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욱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팀장연세대 토목공학 학사, 덴버대 MBA, 현 한국금융연수원 부동산 겸임교수
박상욱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팀장연세대 토목공학 학사, 덴버대 MBA, 현 한국금융연수원 부동산 겸임교수

“강남에 빌딩 물건이 없어요. 매도자가 물건을 안 판다고 합니다. 매도자가 가격을 20% 올렸어요. 강남 중소형 빌딩은 아무나 가질 수 없어요” 이런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젠 놀랍지도 않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돈만 많이 준다면 사지 못할 물건이 없지만, 시세보다 조금 더 많이 줘도 살 수 없다면 못 산다는 표현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자산이란 자산은 가격이 모두 오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을 극복하기 위해 공급된 엄청난 유동성이 자산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부동산 자산 중에서도 과거 수년간 높은 상승세를 보였던 아파트뿐만 아니라 중·소·대형 빌딩 시장의 가격 상승세가 뚜렷하다.

서울의 중소형 빌딩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사태 이후 단 한 번의 부침 없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후 가격 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가며 과거 연 상승률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가격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매각 건물에 매수자가 나타나면 매매를 보류하고 3~6개월 후 20~30% 오른 가격에 다시 시장에 내놓는 식의 순환이 반복되며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투자자들은 가파르게 오르는 빌딩 가격을 보며 지금이라도 사지 않으면 영원히 구입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일종의 패닉바잉(panic buying·공포구매) 양상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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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단기간 내 금리인상 없을 듯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올해 8%까지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금리 인상 뉴스가 연일 이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우리나라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 가격은 내려간다’는 말이 진리처럼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현시점에 부동산에 투자해야 하는지 깊은 고민에 빠진다. 특히 우리는 20년 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금리 상승에 따른 부동산 가격 급락을 경험했다. 금리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첫 번째 질문을 하게 된다. ‘진짜 금리가 오를까? 단기에 금리가 오를 것을 확신할 수 있나?’

이해를 돕기 위한 도표(오른쪽 그래프)를 보자. 파란색 선은 미국 GDP이며, 붉은색 선은 실효연방기금금리(Effective Federal Fund Rate· 은행이 다른 은행에 단기로 자금을 빌려주고 받는 이자율)의 추이를 나타낸다. 미국에서 가장 최근에 금리가 인상된 시기는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였다.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로 GDP가 감소하여 2009년 2분기 바닥을 찍었지만, 1년 후인 2010년 2분기에 전 고점을 회복하고 증가세를 이어갔다.

그렇다면 GDP가 회복된 후 바로 금리가 인상되었을까? 실질적인 금리 인상은 그로부터 무려 5년이 지난 2016년 1월에야 이뤄졌다. 당시 금리 인상 이후로도 1년간은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없었다.

물론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의 금리 추이 한 번만으로 이후의 상황을 예측할 수는 없다. 다만, 시장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단기간 내에 금리 인상이 결정되고 매우 급하게 인상되기는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너무 빠른 판단은 큰 기회비용 지불할 수도

‘금리가 인상되면 부동산 가격은 반드시 하락하는가?’가 두 번째 질문이다.

좀 더 자세히 당시 상황을 들여다보면 2013년 5월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 완화 축소 발언이 나왔고 2014년 10월 양적 완화가 중지됐다. 이후 2015년 초에는 금리 인상이 예상됐지만, 발언이 있고 약 3년이 지나서야 금리가 인상됐으며, 본격적인 인상은 4년이 지난 2017년부터 이뤄졌다.

금리가 본격적으로 상승한 2017~2019년을 살펴보면 금리 상승이 부동산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우리의 고정 관념이 얼마나 단순한 생각인지 알 수 있다. 2017년부터 2018년 5월까지 미국 주택가격지수는 금리 인상과 관계없이 연간 9~12% 오르며, 기존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만약에 2014년에 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 발언을 믿고 부동산 투자를 보류한 투자자라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약 4년간의 투자 수익을 얻을 기회를 빼앗긴 결과가 된다. 현 시장 상황에서 4년간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적어도 50%의 투자 기대 수익을 포기하는 기회비용을 지급해야 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부동산 시장이 단순히 금리 요소 한 가지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도 기억해 둬야 한다. 금리 인상은 경기가 금리 인상분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경기 상황이 좋아졌다고 판단될 때 단행된다. 경기가 좋은 상황에서는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임대료도 인상될 수 있다. 인상되는 금리 이상으로 수익성이 좋아지면 부동산 가격이 오를 수도 있다.


경기 회복 중이나 아직 불확실성 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정부의 상상을 초월하는 경기 부양책으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하지만 이러한 전망은 전망일 뿐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아직도 시장에는 불확실한 요소가 많이 남아있다.

인도에서는 변종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다. 백신을 맞은 사람도 재차 감염되는 등 재유행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의료체계가 불완전한 신흥국에서 대유행이 발생한다면 글로벌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막대한 재정 투입으로 회복된 경기가 다시 긴축으로 돌아섰을 때도 회복세를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으로 남는다. 이렇듯 아직 시장에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는 현재의 시장 트렌드와 반대 방향으로의 투자를 결정하기보다 투자 트렌드를 좇아가면서 변곡점을 꾸준히 관찰하며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

금리나 환율이 시장에서 예상하는 대로 움직인다면, 투자로 손해 보는 투자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불확실한 여러 요소에 의해 움직이며, 누구도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없다.

지금처럼 시장 변화에 대한 이슈가 대두될수록 매일매일 날아오는 여러 이슈에 반응하며 경거망동하기보다 좀 더 긴 호흡으로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