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서울타워를 중심으로 한 서울 시내 풍경.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남산서울타워를 중심으로 한 서울 시내 풍경.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연구원 동향분석실장

또다시 집값이 문제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매매 가격은 말할 것도 없고 전셋값까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그나마 기존 전세 계약을 연장하거나, 더 큰 비용을 치르더라도 원하는 곳으로 이사할 수 있으면 다행인 상황이다. 그런데 점점 줄어드는 전세 물량 때문에 이조차도 불가능해 주거난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심리도 다시 불안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주택가격전망지수,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매매수급지수, KB국민은행의 서울 매매전망지수 등 집값 전망을 나타내는 각종 선행지표가 2~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발표된 수십 차례에 걸친 대책이 기대에 반하는 역효과를 불러오고 있으니 어떤 식으로든 기존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런데 정작 이러한 변화를 주도해야 할 정책 당국의 생각은 예전의 입장과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올해를 시작으로 향후 수년간에 걸쳐 충분한 주택 공급이 이뤄질 예정이기 때문에 괜히 서둘러서 상투 잡지 말고 구매 시점을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하지만 현재의 부동산 가격 수준이 기대 심리, 투기 수요, 불법 거래 등에 의한 ‘비정상적인’ 가격 상승이라며 또다시 기존 정책 방향을 고수하겠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물론, 최근 들어 정책 당국의 강력한 단속으로 일부 투기 및 불법 거래가 적발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적으로 혹은 주로 그것 때문에 온 국민이 고통받을 정도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일시적으로 상승한 전세 갱신율을 바탕으로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이 크게 제고됐다는 식의 주장처럼 시장의 경험에 반하거나, 객관적이고 검증 가능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주장에도 동의할 수 없다.

아울러 정책 당국의 주장처럼 시장에서 적절한 인센티브가 작용하도록 제대로 설계된 정책이라면 다소 논란이 있더라도 땜질식 보완이 반복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의 권력은 설득하는 권력

이러니 정책 당국이 무슨 말만 하면 마치 ‘이솝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 같다는 시장의 비판만 받게 되는 것이고, 어떤 정책 대안을 내놓아도 시장을 설득하기는커녕 오히려 신뢰만 잃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당연히 당국 기대와는 다른 엉뚱한 결과가 빚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장 주체들이 떠안고 있다.

대통령학의 권위자 리처드 뉴스타트(Richard E. Neustadt·1919~2003) 교수는 대통령에 대해 “운동화를 신고, 말 발걸이를 든 채 각 부처의 장관이나 상원과 하원에 속하는 의원들에게 말에 오를 것을 권하는 마부와 비슷하다”라며 “대통령의 권력은 ‘설득하는 권력’”이라고 정의했다. 설득력 없는 권력은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는 비단 대통령이라는 최고의사결정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정책 의사 결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든 이에게 해당한다. 정책 당국도 유념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 안정은 정부 혼자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모든 국민이 함께 고민하고 협력해야 가능한 일이라는 정책 당국의 주장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성장과 분배에 관한 문제 등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는 모두 그렇다.

하지만 정책 당국의 주장이 실현되기 위한 전제 조건이 시장 경험은 물론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과학적인 근거를 통해 시장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