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6월 2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6월 2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인석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서울대 공법 학·석사, 사법시험 37회, 사법연수원 27기, 전 서울지방법원 판사, 전 서울고등법원 고법판사
이인석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서울대 공법 학·석사, 사법시험 37회, 사법연수원 27기, 전 서울지방법원 판사, 전 서울고등법원 고법판사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조사한다는 기사가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품앗이’와 ‘상부상조’를 미덕으로 삼는 전통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물건을 사도 친한 사람한테 사는데, 하물며 계열회사에 일감을 주는 것이 무슨 문제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는 복잡하고 우리 사회의 특유한 역사와 문제점을 반영하고 있다. 시장경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경쟁이 유지돼야 하는데, 한국 재벌들은 총수 일가가 평균 1% 정도의 지분을 소유하면서 다수의 계열회사를 지배하고 있다. 이러한 재벌그룹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여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실현할 필요가 특히 커졌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에서도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기 위한 다양한 법적 장치를 두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 방식은 해외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현황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규제는 2000년 초반 무렵부터 현저히 낮거나 높은 가격으로 거래하는 대가성 지원행위에 집중됐다. 그 후 대규모기업집단 총수 일가의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를 방지하기 위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제재가 이어지자, 일감 몰아주기가 이용됐을 것으로 보이며, 2007년 현대글로비스 사건을 계기로 상당한 규모로 거래해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총수 일가의 2세나 3세가 광고, 물류, 시설 관리 등을 수행하는 비상장회사를 지배하면서 기업집단 내 계열회사들을 상대로 사업을 수행해 부를 축적하고 이를 통해 경영권 승계를 하는 현상이 만연했다.

그러나 이를 규제하려는 공정위의 시도가 연이은 소송에서 패소함으로써 실패하자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7호만으로는 실효성 있는 규제가 어렵다는 여론이 일어났다. 이에 국회는 2013년쯤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종래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추가로 공정거래법 제23조의 2를 신설해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를 규제하기 위해, 공정거래를 저해하는지 여부가 아닌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위법성을 판단하도록 했다.

이렇게 탄생한 공정거래법 제23조의 2의 일감 몰아주기와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7호의 일감 몰아주기는 지원 주체, 지원 객체, 성립 요건, 위법성 판단 기준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는 규정으로 일감 몰아주기라는 이름 아래 두 가지가 공존하게 됐다. 우선,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7호 가목은 “사업자는 부당하게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대해 가지급금·대여금·인력·부동산·유가증권·상품·용역·무체재산권 등을 제공하거나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해 특수관계인 등을 지원하는 행위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하거나 계열회사 등으로 하여금 이를 행하게 해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시행령은 부당지원행위의 유형을 다시 ‘상당히 낮거나 높은 대가’로 거래하는 행위와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는 행위로 나누고 있는데 통상 후자를 일감 몰아주기라 한다.

또한 공정거래법 제23조의 2 제1항은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는 특수관계인이나 특수관계인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계열회사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통해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하면서, 4호에서 사업 능력, 재무 상태, 신용도, 기술력, 품질, 가격 또는 거래 조건 등에 대한 합리적인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 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는 행위를 열거하고 있다. 대기업집단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행위 유형 중에서 4호의 특수관계인에 대한 이익 제공행위를 통상 일감 몰아주기라고 한다.


일감 몰아주기의 영향

일감 몰아주기를 포함한 부당 내부거래는 총수 일가의 편법적 부의 승계를 목적으로 이뤄지기도 하지만, 계열 유지 확장, 그룹의 영향력 확장 등을 목적으로 이뤄지기도 한다. 일감 몰아주기는 주주가 가져갈 이익을 지원받는 회사를 통해서 총수 일가로 이전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 외에도 상품 거래 시장을 내부화해 한계기업이 경쟁을 통해 퇴출되는 것을 막고, 기업 경영자를 경영 능력보다 총수 일가에 대한 충성심을 기준으로 충원하도록 하는 지배구조를 고착시키는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국민경제적 차원에서도 재벌이 시장경제원리에 역행해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한 거래로 부실화되고 경쟁력이 감소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에서 보듯이 기업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경쟁이 제한돼 소비자 후생의 감소를 초래한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감춰진 일감 몰아주기 찾아내기

공정위는 규제 수단을 동원해 일감 몰아주기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투자자 입장에서는 공정위의 조사가 시작됐다는 기사를 보고 대응을 시작한다면 너무 늦을 수 있다. 숨겨진 일감 몰아주기를 찾아내는 방법이 있다면 도움이 될 수 있다. 간단한 방법은 투자하려는 기업의 사업보고서에서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를 살펴본 다음 특정 기업(A)을 상대로 한 매출이 큰 기업을 골라내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다트)에서 해당 회사(B) 감사보고서를 찾아보는 것이다. B의 주주 구성, 매출, 영업이익률을 A와 비교하며 살펴본다.

B가 A를 상대로 한 매출 비중이 높고, 영업이익률도 A보다 높다면 일단 A가 B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이 아닌가를 의심해 볼 수 있다.

간단한 방법으로 복잡한 형태의 일감 몰아주기를 완벽하게 찾아낼 수는 없겠지만, 하나의 기준으로 삼을 수는 있다. 이 경우 규제가 없다면 A의 이익이 B로 이전돼 A의 기업 가치는 하락하고 B의 기업 가치는 상승한다.

어느 회사의 주식이 일감 몰아주기 이슈로 하락한다면 이는 투자자에게 매수하라는 신호일까 아니면 매도해야 하는가? 물론 주식 가격은 여러 가지 복잡한 변수가 상호작용해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기 때문에 하나의 원인을 근거로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업 가치에 영향

다만 일감 몰아주기 등에 의한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 지정 여부가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으로 지정되는 경우 기업 가치가 증가한다고 한다.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 지정제도가 지배주주의 사익편취 유인을 감소시켜 기업 가치를 증가시키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 기초해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가 실제 이뤄지는 시기를 전후해 다음과 같은 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

지원기업과 피지원기업이 있다고 하자.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지원기업의 수익이 피지원기업으로 이전되는 효과가 있다. 만약, 피지원기업의 총수 일가 지분이 높은 경우에는 규제가 이뤄질 수 있다.

규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지원기업의 기업 가치는 하락하고 피지원기업의 기업 가치는 상승하게 된다. 피지원기업은 영업이익률 등이 높은 경우가 많은데, 이때 피지원기업에 투자하면 높은 수익을 낼 가능성이 커진다. 지원기업의 주주는 손해를 보고 피지원기업의 주주는 이익을 보게 된다.

그런데 공정위가 위 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규제를 해서 더 이상 일감 몰아주기가 불가능해진 이후를 생각해보자. 피지원기업은 지원기업으로부터 수익성 좋은 일감을 받지 못하게 되므로 기업 가치가 하락하고, 다른 부분에 경쟁력이 없는 기업이라면 존속 자체가 어렵게 된다. 지원기업은 피지원기업에 수익을 빼앗기지 않게 되므로 그 부분에 해당하는 기업 가치의 상승이 이뤄지게 된다. 따라서 투자자로서는 일감 몰아주기가 규제를 받지 않고 계속된다면 피지원기업, 규제가 시작된다면 지원기업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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