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 박사, 단국대 부동산건설대학원 외래 교수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 박사, 단국대 부동산건설대학원 외래 교수

부동산 투자의 성패는 현장답사에 달려있다는 말이 있다. 부동산 투자를 결정할 때 현장답사만큼 중요한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부동산시장에서 현장답사란 발품 팔아 해당 부동산 현장과 주변 지역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시세, 입지, 거래 동향, 개발 정보 등 각종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일체의 활동을 말한다. 문제는 부동산을 매입할 때 현장답사를 간과하거나 현장답사에 소홀해 훗날 전혀 예상치 못한 낭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부동산에 투자하기 전 현장답사 관련 제반 과정을 단계별로 철저히 검증하고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실제 사례를 통한 선행학습도 요구된다.


현장답사 4단계

현장답사는 총 4단계(사전조사 단계→ 임장활동 단계→관공서 및 중개업소 방문 단계→사후관리 단계)에 걸쳐 실행하는 게 좋다. 먼저 현장답사 1단계로 ‘사전조사 단계’가 있다. 사전조사 단계는 현장답사에 앞서 해당 부동산에 관한 사전정보 습득 단계로 보면 된다. 일례로 토지의 경우 토지현황 및 이용에 관한 정보와 토지 가격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는 단계다. 우선 토지현황, 권리관계 및 이용에 관한 정보는 토지이용계획서, 토지대장, 임야대장, 지적도, 임야도, 부동산 등기사항전부증명서(구 부동산 등기부등본) 등을 열람하면 얻을 수 있다. 가격에 관한 정보는 개별공시지가확인서를 열람해 공시지가를 확인하고 부동산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열람해 실거래 가격을 확인하면 된다. 또 대법원 경매 홈페이지, 유·무료 경매정보 홈페이지 등을 통해 유사물건에 대한 경매낙찰 가격과 감정평가 가격을 얻으면 된다. 아울러 소유권, 저당권, 지상권 등 제반 법적 권리관계는 부동산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열람해 알아본다. 한 가지 놀랍고 재밌는 사실은 IT 선진국 대한민국답게 최근에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도 상가, 빌딩, 아파트, 토지 등 각종 부동산 실거래가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

현장답사 2단계로는 ‘임장활동 단계’가 있다. 여기서 임장활동이란 발품 팔아 부동산 현장에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확인하는 일체의 활동을 말한다. 따라서 임장활동 단계는 부동산의 위치 및 형상, 맹지 여부, 건물의 노후화 및 하자 여부 등과 같은 부동산 자체의 자연적·물리적 특성은 물론, 지역분석, 입지분석, 상권분석 등과 같은 부동산 외부의 환경적 특성까지 확인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현장답사 3단계로는 ‘관공서 및 중개업소 방문 단계’가 있다. 도로 및 철도 개설 계획, 용적률·건폐율 상향 계획, 공공기관 이전 계획, 대단지 아파트 입주 계획, 공장 및 기업체 유치계획, 창고 및 물류시설 입주계획, 매물의 적정 가격 여부 등을 해당 지방자치단체 및 현지 중개업소 방문 등을 통해 확인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끝으로 현장답사 4단계로 ‘사후관리 단계’가 있다. 임장활동을 통해 얻은 각종 메모 및 기록은 반드시 정리해서 관리해야 한다. 부동산 투자자에게 현장답사 시 사후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임장활동을 통해 얻은 결론이 또 다른, 새로운 부동산 투자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현장답사에 관한 사후관리가 잘돼 있을 경우 추후 2차, 3차로 이어지는 현장답사 시 중요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사례 1│반복적이고 디테일한 현장답사로 초대박 난 A씨

12년 전 어느 날, A씨는 지인으로부터 경기도 수원시 OO동에 위치한 일단의 토지(지목은 전·답·잡종지)를 개별공시지가 수준의 가격인 3.3㎡당 150만원 선에 급매로 매수해보라는 제의를 받았다. 하지만 그로서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부동산 고수 중에서도 최고수만이 접근한다는 땅을, 그것도 잘 모르는 지역의 땅에 수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투자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매입을 결정하기에 앞서 현장답사를 꼼꼼하게 해보자는 것이었다. 물론 현장답사는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이면서 디테일하게 실행해볼 생각이었다. 실제로 A씨는 이 토지를 매입하기에 앞서 무려 10여 차례나 현장답사를 했다. 토지의 모양, 형세, 도로 인접 여부는 물론, 도로나 철도 개설 계획, 공공기관 입주 계획, 기업체 입주 계획 등을 꼼꼼하게 확인해 봤다. 또한 반복되는 현장답사를 통해 우연찮게 매우 유용한 투자 정보를 얻기도 했다. 수원시가 모 대기업 주변 OO동 일대 공업지역을 상업 및 업무지역으로, 전·답·잡종지는 주거지역으로 변경을 계획 중이라는 것이었다. 반복적이고 디테일한 현장답사 과정을 모두 마친 A씨. 결국 해당 토지를 모두 매입키로 결정했다. 그리고 운 좋게도 이 정보는 훗날 현실로 진행됐다. 그가 오래전 투자용으로 매입했던 이 토지의 현재 시세는 3.3㎡당 1000만원 이상을 호가하고 있다. 말 그대로 초대박이었다.


부동산 투자를 할 때는 현장답사가 가장 중요하다. 사진 연합뉴스
부동산 투자를 할 때는 현장답사가 가장 중요하다. 사진 연합뉴스

사례 2│과장된 정보만을 믿고 현장답사를 간과해 낭패 본 B씨

중개인의 과장된 정보만을 믿고 현장답사 없이 거액을 투자했다가 커다란 손실을 본 안타까운 사연도 있다. 서울 강남에서 명의로 소문난 피부과 원장 B씨. 한동안 모 TV방송에 고정 출연하면서 명성을 얻게 됐고 그 덕분에 명의로 소문이 나면서 지금까지도 환자가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B씨는 의사와 환자 관계로 알게 된 한 중개인으로부터 솔깃한 투자 정보 하나를 듣게 됐고 이를 맹신한 채 현장답사 없이 토지에 투자하게 됐다. 하지만 이는 결국 투자 실패로 이어졌고 수억원을 허공에 날릴 처지가 됐다.

사연은 이랬다. 중개인이 B씨에게 모 택지개발지구와 인접한 경기도 파주시 OO동 일단의 토지(지목은 전, 계획관리지역)를 3.3㎡당 500만원 수준에서 매입해두면 1년 안에 2배 이상의 큰 차익을 남길 수 있다는 미확인 개발정보를 흘려준 것이었다. 모 종교단체에서 해당 토지 일대를 집중 매입할 것이라는 정보였는데 건물 신축을 서두를 목적으로 주변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가격(3.3㎡당 1000만원 선)까지 지불할 계획이라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쉽게 거절할 수 없는 달콤한 제안이었다. 연거푸 계산기를 두드려 본 B씨. 결국 중개인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문제는 부동산을 소개해준 중개인의 감언이설에 속아 시장 조사는 차치하고 현장답사조차 간과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B씨의 기대와는 달리 모 종교단체에서는 해당 토지를 매입하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경기가 위축되고 부동산시장이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되자 교세 확장을 위한 건물의 신축은 사실상 백지화되고 만 것이었다. 현장답사를 간과한 채 타인의 과장된 정보만을 믿고 매입을 서둘렀던 게 패착이었다. 안타깝지만 현재 적정 가격은 3.3㎡당 220만원 선 이하로 개별공시지가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대박은커녕 투자 원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쪽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