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사진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사진 연합뉴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 박사, 단국대 부동산건설대학원 외래 교수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 박사, 단국대 부동산건설대학원 외래 교수

2020년 국내 경제 성장률은 -0.9%였다. 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여파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면서 경기침체를 불러왔기 때문이었다. 말 그대로 저성장을 넘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미 대한민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저성장 시대의 늪에 빠져 있었다. 돌이켜보면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2019년까지 무려 10여 년 이상을 평균 2~3%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런 저성장 추이가 쉽사리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대한민국에 저성장 추이가 고착화한 것이다.

우리는 지금 경제적 저성장 시대에 살고 있다. 그리고 이런 시대적 상황은 국내외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저출산, 고령화가 해소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수십 년간 ‘한강의 기적’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고성장을 누려왔던 대한민국 역시 저성장이라는 선진국병에 걸려 과거의 영광에 안주했다가는 언제 어느 때 선진국에서 이탈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미국, 일본, 독일 등 1세대 선진국과 중국, 인도, 베트남 등 신흥 개발도상국 사이에서 산업 경쟁력이 점차 약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저성장 시대가 빠르게 고착화하고 있는 현실을 냉정히 받아들이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과거와 같은 고성장 시대의 획일적 부동산 투자 방식으로는 큰돈 벌기가 더 이상 쉽지 않다. 자의든 타의든 이제는 부동산 투자자도 저성장 시대에 맞춰 새로운 마인드로 갈아타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대한민국에 저성장 시대가 고착화한다면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변할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예측하기란 결코 쉽지 않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기존의 고성장 시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새로운 변화를 겪게 될 것이며 이는 부동산 시장의 투자 패러다임마저 바꿀 것이라는 점이다. 일례로 주거용 부동산 시장의 경우 규모적 측면에서 다운사이징화(소형주택 선호 현상), 입지적 측면에서 직주근접화(직장이 몰려 있는 도심 근접 역세권 주거지 선호 현상), 이용적 측면에서 공유 경제화(셰어하우스)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경우 수익성에 대한 기대치는 다소 낮아지더라도 환금성이 투자 여부를 판가름하는 핵심 잣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부동산에 관심 많은 적지 않은 자산가가 저성장 시대를 맞아 과거 고성장 시대와는 사뭇 다른 투자 패턴을 하나씩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저성장 시대에 맞춘 다양한 부동산 투자 유형을 살펴보자.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률을 낮춰라

부동산 투자로 큰돈을 모은 A씨(남·75). 그는 1970~90년대 미개발된 토지(전, 답, 과수원, 잡종지, 임야 등)에 투자해 큰돈을 벌었다. 투자 대상 지역을 서울 강남 및 경기 남부에 집중했는데 운 좋게도 훗날 이 지역이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으로 전격 수용되면서 거액의 토지보상금을 챙길 수 있었다. 물론 그 당시 대한민국은 경제 성장률 10%를 넘나들었을 정도로 고성장을 질주하고 있었고 이에 발맞춰 신도시 개발 붐이 한창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도 한때는 잘못된 부동산 투자로 시련을 겪은 적이 있었다. 평소 알고 지내던 건축 업자를 통해 강남 소재 고급빌라 5채에 ‘몰빵’ 투자했다가 금전적 손해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적지 않은 고통을 받았던 뼈아픈 기억이 있다. 그때 이후로 A씨는 부동산에 투자할 때 반드시 유형별(아파트, 오피스텔, 상가, 토지 등), 지역별, 규모별 분산투자를 기본 원칙으로 삼아 성공적인 투자를 이어 갈 수 있었다.


양도차익보다 임대수익에 무게중심 두라

수익형 부동산을 매입해 은퇴 이후를 준비하려는 공기업 임원 B씨(남·60). 베이비부머 세대인 그에게 이른바 ‘100세 시대’는 축복이기보다는 또 다른 걱정거리일 뿐이었다. 사실 그가 신입직원일 때만 해도, 아니 초급관리자인 대리나 과장일 때만 해도 대한민국은 고성장 시대를 달리고 있었고 당장 은퇴 이후를 크게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주 다르다.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면서 기업들은 구조조정 등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고 있고 안정적인 일자리는 감소하고 조기퇴직이 늘고 있는 반면, 국민연금마저 재원 부족 등을 이유로 지급 시기를 늦추려고 한다. 직장인들이 은퇴 이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 온 것이다. 일반적으로 저성장하에서는 가처분소득이나 실질구매력의 증가로 인해 부동산의 가치 상승을 기대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따라서 단기간 내 양도차익만을 노리고 투자하기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안정적인 임대수익에 더 큰 비중을 두고 투자하는 게 좋다. 더 이상 고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 아닌 만큼 부동산 투자에 임하는 자세도 분명코 달라져야 할 것이다.


환금성이 뛰어난 부동산에 투자하라

인터넷 쇼핑몰 사업으로 신흥 부자 반열에 오른 C씨(여·39세). 20대 후반 이른 나이에 퇴직금으로 시작한 인터넷 쇼핑몰 사업이 초대박을 치면서 큰돈을 모은 그녀. 요즘 최대 관심사는 사세 확장에 따른 사옥 및 임대 겸용 빌딩을 매입하는 것이다. 대출을 포함해 100억원 안팎의 자금을 투자하되 단순히 임대수익률만 높은 수도권 외곽 소재 빌딩을 매입하기보다는 서울 강남 요지나 상권이 뛰어난 도심에 입지한 빌딩을 매입하길 원한다. 과거와 달리 대한민국이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만큼 당장 눈에 띄는 고수익률에 비중을 두고 접근하기보다는 유사시 빠른 현금화가 가능하도록 환금성에 훨씬 큰 비중을 두고 투자하려는 생각에서다. 저성장 시대가 부동산 투자 마인드마저 바꿔버린 셈이다.


부동산을 가공하라

부동산 가공(건물 리모델링, 토지 형질 변경 등)으로 비교적 이른 나이 은퇴 준비를 끝마친 D씨(남·48세). 최근 몇 년 사이 부동산 시장에 리모델링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리모델링을 통해 건물 내관과 외관을 개선함으로써 임대료와 자산 가치 상승을 함께 도모했다는 사례를 주변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을 정도다. 저성장 시대는 고성장 시대와는 달리 부동산을 있는 그대로가 아닌 가공을 거쳐야 비로소 가치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건물 리모델링은 대중화가 될 만큼 더 이상 전문가만의 영역도 아니다. 단독주택을 근린상가시설로 바꾼다든지, 노후한 빌딩 외관을 멋지게 단장하거나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형태가 그렇다. 실제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낡고 오래된 주택이나 건물을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매입해 리모델링 가공 작업을 거친 후 재매각하거나 약간의 흠결을 이유로 매물로 나온 저평가 토지를 싼값에 매입해 토지 형질 변경 같은 가공 작업을 거친 후 재매각하는 방법을 통해 큰 차익을 남기고 있었다. 부동산을 가공해 자산 가치를 상승시킨 후 재매각하는 방법은 저성장 시대 유용한 투자 방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