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설명 6월 13일(현지시각) 영국 콘월에서 막 내린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공동성명을 놓고 세계 주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G7은 이번 회의에서 내년 말까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10억 회분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저소득 국가 탄소 감축에 2025년까지 매년 1000억달러(약 115조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백신 보급 계획도 탄소 감축 지원금도 위기 수준에 견줘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탄소 감축 지원금은, 2009년 코펜하겐 합의 당시 제시한 금액과 같은 ‘재탕 계획’이라는 지적이 많다. 필자 또한 G7 정상회의 결과가 시급한 국제 문제를 해결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 공감한다. 필자는 G7 정상이 처음 연례회의를 시작한 1970년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1%에 달했지만, 현재는 31%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동시에 국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프리카 연합을 더한 G20(주요 20개국)의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제프리 삭스(Jeffrey D. Sachs)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현 컬럼비아대 지속가능개발센터 디렉터, 현 UN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 대표
제프리 삭스(Jeffrey D. Sachs)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현 컬럼비아대 지속가능개발센터 디렉터, 현 UN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 대표

이번 G7(주요 7개국, 미국·일본·독일·프랑스·영국·이탈리아·캐나다) 정상회의는 그야말로 자원 낭비였다. 만약 G7 정상회의를 개최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더라도 시간, 경비, 비행기 배기가스 배출량을 감안해 온라인으로 진행했어야 했다. 좀 더 근본적으로 생각해보면 G7 정상회의는 시대착오적이다. 각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세계 경제를 대표하지 않는 행사에 에너지를 그만 쏟아야 한다.

이번 G7 정상회의 결과물은 줌(Zoom)으로 하는 온라인 회의보다 비용을 절약하면서도, 더 쉽게 이뤄낸 게 없다. 올해 가장 유용했던 외교 회의는 4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최해 40명의 세계 정상들이 온라인으로 만난 기후정상회의였다. 정치인, 국회의원, 과학자, 사회운동가들의 국제적 논의를 위한 정례적 온라인 회의는 중요하다.

여기서 의문은 왜 중요한 국제적 논의를 G20으로 대체된 G7 국가끼리만 하느냐다. G7 7개국이 처음 연례 정상회의를 시작한 것은 이들이 세계 경제를 지배하던 1970년대다. 1980년까지만 해도 G7 국가는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51%를 차지했고,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의 세계 GDP 내 비중은 8.8%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1년 아시아 국가가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2.9%일 때 G7 국가의 비중은 31%에 그쳤다.

중국·인도·인도네시아 등의 개발도상국이 포함된 G20은 세계 GDP의 약 81%를 차지한다. G20은 선진국들과 개발도상국 간의 이해관계 균형도 맞춰졌다. 물론 G20도 작고 가난한 나라가 배제돼 있고, 아프리카 연합(AU)을 멤버로 포함해야 한다는 점에서 완벽하지는 않다. 하지만, G20은 세계 경제 대부분을 포괄하는 국제적 이슈를 논의하기에 알맞은 형식을 제공한다. 거기다 매년 열리는 미·EU(유럽연합) 정상회담은 G7이 당초 목표로 하는 많은 것을 다루고 있다.


G7 정상회의 참가국 정상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문재인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두 번째 줄 왼쪽부터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세 번째 줄 왼쪽부터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사진연합뉴스
G7 정상회의 참가국 정상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문재인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두 번째 줄 왼쪽부터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세 번째 줄 왼쪽부터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사진연합뉴스

G7, 실질적 약속 이행 않고 상징적 발언만

G7 지도자들이 그들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는 점도 G7의 필요성을 무색하게 한다. G7 지도자들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상징적인 발언을 남기는 것을 좋아한다. 더 심각한 점은 G7 지도자들이 국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면서, 실제로는 그 문제들이 더 악화되도록 내버려 둔다는 것이다. 이번 G7 정상회의도 마찬가지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문제를 생각해보자. G7 정상들은 적어도 세계 인구의 60%에게 백신을 접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1인당 백신 2회 접종을 기준으로) 전 세계 약 4억3500만 명의 완전 면역을 가능하게 할 분량인 8억7000만 도즈의 백신을 내년까지 공급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세계 인구의 60%는 대략 47억 명으로, (이들이 공급을 약속한 백신을 접종할 인구수의) 약 10배다. G7 정상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떠한 계획도 제시하지 않았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코로나19 백신의 월 생산량을 추정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고, 생산된 백신을 모든 국가에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일 또한 어렵지 않게 실현 가능한 일이다.

