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욱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팀장 연세대 토목공학 학사, 덴버대 MBA, 현 한국금융연수원 부동산 겸임교수
박상욱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팀장
연세대 토목공학 학사, 덴버대 MBA, 현 한국금융연수원 부동산 겸임교수

모든 자산가격이 오르면서 모아둔 자산으로 노후를 대비해야 하는 은퇴생활자들의 고민도 늘고 있다. 조그만 상가라도 사서 노후를 대비하는 것이 은퇴를 앞둔 대부분 직장인의 로망이지만, 단기간에 높아진 부동산 가격 때문에 평생 모은 20억~30억원의 자산으로 변변한 건물을 사는 것도 어려운 시장 상황이다. 이 정도의 자금이면 대출을 활용해서 40억~50억원 정도의 수익성 부동산을 찾아보게 되는데, 임대수익이 좀 더 많은 구분상가(집합건물에서 층이나 호와 같이 일정 규모별로 구분등기가 가능한 부동산)를 사는 게 맞는지, 가격 상승 가능성이 크다는 꼬마 빌딩에 투자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꼬마 빌딩과 구분상가의 장단점

부동산을 투자하는 방법은 크게 부동산 펀드나 리츠에 투자하는 간접투자와 투자자가 직접 부동산의 소유권을 갖게 되는 직접투자로 구분할 수 있다. 직접투자는 부동산 전체를 소유하는 방식과 일부 지분 또는 일부분을 구분 소유하는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요즘 인기 있는 꼬마 빌딩은 부동산 전체를 소유(가족과 지분 소유 포함)하는 방식이고 구분상가는 부동산을 각각의 구역으로 구분해서 한 건물을 여러 명이 소유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꼬마 빌딩과 구분상가의 투자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장단점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꼬마 빌딩의 가장 큰 장점은 부동산의 소유권을 온전히 가질 수 있고, 이는 부동산을 투자자 마음대로 사용, 수익, 처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쉽게 말해 부동산의 신축이나 리모델링 등 부동산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행위에 제한이 없는 것이다. 주택 시장이 좋으면 주택을 짓고, 상가 시장이 좋으면 상가건물을 짓고, 호텔 시장이 좋으면 호텔을 짓는 등 시장 상황에 맞게 개발할 수 있다. 하지만, 구분상가는 건물 일부분만 소유권을 가지고 있어서 건물을 신축하거나 리모델링하려면 다른 소유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부가가치를 올리기 어렵다. 이러한 개발과 부가가치를 높일 가능성으로 꼬마 빌딩을 보다 선호하게 되고, 현재와 같은 부동산 상승기에는 구분상가보다 높은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너도나도 꼬마 빌딩 투자에 나서고 있다.

그렇다면, 구분상가 투자를 고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투자금에 제한이 없다면 좋은 입지에 좋은 임차인으로 구성된 꼬마 빌딩이 최우선 투자처인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현재 시장에서 40억원으로 살 수 있는 부동산을 비교해 보면 선택이 그리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수익성 부동산의 투자 원칙은 신뢰할 수 있는 임차인으로부터 높은 임대수익을 안정적으로 장기간 얻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임차인, 임대수익, 임대 기간이 중요한데, 이 세 가지 요소를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부동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입지가 뛰어나야 하고 좋은 입지의 부동산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거기에 맞는 충분한 투자금이 필요하다.

모든 투자자가 선호하는 강남 3구에서 현재 40억원으로 구입할 수 있는 꼬마 빌딩은 거의 없다. 설사 있다 하더라도 1층 상가, 2층과 3층이 주택으로 구성된 상가주택이나 전체가 다가구주택일 가능성이 크다. 상가 주택의 주택도 주택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투자자는 상가주택을 사는 동시에 다주택자가 되고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보유세, 양도세 등 겹겹의 규제 정책으로 투자자는 투자할 때부터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한다. 만일 운 좋게 전체가 근린생활시설(식당, 커피숍, 사무실 등)인 건물을 찾았다 하더라도 도로와 지하철에서 한참 멀어 입지가 상당히 떨어지는 건물일 가능성이 크다. 입지가 떨어지면 좋은 임차인도 높은 임대수익도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에 40억원의 구분상가는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대로변에 위치한 1층 상가에 투자 할 수 있다. 임차인도 대기업이 직영하는 프랜차이즈 업종이나 약국 등 임대인이 선호하는 임차인이 입점해 있고 임대 기간도 5년 이상 장기간 계약에 꼬마 빌딩보다 1~1.5%는 높은 임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물건에 투자 할 수 있다. 다만, 구분상가의 가치는 임대료의 상승에 따라 좌우되는데, 앞에서 언급한 소유권의 제한으로 현재 임대료의 획기적인 상승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시세 상승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마지막 차이점으로 건물 관리 부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꼬마 빌딩은 부동산이 투자자 소유이기 때문에 건물 관리도 투자자가 해야 한다. 물론 비용을 지불해서 건물관리 대행 업체에 위임할 수도 있지만, 꼬마 빌딩에서 발생하는 임대수익이 크지 않아, 실제로 관리 업체를 이용하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

과거에 100억원을 구분상가에만 투자하는 고객을 만난 적이 있다. 당시 100억원이면 강남에 제법 괜찮은 건물을 살 수 있는 큰돈이었지만, 고객은 끝내 여러 채의 구분상가 투자를 결정했다. 이유는 바로 건물 관리 부분이었다. 그 고객은 이전에 직장에 다니면서 조그만 상가주택을 보유한 적이 있었는데, 비 오면 물 샌다고 보수해달라는 전화, 겨울에는 보일러가 고장 났다고 수리해달라는 전화에 트라우마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아서 다시는 부동산을 사지 않으리라 다짐할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구분상가는 건물을 공동관리하는 관리사무실이 있고 관리비는 임차인이 관리사무실로 납부하고, 본인은 임대료만 받으면 되니, 매월 일정한 임대수익이 안정적으로 나오는 이만한 투자 상품이 없다는 것이었다. 젊고 활동적이고 시간적 여유가 있는 투자자라면 모르겠지만 투자자에 따라서는, 특히 은퇴 후 나이가 들면서 거동도 불편해지고 일 처리도 옛날 같지 않은 은퇴자에게 건물 관리의 편리성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부동산 투자의 중요한 고려 사항일 수 있다.


투자자 상황에 적합한 투자가 정답

자산관리 관련 교재를 살펴보면, 모든 교재에 빠지지 않는 자산관리 원칙이 있다. 투자자를 이해하고 투자자의 상황에 적합한 투자 상품을 제안하라는 것이다. 자녀와 동거하지 않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일을 자신들이 해결해야 하는 노년의 부부나 시세 상승보다는 당장 매월 발생하는 임대수익으로 생활해야 하는 은퇴자에게는 부동산 관리나 현금흐름 측면에서 꼬마 빌딩보다는 구분상가 투자가 더 적합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투자자는 한 번 투자금을 잃으면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원금손실 가능성 측면에서도 보수적인 투자가 적합하다.

꼬마 빌딩 투자의 가장 큰 장점인 높은 가격 상승 가능성은 부동산 시장의 추이가 변화하는 시점에는 반대로 가격 변동성의 확대, 즉 가격 하락 위험성 증가로 바뀌게 된다. 물론 부동산 시장의 추이가 변화하면 구분상가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신용도가 높은 임차인과 장기 계약한 구분상가는 적은 위험성을 내포하기 때문에 원금 손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작다. 모든 구분상가 투자가 적합한 것은 아니다. 구분상가의 임대차 계약 내용이 본인의 투자 목적과 재무 환경에 맞는 투자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