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보급 확대로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국가별, 지역별 경기 회복 속도는 차이가 크다. 유럽과 일본은 여전히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지만, G2(미국과 중국)는 기대를 뛰어넘는 수준의 회복력을 보인다. 경기 회복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쪽은 여전히 방역과 경기 부양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반면 경기 회복 속도가 빠른 쪽은 서서히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실제 최근 미국에서는 끊임없이 금융통화정책 정상화 일정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전 의장이자 현 재무부 장관인 재닛 옐런의 최근 금리 인상 필요성에 관한 발언은 의외였다. 옐런 장관은 5월 4일(현지시각) 미국 시사 월간지 ‘애틀랜틱’ 주최로 열린 ‘미래 경제 서밋’에서 “경제가 과열되지 않도록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 수 있다”라고 했다. 현 Fed를 이끄는 제롬 파월 의장이 단기간 내 자산 매입 축소 즉, 테이퍼링(tapering)은 없을 뿐 아니라 2% 수준의 물가가 일정 기간 평균적으로 유지된다면 금리는 유연하게 가져가겠다는 발언이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온 얘기여서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이로 인해 단기 시장 충격이 상당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기대에 못 미치는 미국 고용 실적이 발표되고 옐런 장관도 시장 달래기에 나서는 등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해프닝으로 끝나 다행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마냥 낙관적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미국 정책 당국과 주요 정책 의사 결정자 사이에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인플레이션의 실체에 대한 두려움이 공유돼고 있고 이를 선제적으로 방어하려는 의지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 여건이 조금만 변해도 언제든지 미국의 금융통화정책 방향이 선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또 다른 포인트는 ‘금리의 힘’에 대해 시장이 ‘재각성’했다는 점이다. 물론 테이퍼링이든 금리 인상이든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옐런 장관의 한마디에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친 것만 보더라도 이제 금리는 더 이상 ‘녹슨 칼’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더더욱 유의해서 살펴보고 대응해야 한다. 늘 반복되는 얘기지만, 미국의 금융통화정책이 긴축으로 선회하기 시작하면 어떤 형태로든 국내 외환 및 금융시장에 충격이 가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통화정책 기조 변화 등과 같은 적극적인 대응도 필요하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 사진 블룸버그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 사진 블룸버그

통화정책 정상화 때 일자리·자산 시장 안정 고민해야

다만 문제는 그러한 대응이 과연 국내 경제 여건상 얼마나 적절하고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사전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준비는 하되 금융통화정책 정상화를 위한 전제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 보자는 것이다.

코로나19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부문별 경기 회복 체감도가 큰 차이를 보이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정책 전환 속도 조정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지연되고 있는 내수 경기를 고려한다면, 투자 심리를 꺾거나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될 만한 정책 의사 결정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중앙은행의 인플레파이터 복귀는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자산 시장의 불안정성을 확대시키거나 부문별 불균형 성장을 일으킬 수 있는 의사 결정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일자리에 대한 배려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