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전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전 PWM프리빌리지서울센터장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전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전 PWM프리빌리지서울센터장

다음 달 이사를 앞둔 A씨는 주말이면 전셋집을 찾아 나서고 있다. 하지만 가격이 많이 오른 탓에 1개월이 넘도록 전셋집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던 중, 회사에서 가까운 곳에 마음에 쏙 드는 아파트가 급매물로 나와 있어 전세 계약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임대인은 아파트 소유자가 아니고, 현재 거주하는 임차인이라고 한다. 임차인이 다시 전세를 놓는다는 것이다. A씨는 이러한 전세 계약은 처음 들어보는 얘기라 판단이 서지 않았다. 현재의 임차인과 전세 계약을 하는 것이 정상적인지, 이때 어떤 것을 주의해야 하는지 궁금해졌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지역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1만240건으로 매매 4347건 대비 5893건이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전·월세 계약이 많은 만큼 그 계약의 종류도 여러 개가 있다. 그 임대차 내용을 모르고 전·월세 계약에 나서면 보증금을 안전하게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임대차 계약의 종류에 따라 꼼꼼하게 따져보고 계약에 나서야 한다.


전세 계약 마치고 등기했다면, 집주인 동의 없이 전전세 가능

임대차 계약에 있어 전세권자는 전세금을 지급하고 타인의 부동산을 점유해 그 부동산의 용도에 맞게 사용, 수익을 거두는 자를 말한다. 그러면 부동산 전부에 대해 후순위 권리자나 기타 채권자보다 전세금의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다. 여기서 전세권자는 단순히 전세금을 지급하고 임대차 계약만을 체결한 채권적 임차인이 아니다. 소유자와 전세권자가 전세권 설정 계약을 체결하고, 그 사실을 등기부에 공시한 물권적 전세권자다. 만약 그 계약을 마치고 내용을 등기하지 않으면 채권적 전세권자가 된다. 채권적 전세는 전셋집을 사용, 수익하게 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채권일 뿐이다. 그러므로 보증금은 채권으로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는다. 등기부에 공시된 전세권에 대해서만 타인 소유의 부동산에 대해 성립하는 물권으로 인정된다. 물권적 전세권은 소유자인 임대인이 아닌, 전셋집을 직접 지배할 수 있는 권리이기 때문에 양도 등이 가능하다.

전세권은 토지와 건물 일부에 대해서는 성립하지만, 농지에 대해서는 전세권을 설정할 수 없다. 이렇게 전세권 설정 등기를 마친 때는 전세권자는 사정에 따라 그 전셋집에 대해 다시 전세를 놓을 수 있다. 이것이 전전세(轉傳貰)다.

전세권자는 전세권의 존속 기간 내에 그 전셋집을 제삼자에게 다시 전전세를 놓을 수 있다. 전세권의 존속 기간은 10년을 넘지 못한다. 약정 기간이 10년을 넘을 때는 그 존속 기간은 10년으로 본다. 또 전세권자가 전전세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소유자의 동의가 없어도 가능하다. 다만 소유자와 전세권자가 전세권 설정 시 전전세를 금지한 경우에는 전전세를 놓을 수 없다(민법 제306조 참조).

전전세 계약의 경우 계약의 당사자는 소유자가 아니다. 즉, 소유자는 빠지고, 전세권자와 전전세권자 사이에 전전세 계약을 체결하고, 그 내용은 등기부에 공시해야 한다. 전전세권 설정 등기까지 마쳐야 한다는 뜻이다. 전전세 계약 후에 전셋집에 하자가 생기면 전전세권자가 아닌, 전세권자가 소유자에게 그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민법 제308조 참조).

전전세의 보증금은 기존 전세금을 초과할 수 없다. 또, 기존의 전세 계약이 종료되면 전전세 계약도 끝난다. 소유자인 전세권설정자가 전세권의 존속 기간 만료 전 6개월부터 1개월 사이에 전세권자에게 갱신 거절 또는 조건을 변경하지 않으면 갱신하지 않는다는 뜻의 통지를 해야 한다. 만약 통지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기간이 만료된 때에 이전 전세권과 같은 조건으로 다시 전세권을 설정한 것으로 본다. 이 경우 전세권자와 전전세권자에게는 계약갱신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종합해보면 전세권 설정 등기를 마친 전세권자는 전셋집을 타인에게 전전세뿐만 아니라, 그 전세권을 타인에게 양도 또는 담보로 제공할 수 있다(민법 제306조 참조). 또 전세권자와 전전세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정상적인 임대차 계약으로 본다. 전전세 계약을 하려면 해당 전세권이 선순위 권리인지 확인해야 한다. 또 전세권의 공시 내용 중에 전전세를 금지하고 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최악의 경우 전전셋집이 경매를 당해도 선순위 전세권의 지위가 확보된 전전세권자는 배당 요구를 통해 보증금을 배당받거나, 매수인에게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6월 17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 전세 시세표. 사진 연합뉴스
6월 17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 전세 시세표. 사진 연합뉴스

전대차, 소유자 동의 있어야 권리 양도

전대차(轉貸借)는 전세권이 없는 임차인이 전셋집을 제삼자에게 다시 임대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전대차의 경우에는 임차인은 소유자의 동의 없이 그 권리를 양도하거나 전셋집을 전대하지 못한다. 만약 소유자의 동의 없이 전셋집을 전대한 때는 소유자는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민법 제629조 참조). 다만, 임차인은 건물 일부분만 제삼자에게 전대하는 것은 소유자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 예를 들어 방 4개 중, 1개를 전대차 놓는 경우를 말한다(민법 제632조 참조).

임대차는 그 등기(登記)가 없는 경우에도 임차인(賃借人)이 주택의 인도(引渡)와 주민등록을 마친 때에는 그다음 날부터 제삼자에 대해 효력이 생긴다. 전대차도 대항력을 갖춰 놓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임차인이 갖추고 있던 대항력을 승계받아야 한다(대법원 2005다64255 참조). 임차인이 전셋집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전대한 때는 전차인은 직접 소유자에게 월세나 전세를 낸다.

소유자의 동의를 받고 임차인이 전대를 놓은 경우에도 소유자는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기간에 전차인에게 갱신 거절의 통지를 해야 한다. 만약 계약 조건을 변경하지 않거나 갱신하지 않는다는 뜻의 통지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기간이 끝난 때에 전 임대차와 같은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 참조). 이때 전차인은 계약갱신요구권을 1회만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 갱신되는 임대차의 존속 기간은 2년으로 본다.

전전세와 전대차는 같은 것처럼 보이지만, 분명 다르다. 즉, 전전세는 소유자의 동의가 없어도 그 계약이 가능하다. 하지만 전대차 계약은 반드시 소유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전전세나 전대차 계약 시 중요한 것은 보증금을 안전하게 반환받을 수 있어야 한다. 전전세의 경우에는 선순위 전세권에 기한 전전세권 설정 등기를 마쳐야 한다. 전대차도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의 지위를 그대로 승계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