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설명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조달러(약 6840조원)에 달하는 내년도 예산안을 내놨다. 바이든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투자”라고 밝힌 것처럼 슈퍼 예산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경기 회복을 위한 확장적 재정 정책이지만, 필자는 급증하는 국가 부채로 인한 재정 건전성을 우려한다. 특히 막대한 국가 부채는 민간 투자를 줄이고, 이는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바이든 정부가 이런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게 필자의 지적이다. 또한 미국이 무분별한 지출의 결과로 단기적인 경제 성장을 이룰 수는 있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률이 저하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 AP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 AP연합
마이클 보스킨(Michael J. Boskin) 미국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 후버 연구소 선임 연구원, 전 백악관 경제자문회의 의장
마이클 보스킨(Michael J. Boskin)
미국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 후버 연구소 선임 연구원, 전 백악관 경제자문회의 의장

미국은 치솟는 국가 부채에 고삐를 바짝 당겨야 한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완전히 정반대로 할 생각인 것 같고, 이에 따른 리스크가 심각해 보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역대 미국 대통령 중 가장 큰 재정 적자를 냈다. 그의 후임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더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적자 규모는 앞서 두 행정부가 기록한 것보다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6월 현재 ① 미국의 총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07%로 추산되고,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106%)을 넘어섰다. 바이든 행정부의 2022년 예산안은 미국이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걸 말해준다. 바이든 행정부는 5월 28일(이하 현지시각) 6조100억달러(약 6851조원)에 달하는 거대한 내년도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하나 확실히 짚어둘 것은, 나는 장기적인 지출이 합리적이라면 코로나19 같은 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확장적 재정 정책에 찬성한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지출 계획은 그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다. 바이든 행정부의 계획은 경제가 완전 고용 상태로 돌아간 후에도 지속적으로 막대한 적자를 만들어낼 뿐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부터 2026년까지 5년간 GDP 대비 평균 5%의 적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47년에서 2008년 사이에 1983년 딱 한 번 기록한 수치다. 이때 실업률은 10%를 상회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는 2022년 실업률이 4.1%, 2023년 이후 실업률은 3.8%에 그칠 것이라며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예산안은 공공 부채를 약간만 증가시킬 뿐이고, 어차피 사회보장제도와 국민건강보험에 따른 지출 때문에 부채는 계속해서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는 법인세와 양도소득세를 늘려 더 많은 지출이 상쇄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런 세금 인상안은 처음 제안된 그대로 공화당과 민주당이 고르게 분포된 미국 상원을 통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세금 인상은 미국 내 기업들이 법인세가 낮은 다른 국가로 본사를 옮기는 등 미국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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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6월 24일 민주·공화 양당의 초당파 상원의원들과 ② 1조2090억달러(약 1378조원) 규모 인프라(사회기반 시설) 투자 계획에 합의했지만, 재원 조달 방안으로 제시했던 기업 법인세 인상안에 대해선 한발 물러났다. 합의한 인프라 투자 예산도 지난 3월 발표했던 2조2500억원(약 2565조원)의 절반 정도 수준이다. 추후 만약 세금 인상안의 일부가 국회를 통과한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자신들의 세입 예상이 과도한 낙관주의를 담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지출 제안에는 노인 및 장애인을 위해 개선된 복지, 영유아를 위한 보편 교육, 청소년을 위한 2년제 대학 학비 지원 같은 여러모로 비용이 드는 재정 지원 혜택이 포함돼 있다. 역사는 이러한 사업들은 애초 예상치를 훨씬 초과하는 비용이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걸 알려준다.

어떤 사람은 미국 경제는 걱정할 게 없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재정 적자는 세계 경제가 달러화로 돌아가기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재무부로부터 부채를 매입하면 된다. 그리고 정부의 차입 금리가 경제 성장률보다 낮아, 부채를 계속해서 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주장에 따르면 적자 재정은 ‘공짜 점심’이 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상당히 회의적이다. 누적된 막대한 부채는 일반적으로 경제 성장 둔화, 인플레이션, 금융위기 등의 문제를 야기한다. 이외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준비 통화를 발행한다는 이점을 지녔지만,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이는 적자 지출의 증가세를 가속할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증가하는 공공 부채는 결국 금리를 올려 투자를 줄게 하고, 잠재적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③ 금리의 큰 변화가 가까운 시일 내에 일어날 것 같지는 않지만, 알아둬야 할 것은 금융 시장과 정부 및 민간 예측 기관들은 종종 이런 변화 예측에 실패한다는 점이다. 1970년대 물가 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넘나드는 인플레이션과 1980년대 초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현상) 때가 대표적이다.

미국 정부가 부채를 계속 키워나간다면, 부족한 재정 여력은 정말로 경제를 지원해야 할 때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특히 미국 등 선진국의 부채가 급증하면서 더 많은 부채를 질 능력이 없는 빈곤국들이 코로나19 위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또 다른 인류의 비극이 시작되고 있다.


Tip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올해 초 미국 국가 부채가 2051년에 미국 경제 규모의 두 배 이상으로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CBO는 지난 2월 연간 장기 재정 전망 보고서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방정부 부채 비율이 올해 102%에서 2051년 202%까지 오를 것으로 추산했다. 올해 비율(102%)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재정 지출이 급증한 1945년(104%)과 1946년(10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CBO의 이번 추산치에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 중인 약 1조달러(약 1140조원) 규모 인프라 투자안은 미반영됐다. 필자가 이 인프라 투자안을 반영한 올해 6월 GDP 대비 연방정부 부채 비율은 107%였다. CBO는 이번 전망에서 향후 30년간 미국의 연평균 경제 성장률을 1.8%로 제시했다. 1951∼2020년에는 3.1%였다. 또 올해 재정수지 적자는 GDP 대비 10.3% 수준으로 추산했다. 이는 1945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CBO는 재정 적자 증가의 주된 요인으로 부채 상환 비용을 꼽았다.

6월 24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양당 초당파 상원의원들이 타결한 인프라 투자안. 5790억달러(약 660조원)의 신규 사업을 포함, 8년간 총 1조2090억달러(약 1378조원) 규모다. 도로와 교량 등에 1090억달러, 전력 인프라에 730억달러, 철도에 660억달러, 통신망에 650억달러, 대중교통에 490억달러, 수도 시설에 550억달러, 전기차 인프라에 75억달러 등을 투자할 계획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는 6월 16일 통화정책회의 후 2023년에 두 차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시장이 충격을 받자,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등이 시장의 조기 긴축 우려 진화에 나서고 있다. 파월 의장은 6월 22일 하원 코로나19 관련 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이 시작될 가능성을 두려워해 금리를 선제 인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조기 긴축 공포’에 선을 그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