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이를 둘러싼 지식재산권(IP)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타버스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이를 둘러싼 지식재산권(IP)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민인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고려대 법학 학사, 미국 워싱턴대 로스쿨, 사법시험 42회, 사법연수원 32기
민인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고려대 법학 학사, 미국 워싱턴대 로스쿨, 사법시험 42회, 사법연수원 32기

최근 언론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접했다. 한 명품 기업이 만질 수도 없고 착용도 불가능한 디지털 전용 가방을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 플랫폼인 ‘로블록스’에서 해당 가방의 모델이 된 실물 가방의 오프라인 판매가보다도 높은 가격에 판매했다는 것이다. 가상 세계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상품 가치가 현실 세계의 그것을 넘어선 것이다. 또 미국의 한 인기 래퍼가 2020년 세계적인 게임 플랫폼인 ‘포트나이트’상에서 단 3일 동안 이벤트성으로 개최한 라이브 공연에 무려 2770만 명의 가상 관객이 모여든 사례, 네이버 자회사가 만든 ‘제페토’ 서비스가 2020년 말 기준 이용자 2억 명을 돌파했고, 이 서비스를 통해 한국 아이돌 그룹인 ‘블랙핑크’가 개최한 가상 팬 사인회에 전 세계 팬 4600만 명이 모였다는 기사 등은 바야흐로 메타버스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메타버스란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와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성한 단어다. 가상과 현실이 결합한 일종의 가상 세계를 뜻한다고 보면 될 듯하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등의 발달로 인해 종전과 달리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나 가상 세계에 접속해 다른 이용자와 교류하면서 사회·문화·경제 활동을 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이다.

이러한 메타버스 세계에서 활동은 현실 세계의 그것과 비교해 경제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점이 있다. 예를 들어 음악 공연의 경우, 현실 세계에서는 도시별 순회공연 시 매번 무대장치 등을 제작하고, 공연장을 빌리는 데 비용이 발생한다. 그러나 메타버스상에서 콘서트를 개최할 경우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공연 준비가 가능하고, 공간의 제약 없이 전 세계에서 이용자들이 참여할 수도 있다. 또한, 콘서트나 아티스트 관련 아이템이나 굿즈(goods) 등도 수량이나 제조 단가 등에 대한 제약 없이 제작·판매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의 수익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는 앞서 언급한 포트나이트 공연을 통해 해당 래퍼가 불과 3일짜리 이벤트성 공연으로 무려 2000만달러(약 232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비슷한 기간 오프라인 공연에서 거둔 이익의 열 배에 달하는 것이다. 이처럼 메타버스 세계에서는 상품 제조나 판매 및 홍보, 기타 경제 활동에 있어 현실 세계에서 발생하는 여러 제약이 상당 부분 해소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기술 발달과 함께 이를 구현해주는 스마트폰 등 다양한 디바이스의 개발로 인해 가상 세계로의 접속이나 활용과 관련한 여러 제약이 점차 사라지고 편리성이 개선되고 있어 메타버스 관련 경제 규모는 점점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시장 조사 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2020년 460억달러(약 53조3600억원) 규모였던 전 세계 메타버스 관련 시장은 2025년 2800억달러(약 324조8000억원)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메타버스는 먼 미래가 아닌 현실의 일상생활이 돼 가고 있다. 관련된 경제 규모 또한 커지고 있다 보니 해당 공간에서 행해지는 각종 행위에 대해 현실 세계와 마찬가지로 규제 내지 권리 주체들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특히 가상 세계를 기반으로 하는 메타버스의 특성상 지식재산권(IP) 보호 측면에서도 종전과 다른 여러 차이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메타버스를 둘러싼 세 가지 지식재산권 보호 쟁점을 소개한다.


쟁점 1 | 저작권법상 공연과 방송의 문제

우선 저작권법상 ‘공연’은 저작물 또는 실연 등을 상연하거나 가창과 같은 방법으로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방송’은 대중이 동시에 수신하게 할 목적으로 음과 영상 등을 송신하는 것을 의미한다(저작권법 제2조 3호 및 8호).

이러한 공연권이나 전송권 등은 저작자의 권리이기 때문에 저작물을 이용하는 이용자는 당연히 저작자에게 그 이용에 따른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메타버스 내에 마 련된 가상 공간에서 콘서트를 개최하고 이용자들이 해당 공간에 접속해 콘서트를 관람하면, 이를 공연으로 봐야 할까? 아니면 방송 같은 기타 유사 행위로 봐야 할까?