G7이 제시한 코로나19 백신 목표 관련 계획이 세워지지 않은 이유는 미국 정부가 지금까지 러시아·중국 정상들과 마주 앉아 백신의 국제적 배분 방법을 논의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G7 정부가 백신 제조사가 국제적 계획 차원에서가 아니라 비공개, 비밀리에 백신 계약을 협상하는 것을 눈감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이유는 아마 G7 국가들이 (백신 수급 계획의) 수혜국들의 요구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지 않은 채 국제적 목표를 세웠다는 점이다.

G7의 잘못된 약속의 또 다른 예는 기후변화에 대한 것이다. G7 정상들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할 것을 선언하며 개발도상국에도 이를 요구했다. 하지만 G7 정상들은 개발도상국들이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마련해야 할 경제적 지원안을 내놓지 않았다. 이들은 2009년에 처음 공약한 후 단 한 번도 충족된 적 없는 ① 재무 선언만 되풀이 했다. 경제 부국은 2020년까지 그들의 연간 GDP의 0.2% 수준에 겨우 미치는 금액인 연간 1000억달러(15조원)를 지원하겠다는 오래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이들이 약속한 금액 자체도 개발도상국이 탄소 중립과 기후변화 적응에 필요한 금액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G7의 원대한 목표와 그에 미치지 못하는 빈약한 수단 사이의 간극은 교육 분야에서도 나타난다. 가난한 국가 수백만 명의 아이들은 정부가 교사, 교실, 교재를 지원하기 위한 충분한 재정이 없기 때문에 초등·중등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다. 2020년 유네스코는 저소득, 중하위권 국가의 아이들이 중등교육을 받게 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매년 약 5040억달러(약 579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해당 국가의 자국 내 재원은 3560억달러(약 409조원)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올해 G7 정상회의의 제안은 무엇이었을까? G7 정상들은 여아 4000만 명이 교육을 받도록 지원하고 글로벌 교육 파트너십을 위해 최소 27억5000만달러(약 3조1625억원)를 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결코 거창한 숫자가 아니다. (② 유네스코의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 4에 명시되어 있는) 중등교육에 대한 세계의 확고한 의지에도, 이 숫자들은 공중에 흩어질 것이고 수천만 명의 아이들은 학교의 울타리 밖에 남겨질 것이다. 다자 개발은행의 저금리 금융을 동원하는 등 대규모 솔루션들이 있지만, G7 정상은 이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세계의 문제는 허울뿐인 가식이나 최소한의 성의 표시 차원으로 다루기에는 너무 급박하다. 만약 정치가 어느 정치인이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는지 판단하는 한낱 스포츠에 불과하다면, G7 정상회의는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종식, 탄소 중립, 기본 교육,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SDGs) 달성 등 충족시켜야 할 긴급한 국제적 요구들이 많다.

목적과 수단을 연결할 수 있는 보다 중대한 정치적 과제, 진정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을 논의할 더 정기적인 온라인 회의가 필요하다. 대면 회의를 줄여야 한다. 국제적 문제를 끝까지 해결해나갈 수 있는 단일 그룹으로서의 (아프리카 연합을 더한) G20의 역할 확대도 요구된다. 세계는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가 함께 글로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협상 테이블이 필요하다.


Tip

G7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들은 2009년 코펜하겐 합의에서 2020년까지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 지원 공여금 규모를 연 1000억달러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선진국들은 2015년 파리협정에서 이를 재확인했으며, 2025년까지 연 1000억달러 이상을 공여하고 그 이후 공여 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2015년 70차 유엔정상회담에서 UN은 정부와 시민 사회가 노력해서 이뤄야 할 17가지의 목표를 제정했다. 이 목표들은 국제 사회가 2030년까지 힘써 이뤄야 할 과제다. 이 중 지속가능발전목표 4번은 “포용적이고 공평한 양질의 교육 보장과 모두를 위한 평생학습 기회 증진”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