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석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서울대 공법 학·석사, 독일 뮌헨대 객원 연구원, 사법시험 37회, 사법연수원 27기, 전 서울지방법원 판사, 전 서울고등법원 고법판사, 전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
이인석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서울대 공법 학·석사, 독일 뮌헨대 객원 연구원, 사법시험 37회, 사법연수원 27기, 전 서울지방법원 판사, 전 서울고등법원 고법판사, 전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

‘플랫폼’ 하면 기차가 들어오는 장면을 떠올리는 세대는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서로 플랫폼 규제 권한이 있다고 왜 논쟁을 하는지 의아해할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젊은이들이 테슬라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지 테슬라가 잘 빠진 전기차여서만은 아니다. 테슬라가 ‘달리는 플랫폼’이 되리라는 점을 생각하지 못하면 열광하는 젊은이들을 이해하기 어렵다.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 플랫폼 기업은 인간의 삶을 풍성하게 해줬다. 이들이 일으킨 혁신은 세상을 완전히 새롭게 바꿨고, 앞으로 더 많이 바꿀 것이다. 이들은 개인정보를 비롯해 광범위한 데이터 축적과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해자(垓子・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주위를 둘러 파서 못으로 만든 곳)를 구축한 후 막강한 힘과 영향력으로 세상을 지배한다. 1등 플랫폼 기업이 엄청난 수익을 독식하면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제국이 탄생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이 플랫폼 제국을 꿈꾸며 나아가고 있다. 플랫폼 기업은 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방식으로 인류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뒀지만, 반면 플랫폼을 지배하는 1등 기업이 소비자와 입점 업체를 비롯한 관련 산업의 생태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됐다.

이에 플랫폼 기업을 적절하게 규제해 소비자와 관련 산업을 보호해야 하는지 논란이 생겼다. 자유주의 경제를 이상으로 삼는 미국 시카고학파는 새로운 기술혁신이 플랫폼 제국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기를 기다리면 된다는 철학을 기초로 규제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은 플랫폼 기업이 강력한 독점력으로 새로운 혁신을 방해하고, 경쟁자의 등장을 막는다는 이유로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세계 각국 정부는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어느 정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정부안으로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규제와의 전쟁 벌이는 플랫폼 기업

플랫폼 기업은 규제 여부에 따라 기업의 주가가 출렁거릴 뿐만 아니라 그 존립에도 영향을 받는다. 규제를 이기지 못하면 플랫폼 기업도 무너질 수 있다. 규제와 싸워 이기고 관련 당국이 새로운 혁신에 맞는 규제를 하도록 강제하는 기업만이 승자가 된다. 미국 승차 공유 플랫폼 우버의 경우 차량 운전기사들을 근로자로 분류해야 하는지 아닌지에 관한 입법과 판결 및 그에 대한 사측의 대응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다. 소셜미디어(SNS) 트위터의 창업자 잭 도시가 창업한 핀테크(fintech·기술과 금융의 합성어) 기업 스퀘어는 아마존과 경쟁하기에 앞서 17개의 법 조항 및 규제와 싸워 이겨야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렌터카 기반의 차량호출 플랫폼 타다는 한때 혁신적인 서비스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으나 택시업계와의 갈등과 그에 따른 규제로 사실상 사업을 접었다. 2014년 창업한 리걸테크(legaltech·법률과 기술의 합성어) 기업 로톡은 젊은 변호사들과 법률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어 이를 기반으로 변호사업계의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해 나아가고 있는 법률 플랫폼이다. 로톡도 최근 규제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로톡을 이용하는 변호사를 징계한다고 발표하고, 로톡을 공정거래법, 변호사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한다고 한다.

이처럼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려고 하는 규제 당국과의 전쟁에서 살아남아야 1등 기업이 될 수 있다. 1등 기업으로 자리 잡은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플랫폼 기업도 각종 규제와 고소, 고발의 허들을 여태껏 넘어왔고, 앞으로 규제를 극복하고 살아남아야 1등 기업으로 존속할 수 있게 된다.

