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오른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7월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조찬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홍남기(오른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7월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조찬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격상과 기업의 자율적인 방역 조치 강화 등이 시행된 지 1주일 남짓 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경제는 생산과 소비 등 전반에 걸쳐 하방 압력이 눈에 띄게 커졌다.

현 상태가 지속하면 올해 우리 경제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4%대 달성은커녕 3%대 중후반 수준을 지키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

정책 당국의 시름도 깊을 것이다. 특히 재정 정책을 주도하는 중앙정부와는 달리 통화 정책을 주도하는 한국은행은 딜레마에 빠진 것처럼 그 어느 때보다 고민이 더 깊어진 것 같다.

한국은행 입장에서 보면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금리 인상 등 통화 정책 전환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뜨거운 감자’였지만 이제는 ‘더블딥(double dip)’ 즉, 경기 재침체 예방을 위한 경제 안정화 정책에 더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 등 일상으로의 복귀 지연 및 내수 경기 회복세 둔화, 수출 환경 급변 가능성 등이 우려되는 현 상황에서 일시적 경기 회복과 기존의 낙관적인 전망을 근거로 섣불리 통화 정책 전환을 결정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치솟는 물가와 그칠 줄 모르는 부동산 가격 상승 등 불안정한 국내 시장 여건을 생각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금리 인상 등 통화 긴축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해 ‘인플레파이터(inflation fighter)’라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결정 가능성도 있는 상황으로, 선제적이지는 않더라도 이와 동시에 국내 통화 정책의 전환이 있을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줄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통화 정책 정상화 시행은 다소 늦어질 수는 있어도 그 시기에 대한 논의는 지속해야 한다. 하지만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가계, 심각하게 부실해진 자영업자,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지불하지 못하는 좀비기업(zombie company) 등 취약 부문에 대한 대책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런 논의를 이어 가기에는 상당한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이는 주로 중앙정부 및 타 공공 부문에서의 적절한 대응이 요구되는 영역이긴 하지만 한국은행도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낮아진 골디락스 기대

여기에 더해 경기 후행적인 일자리 문제도 한국은행의 통화 정책 전환 결정을 어렵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들어 3% 후반대로 다소 안정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 가고 있는 실업률에 더해 민간 부문에서 충분한 일자리가 창출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 또한 한국은행에는 부담이 된다는 말이다.

물론 일자리 창출이 한국은행 본연의 역할은 분명히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발생 이후 고용 여건 개선 여부가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에 관한 의사 결정에 중요한 영향력을 미쳐 왔고, 그것이 은연중에 한국은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재확산세가 향후 얼마나 더 지속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현 상황만 놓고 보면 실로 오랜만에 회자하던 ‘골디락스(goldilocks·물가 안정과 경제 성장이 공존하는 이상적인 상황)’에 대한 기대가 멀어진 것만큼은 사실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국내 시장이 다소 불안정해 보여도 통화 정책 방향의 전환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지금 상황을 통화 정책 의사 결정에 대한 딜레마를 해결할 기회로 활용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