통상 공연은 콘서트장과 같이 특정한 공간 내에 함께 모여 연주 등을 감상하는 개념을 전제한 것으로 이해돼 왔다. 메타버스 내에서 이뤄진 콘서트를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공연으로 볼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를 공연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방송이나 공중 송신 등 다른 개념으로 볼 것인지 여부에 따라 권리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이용 허락의 대가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그러므로 이러한 문제는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특히 딥러닝 등 인공지능(AI) 기술 발전과 그래픽 기술의 발전은 새로 촬영하지 않더라도 드라마나 영화 등 기존에 공표된 작품 속에 표현된 연예인 등 유명인의 모습과 음성을 활용해 다양한 표현이나 움직임을 실제와 거의 동일하게 구현하는 것을 가능케 했다.

시간이나 공간 제약이 없고 복제가 용이한 메타버스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러한 기술적 발전은 유명인의 허락 없이도 그 초상을 무단 도용해 아바타를 제작하거나 혹은 음성 등을 비슷하게 흉내 내어 광고물을 제작하는 행위 등이 그리 어렵지 않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메타버스 시대에는 초상권이나 퍼블리시티권(개인의 이름·초상·서명·목소리 등의 인격적인 요소가 파생하는 일련의 재산적 가치를 권리자가 독점적으로 지배하는 권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이를 보호할 필요성도 증대된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우리 법원은 인격권에 해당하는 초상권은 보호하고 있으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퍼블리시티권에 대해서는 실정법에 근거가 없다는 이유 등을 들어 이를 부정하는 입장이 강한 편이다(서울고등법원 2015. 1. 30. 선고 2014나2006129 판결).

그런데 인격권인 초상권에 대한 보호만으로는 메타버스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대규모의 재산적 침해에 대한 보호가 충분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참고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저작권법 개정안에는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고 이를 보호할 수 있는 여러 조항이 포함돼 있다(저작권법 개정안 제98조의 2호).

메타버스 관련 경제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해당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지식재산권 보호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쟁점 2 | 현실 거래 기반한 상표법 문제

또한 앞서 살펴본 명품 가방의 가상 세계 판매에서 보듯 가상 세계에서도 현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상품이 판매되고 이를 통한 다양한 경제 활동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의 거래를 기초로 제정된 상표법 등 기존의 지식재산 관련 법령이 메타버스 세계의 활동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인지 여부도 문제가 된다. 메타버스 공간의 의류나 가방 등 디지털 이미지도 거래의 객체가 된다면, 우선 상표법이 말하는 상품으로 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대법원 1999. 6. 25. 선고 98후58 판결). 그러나 이른바 상표권 침해는 다른 사람이 등록한 상표와 같거나 유사한 상표를 그 지정 상품과 같거나 유사한 상품에 사용할 때 인정될 수 있다(상표법 제89조 및 제108조).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 이미지를 현실 세계의 의류나 가방 등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품으로 볼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있기 때문이다.


쟁점 3 | 허물어지는 국가 경계의 문제

아울러 메타버스 내 공간은 어느 한 국가의 경계 범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용자 또한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에 메타버스 내에서 일어나는 각종 지식재산권 침해 행위에 대해 과연 어느 나라 법률을 적용해야 할지 그리고 침해 행위에 대한 수사나 재판 관할이 어디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인지도 문제가 된다.

이렇듯 점점 현실 세계와 구분이 모호해지고 일상으로 깊이 파고드는 메타버스 내에서의 각종 활동은 그 편리성에도 불구하고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없고 복제 등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특성을 고려할 때 현실 세계 활동과 비교해 더 많은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바라본 피해의 규모 또한 이전과 달리 커질 가능성이 큰 것이 현실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기존의 지식재산 보호 체계만으로는 권리자의 지식재산을 보호하는 데 미흡하거나 일정한 한계를 보이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메타버스 시대에는 저작권이나 상표법 등 이른바 ‘소프트 IP’로 불리던 영역에서의 지식재산권 침해 및 피해 사례가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변화하는 시대상을 반영해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면서도 권리자의 지식재산을 보호하고 침해 행위를 효과적으로 제지함과 더불어 피해를 효과적으로 구제할 방안을 논의해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