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엽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서울대 법학 학사,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로스쿨, 사법시험 49회, 사법연수원 39기
이재엽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서울대 법학 학사,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로스쿨, 사법시험 49회, 사법연수원 39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5월 3일부터 6개월간 산업기술 해외 유출을 특별 단속한다고 최근 밝혔다. 국가수사본부는 전문 수사팀인 국제범죄수사대 산업기술보호수사팀을 통해 국내 주요 산업의 핵심 산업기술을 보호하고 국가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산업기술 유출 행위를 지속해서 단속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단속된 산업기술 유출 행위는 총 618건이고, 이 중에서 해외로 기술이 유출된 사건은 약 75건이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에서는 ‘영업비밀’에 대해 다룬다.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산업기술보호법)에서는 ‘산업기술’ 및 ‘국가핵심기술’에 대해 다룬다. 어떠한 기술 정보가 유출됐는지에 따라 적용 법률이나 문제 되는 법 위반 행위의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핵심기술을 중심으로 기업이 산업기술 수출 시 유의해야 할 사항을 소개한다.


국가안보 영향 주는 ‘국가핵심기술’

우선 산업기술보호법은 산업기술 중 하나로서 국가핵심기술을, ‘국내외 시장에서 차지하는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관련 산업의 성장잠재력이 커 해외로 유출될 경우에 국가의 안전보장 및 국민경제의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로서 제9조의 규정에 따라 지정된 것’이라고 정의하면서(법 제2조 제2호), 폭넓게 규제하고 있다.

산업기술보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산업기술 유출 행위는 영업비밀 침해 행위를 규정하는 부정경쟁방지법과 유사하게 부정한 방법으로 산업기술을 취득∙공개∙사용하거나, 산업기술에 대해 비밀 유지 의무를 부담하는 자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그 대상 기관에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산업기술을 유출∙공개∙사용하는 행위 등을 포함한다.

산업기술보호법이 부정경쟁방지법과 가장 구별되는 점은 국가핵심기술의 경우 기업들 간의 정상적인 거래 행위를 통해 해외로 기술이 이전되더라도 법에서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기술 유출 행위가 문제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부정경쟁방지법은 영업비밀 보유자의 영업비밀 처분 행위에 대해 특별히 제한을 두고 있지 않지만, 산업기술보호법은 기업이 독자적으로 기술을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해당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면, 해당 기술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수출하는 거래 행위가 국가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확인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국가핵심기술은 수출 시 반드시 사전 신고 또는 승인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국가핵심기술은 수출 시 반드시 사전 신고 또는 승인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국가핵심기술 수출 시 사전 신고·승인 필수

산업기술보호법 제11조에서는 기업이 국가로부터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아 개발한 국가핵심기술을 외국 기업에 매각 또는 이전 등의 방법으로 수출하고자 하는 경우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항). 아울러 위 승인 대상 이외의 국가핵심기술을 수출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산업부 장관에게 사전에 신고하도록 규정한다(제4항).

만약 기업이 같은 법 제11조 제1항의 규정에 따른 승인을 얻지 아니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승인을 얻어 국가핵심기술을 수출하는 행위를 하고자 한다면, 이는 제14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산업기술 유출 행위 중 하나에 해당하게 된다. 특히 제36조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법문상으로 국가핵심기술 수출 신고나 승인 절차는 복잡하지 않다. 그렇지만 막상 실무적으로는 국가핵심기술 수출 절차 자체를 모르고 있거나 이러한 제도를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기업의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거래 행위 도중 확인해 뒤늦게 신고나 승인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필자는 산업기술보호법상의 국가핵심기술이 고시를 통해 제한적으로 규정돼 있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법상 신고나 승인 의무를 미리 알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부정경쟁방지법상의 영업비밀은 어떠한 기술 정보라 하더라도 영업비밀의 요건인 ‘비공지성’ ‘비밀관리성’ ‘경제적 유용성’이라는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면 영업비밀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국가핵심기술은 산업기술보호법 제9조에 따라 산업부 장관에 의해 지정된 기술 범주에 포함돼야만 산업기술보호법상의 규제가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설령 국가핵심기술 제도 자체를 알고 있다 하더라도 기업이 국가핵심기술 지정 등에 관한 고시를 확인하지 않는 한 스스로 연구개발한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모를 수 있다.

그리고 국가핵심기술 지정 등에 관한 고시를 보면, 국가핵심기술이 기술 명칭으로 다소 광범위하게 지정돼 있어서 고시 내용만으로는 기술적으로 대상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예도 있다. 이러한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수출 대상이 되는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명확히 판단하기 쉽지 않다면 산업기술보호법 제9조에 규정돼 있는 사전 판정 절차를 통해 산업부의 확인을 받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실무상 자사 기업의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이라는 점을 알고 있는데, 대상 기업의 행위가 국가핵심기술의 ‘수출’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판단이 쉽지 않다.

예를 들어 국가핵심기술을 활용해 만든 제품을 수출하는 경우도 국가핵심기술 수출에 해당하는지, 위 제품을 수출하는 과정에서 제조기술과 관련된 기술 자료를 일부 제공할 경우 국가핵심기술 수출에 해당하는지, 해외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기술 정보를 해외에 제공하는 행위가 수출에 해당하는지 등이 문제 될 수 있다.

산업기술보호법이 규율하는 것은 기술의 수출 행위이므로 원칙적으로 ‘제품’의 수출 행위는 사전 신고나 승인의 대상이 아니다. 반면, 해외에 공장을 건설하거나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기술 자료가 제공돼야 한다면 이는 계열회사 간 거래라 하더라도 국가핵심기술의 수출 행위에 해당하므로 사전 신고나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


M&A 통한 국가핵심기술 이전도 규제

2020년에 개정·시행되고 있는 산업기술보호법은 국가로부터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아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하는 기업에 대한 해외 인수합병(M&A) 행위에 대해 사전 신고제에서 사전 승인제로 규제를 강화했다(법 제11조의 2 제1항).

아울러 기존에는 규제하지 않았던 국가로부터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지 않고 개발한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해외 M&A 행위에 대해 사전 신고제를 도입했다(법 제11조의 2 제5항).

개정 이유를 살펴보면, 종래부터 국가핵심기술이 늘어나는 추세에 비례해서 해외 경쟁자들의 기술 탈취형 M&A 등 기술 유출 수법이 교묘해지고 있다는 점이 반영됐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보다 강력한 규제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고, 이를 반영해 개정된 것이다.

외국 기업의 M&A가 비록 거래 자체를 통해 국가핵심기술이 물리적으로 해외로 이전되거나 유출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기업의 지배주주가 외국 기업으로 변경됨으로써 국가핵심기술의 궁극적인 사용·관리 주체가 외국 기업의 지배하에 넘어가게 된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단순히 기술을 수출하는 것뿐만 아니라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을 해외에 매각하거나 외국인 투자를 진행하고자 한다면 이 경우 또한 산업기술보호법상의 사전 신고나 승인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이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다면 이 역시 법 제14조상의 산업기술 유출 행위에 해당할 수 있음을 기업은 반드시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