혁신 기업들이 늘 그렇듯이 플랫폼 기업들은 낡은 규제 또는 새로운 규제와 크고 작은 전쟁을 치러야 한다. 그리고 그 전쟁에서 완전히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살아남아야 한다. 전장은 여기저기로 이동하면서 늘 존재하는데, 자유로운 경쟁과 독점, 소비자 보호, 근로자 보호 등이 주요 의제로 등장한다. 구체적으로 양면 시장과 경쟁, 근로자 지위 인정 여부, 빅데이터와 개인정보 보호,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불공정거래 등 수많은 쟁점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 ‘핫’한 두 가지만 살펴본다.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 플랫폼 기업은 인간의 삶을 풍성하게 해줬다. 이들은 개인정보를 비롯해 광범위한 데이터 축적과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해자를 구축한 후 막강한 힘과 영향력으로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 플랫폼 기업은 인간의 삶을 풍성하게 해줬다. 이들은 개인정보를 비롯해 광범위한 데이터 축적과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해자를 구축한 후 막강한 힘과 영향력으로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1│가맹점과 소비자, 누구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네이버, 쿠팡, 아마존, 배달의민족 등의 이용자는 원하는 상품을 검색해 판매자의 상품을 구매한다. 이때 플랫폼은 둘 이상의 이용자를 매개해 가치를 창출한다. 그래서 플랫폼 기업의 한쪽 이용자에 대한 경쟁 제한적 행위는 다른 이용자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특수성에 기초해 양면 시장 이론이 등장했다. 2018년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플랫폼 양면 시장이 문제 된 사안(오하이오주 vs 아멕스)에서 양면 시장의 관련 시장 획정 및 경쟁 제한성 판단에 대해 다뤘다. 치열한 논의 끝에 다수 의견(5명)과 소수 의견(4명)으로 갈렸다. 다수 의견은 가맹점 시장과 소비자 시장을 하나의 시장으로 보아 양면 시장 전체를 기준으로 아멕스의 시장 지배력 유무 및 경쟁 제한 효과의 유무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지 않으면 사업자에 대한 과다 집행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소수 의견은 양면 시장의 특수성만으로 전혀 다른 경쟁법적 접근을 하는 것이 정당화되지 않고 규제의 공백을 낳을 수 있다며 다수 의견에 반대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에서 양면 시장의 쟁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소비자단체는 양면 시장의 구매자를 보호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아무래도 가맹점 보호에 관심이 많다. 우리나라 규제 당국과 법원은 과연 어떻게 조화로운 판단을 할 것인가? 양면 시장의 플랫폼 기업은 어떤 규제에 직면해 살아남을 것인가?


2│플랫폼 종사자는 근로자인가?

플랫폼 종사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는데 그 지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보호의 범위와 방식이 달라지고, 기업 입장에서는 관련 비용 지출 구조 및 경영 전략이 달라진다. 플랫폼 종사자를 근로자로 인정하게 되면 근로관계법, 노사관계법, 사회보장법 등의 보호를 받게 되고, 개인사업자로 인정하게 되면 공정거래법 등이 적용돼 담합 등 경쟁 제한적 행위가 금지된다. 우버의 경우 차량 운전기사들도 최저 임금과 휴가 시간, 각종 복지 혜택을 부여받을 수 있는 근로자로 봐야 하는지 아닌지가 중요한 문제이다.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우버 운전자들을 근로자에 포함하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되자 우버의 주가가 급락했다. 이에 우버는 캘리포니아주에서 본사를 철수하겠다고 압박하면서 대체 입법안을 제출했는데 주민 투표에서 통과돼 규제를 피해갈 수 있었고 다시 주가는 회복됐다. 캘리포니아주 주민들은 우버가 운전자들을 독립 사업자로 간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대신 우버는 다양한 복지 혜택 등을 약속했다.

우리나라에선 쿠팡,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 종사자에 대해 어떤 해결책이 나올 것인가.

플랫폼 기업에는 철도로 대표되는 산업화 시대에 만들어진 규제와 충돌, 새로운 규제와 조화 및 극복이 어려운 과제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가 신설되거나 관련 판결이 선고되면 시장이 해당 기업의 위기를 알리는 신호로 봐, 주가가 급락하는 때가 종종 있다. 이러한 규제가 타다의 경우처럼 사업 모델 자체를 훼손해 기업의 존속을 어렵게 하는지, 아니면 스퀘어와 같이 규제를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는지, 또는 아직 진행형인 우버처럼 세계 각국의 규제 당국 판단을 예의 주시해야 하는지 살펴보면 큰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규제 당국의 제재를 받아 일시적으로 주가가 하락했으나 제재 수위가 사업 모델과 기업의 펀더멘털에 근본적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을 할 수 있다면 규제 뒤에 숨은 커다란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반대로 규제 당국의 제재 수위가 높고 그에 대한 법률적 대응이 미흡한 기업은 위험하다고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