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서울대 경영학 박사, 현 윤경SM포럼공동대표, 현 정부 신남방정책 민간자문위원, 전 미국 하버드대 방문연구원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서울대 경영학 박사, 현 윤경SM포럼공동대표, 현 정부 신남방정책 민간자문위원, 전 미국 하버드대 방문연구원

기업가는 세상 변화를 보는 눈과 사람 보는 눈이 함께 있어야 한다. 변화를 보는 눈은 새로운 꿈과 도전을 만들고, 사람을 보는 눈은 스피드(속도)를 만든다. 전자에는 통찰의 눈이 필요하고 후자에는 공감의 눈이 필요하다. 세상 변화를 보는 눈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사람을 보는 눈은 그 방향까지 도달하게 하는 실천력을 만든다.

변화의 새로운 방향을 위해 기업가는 ‘네세시타(necessita·시대정신)’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최근 같은 디지털과 그린(녹색) 대전환기에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시대정신 없이 과거의 방식에만 천착하는 기업은 생존할 수 없다. 그래서 기업가는 미래 방향의 ‘비전 제시자(envisioner)’가 돼 전환의 주도자로 거듭나야 한다.

기업가는 구성원에게 비전 있는 조직을 만들어줘야 한다. 비전은 함께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비전만큼은 기업가가 직원들에게 위임할 수 없다. 목표만 있고 목적이 없는 지도자는 최악의 지도자다. 그리고 기업가의 목적과 비전은 돈이 아니라 더 좋은 사회를 향한 꿈이어야 한다. 영국 옥스퍼드대 경영대학원의 전 학장이었던 콜린 메이어 교수는 “기업의 목적은 사람과 지구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생산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기업가는 직원이나 파트너들이 ‘이 방향이 맞다’라고 공감할 때까지 소통하는 ‘공감자(empathizer)’가 돼야 한다. 직장은 직원들이 하루 시간의 70%를 보내는 곳이다. 이들이 행복해야 상상력이 향상되고 아이디어가 나온다. 그리고 이는 혁신의 원동력이 된다. 실천도 직원들에 의해 일어난다. 공감이 없는 직원에게서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행동 실천이 일어나기 어렵다.

이것이 공감 부족으로 인해 생기는 이른바 ‘기업가 정신의 역설’이다. 이는 기업가가 혁신 역할만 강조하고 조직 구성원의 혁신을 끌어내는 데 실패하면 나타나는 현상이다. 처음 시장에 진입할 때는 신기술과 신제품에 자본을 투입하지만, 진입 후에는 신기술과 신제품이 나오지 못하는 경우다. 실제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80%는 창업한 지 5년 이내에 사라진다고 한다.

창업 후 후속 혁신은 조직 차원에서 일어나야 한다. 종업원들의 아이디어로 연속적인 신기술과 신제품이 나와야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 비전이 없는 곳에서 직원들은 일하고 싶지 않으며, 공감이 없는 지시의 문화에서는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는 현저히 떨어진다. 경영이라는 건 여럿이 같은 일을 이뤄가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기업에는 ‘구경꾼’들도 많다. 구성원들이 향하는 방향이 달라지면 조직은 재앙에 처한다. 큰 조직일수록 방향을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향하는 구성원이 많다. 공감이 약할수록 조직에 대한 저항은 강해진다. 한국 기업에서 자기 일에 적극적으로 몰입하는 사람은 11%에 불과하다고 한다. 공감이 없는 조직 문화 때문이다.


종업원은 ‘業’에 종사하는 사람

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는 조직의 방향인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직원들이 함께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는 “회사에서 주로 무슨 일을 합니까?”라는 언론 질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여럿이 같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공감이 가장 중요하다. (중략) 직원과 파트너들의 자발적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직원들과 정말 많은 대화를 한다. 동료, 파트너들이 ‘이 일이 맞다’라고 느끼도록 서로를 설득하는 것이다.” 새겨들어야 한다.

종업원이란 ‘업(業)’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기업 리더가 업의 본질과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고 직원들이 공감할 때 직원은 종업원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기업가는 구성원들과 공감 범위가 넓어야 한다. 직원들이 알아들을 때까지,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기업의 방향과 비전을 설명하고 공감을 끌어내야 한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상상력이 없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은 끔찍하다”라고 했다. 공감이 없는 곳에서 직원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공감하면 그들은 상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이디어는 기술적으로 구현된다. 이것이 진정한 기업 혁신이다. 그러면 피터 드러커가 말한 이상적인 경영의 모습도 실현된다. ‘평범한 사람’이 ‘비범한 성과’를 내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