근본 자산이라는 것을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사례다. 시대에 맞는 인사 관리의 혁신을 도모할 때라는 것이 이번 사례가 시사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