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대법원은 A사(대기업, 선박 제조‧수리‧판매 회사)가 근무성적 또는 업무능력 부족(저성과)을 이유로 직원 X를 해고한 것이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저성과를 이유로 한 해고 기준을 명확히 밝힌 최초의 대법원 판결로, 노동계에서 큰 화제가 됐다.
X는 3년간 성적 평가가 최하위권(하위 2% 미만)을 기록해 직무재배치 교육을 받은 후 직무재배치됐는데, 전 과정에 걸쳐 개선 의지가 없었다고 인정됐다. A사 직무재배치 교육의 공정성도 인정됐다.
이를 바탕으로, 대법원은 X의 근무성적이나 업무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정도를 넘어 상당한 기간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소한에도 미치지 못하고 향후에도 개선될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해고가 유효하다고 봤다.
종래부터 우리 법원은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지만, 저성과자 해고 자체는 인정해왔다. 그동안 판결에서 제시된 저성과를 이유로 한 해고 요건은 이번 판결에서 제시된 요건과 대동소이하다. 이 점에서 이번 판결이 획기적이라 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이번 판결이 관심을 끈 이유는 2017년 공정 인사지침 폐지 이후 우리 사회에는 저성과자 해고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는데, 이런 인식과 대법원의 이번 판결이 충돌했기 때문이다. 저성과자 해고의 유효성과 요건을 다시 살피는 계기가 된 셈이다.
직원의 저성과 문제를 고민하지 않는 기업은 없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저성과자 관리 상황을 재점검하고 올바른 해결책을 모색하는 기업의 노력이 자연스레 이어질 것이다.
단, 이번 판결에 명시된 바와 같이 근무성적 등이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소한’에도 미치지 못하고 “앞으로도 개선될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정도가 돼야 저성과자 해고의 유효성이 인정되므로 기업은 고려할 점이 많다. 저성과자 해고를 고민하는 기업이 이번 판결에서 주목해야 하는 세 가지 유의 사항을 소개한다.
유의 사항 1│취업 규칙에 저성과자 해고 사유를 둬라
A사는 취업 규칙에 ‘근무성적 또는 업무 능력이 현저하게 불량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인정됐을 때’를 해고 사유로 두고, 이에 근거해 해고를 실행했다. 대법원은 위 취업 규칙상 해고 사유는 경영상 이유로 인한 해고의 편법적 수단이므로 무효라는 X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근무성적 또는 업무 능력이 현저하게 불량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인정되었을 때’는 저성과자 해고 사유로서 표준적인 것이므로, A사의 취업 규칙은 예외적이라 볼 수 없다.
다만, 기업 자문을 하다 보면 그러한 해고 사유가 취업 규칙상 명시되지 않은 기업이 상당히 많다. 그 경우 저성과를 이유로 한 해고는 제대로 실행해 보기도 전, 계획 단계부터 난관에 봉착한다.
저성과자 해고를 고민한다면, 기업은 가장 먼저 자사 취업 규칙을 검토하고, 필요하다면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는 취업 규칙 변경 절차를 통해 최소한 위 표준적인 저성과자 해고 사유를 도입해야 한다.
자문 과정에서 ‘근무 태만’을 근거로 저성과자 해고가 가능한지 종종 문의를 받는데, 근무 태만은 태도에 관한 판단이고, 근무성적 또는 업무 능력 불량은 결과에 관한 판단이니 엄밀히 말해 서로 다르다. 따라서 근무 태만이 해고 사유로 규정되어 있더라도 저성과자 해고 사유 도입은 필요하다.
유의 사항 2│상대평가 방식의 약점을 보완하라
A사는 상대평가 방식을 채택했고, X는 최저 등급을 받았다. 이 경우 상대평가 속성상 최저 등급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객관적으로 X의 업무능력이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소한’에 미치지 못한다고 할 수 없다. X는 다른 직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과가 저조하다고 평가받은 것이지, 업무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평가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A사는 다양한 보완책을 실행한 점을 주장해 자사 상대평가 방식이 X 해고의 기초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대법원으로부터 인정받았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A사가 ① 인사평가권자가 평가를 받는 사람의 자질 등을 고려해 최저 등급을 부여하지 않을 수 있는 재량을 부여한 점 ② 특정 인사평가권자 1명의 판단이 아니라 복수(3명)의 판단에 따라 인사평가 결과가 정해지도록 한 점 ③ 인사평가 기준과 항목을 공개한 점 ④ 평가 결과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를 체계적으로 정비·안내한 점을 인정하고, A사 상대평가 방식이 불공정하다는 X의 주장을 배척했다.
기업으로서는 보수 결정, 업무 성격상 불가피성 등 다양한 이유로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 방식을 부분적으로라도 채택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경우 기업은 A사의 사례를 참고해 자사 여건에 맞는 보완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당연히 위 보완책을 향후 입증할 준비도 철저히 해야 한다.
유의 사항 3│적절한 직무재배치 교육 설계에 유의하라
A사는 3년간 인사평가를 기준으로 X를 포함한 저성과자를 선정해서 직무재배치 교육을 실행하고 그 교육 결과에 따라 직무재배치를 했다. 그런데도 업무성과가 개선되지 않은 X를 해고했다.
X는 해고 무효를 주장하면서, 그 근거 중 첫 번째로 이러한 직무재배치 교육은 업무능력 향상과는 무관한 독서, 소감문 작성, 창업 교육 등 실질적으로 퇴출 프로그램으로 운영된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X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2심 법원은 ① 독서 및 소감문 작성에 대해 업무능력 향상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실질적으로 퇴출 프로그램으로 운영됐다고 단정할 수 없고 ② 창업 교육을 함으로써 직간접적으로 희망퇴직 등을 권유·장려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그 시간·비중과 내용 및 편재 등을 볼 때 그 실질이 퇴직을 촉구 또는 강요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만한 구체적인 자료는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2심 법원 판단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다른 이유를 추가하지 않았다.
이 같은 전개를 보면, 이번 판결은 저성과자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직무재배치 교육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적법성이 폭넓게 인정되며, 그 설계에 기업 재량이 상당 부분 인정된다는 점을 대법원이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이 이런 일반화에 근거해 직무재배치 교육을 설계하는 것은 매우 안이하다. 교육을 설계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판결 논리 구조나 표현상으로는 법원이 업무능력 향상과 직접 관련되지 않거나 직간접적으로 희망퇴직 등을 권유·장려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는 교육은 직무재배치 교육으로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표명한 것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A사 사례에서는 직무재배치 교육 대상자 65명 중 45명이 직무 복귀했고, 해고 직원은 2명에 불과했는데, 이런 A사에 사후적 정황까지 종합 고려돼 직무재배치 교육의 적법성이 인정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직무재배치 교육이 퇴출 프로그램이라는 오해를 살 요소는 최대한 없앤다는 인식을 가지고 업무능력 향상에 직접 관련된 내용을 위주로 교육을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 노력이 부족하면, 직무재배치 교육은 후속 조치(직무재배치, 저성과자 해고)가 무효라는 주장에 직면할 수 있고, 교육이 퇴사를 강요하기 위한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