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우리나라의 직무발명보상금 제도가 ‘발명의 활성화를 통한 기술 발전’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효과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기업과 직원 양측 모두가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측 불만의 핵심은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현행 우리나라의 직무발명보상금 제도가 ‘발명의 활성화를 통한 기술 발전’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효과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기업과 직원 양측 모두가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측 불만의 핵심은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남문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서울대 법학,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 제40회 사법시험, 사법연수원 30기, 현 특허청 산업재산권 분쟁조정위원회 조정위원
남문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서울대 법학,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 제40회 사법시험, 사법연수원 30기, 현 특허청 산업재산권 분쟁조정위원회 조정위원

최근 직무발명보상금 청구 소송이 늘고 있다. 직무발명이란 회사 직원이 업무 수행 과정에서 창작해 낸 발명을 의미한다. 직무발명보상금은 이런 발명의 노고를 인정해 회사가 직원에게 지급하는 보상금을 뜻한다. 지식재산권(IP) 관련 사건을 처리하는 법원에서도 갑작스러운 해당 소송 건수 증가에 당혹해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생각하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직무발명자들에 대해 보상금 지급을 게을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다수 소송에 휘말리고 있는 기업들은 충실하게 직무발명보상금 제도를 운용하며, 큰 규모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는 기업들이라는 점에서 이와 같은 추측은 타당성이 떨어진다. 개선이 필요한 제도상의 문제점을 네 가지 이유로 정리했다.


이유 1 | 직무발명 권리는 일단 직원에게 귀속

우리 법상 직무발명에 대한 권리는 기업이 아닌 해당 발명을 한 직원에게 귀속된다. 다만, 이는 회사가 직원들을 고용해 급여를 지급하고 시설, 장비 등 연구개발을 위한 투자를 해 완성된 것이므로, 발명진흥법상의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회사가 해당 직원에게 직무발명을 승계하겠다고 통지하면 회사는 별도의 협상 없이 직무발명에 대한 권리를 승계할 수 있다. 회사의 일방적인 통지로 자신의 직무발명이 회사에 이전되는 직원의 이익 보호를 위해 발명진흥법은 회사가 직무발명을 승계받은 경우 해당 직원에게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견 이와 같은 직무발명보상금 제도는 회사와 직무발명을 한 직원 간의 이해관계를 적절히 조화하고 있는 합리적인 제도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애초에 회사로부터 급여를 받고 회사의 시설, 장비를 이용해 창작한 발명이 왜 직원에게 귀속돼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고(저작권법상 업무상 저작물은 처음부터 회사에 귀속되며 보상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는 것이 원칙이다), 미국처럼 법령상 직무발명보상금 제도를 두지 않고 회사와 직원 간의 계약에 맡기는 국가도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법령상 회사가 직원에게 직무발명보상금을 지급하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기는 하다. 물론 어떠한 제도에 관한 법령상의 규율은 법률적, 사회적, 문화적 차이를 고려해 선택할 문제라는 점에서 직무발명보상금 제도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나, 근본적인 재검토를 고려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유 2 | 비효율적인 직무발명보상금 제도

한편 현행 우리나라의 직무발명보상금 제도가 ‘발명의 활성화를 통한 기술 발전’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효율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 든다. 기업과 직원 양측 모두가 상당한 불만을 품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양측 불만의 핵심은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즉, 기업들은 어느 정도의 금액을 지급해야 정당한 보상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를 알기 어렵고,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보상금을 지급한 때에도 소송의 위험이 상존하는 상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직원들도 충분한 보상을 받는지 알 수 없고, 기업들의 소극적인 보상금 제도 운용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등의 불만을 토로한다.

이렇듯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발명진흥법상 ‘정당한 보상’의 기준이 애매모호하기 때문이다. 발명진흥법은 정당한 보상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직무발명으로 인해 회사가 얻을 이익’과 ‘그 발명의 완성에 회사와 직원이 공헌한 정도’를 고려해야 한다는 매우 추상적인 기준만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법령상 추상적인 기준은 판례의 축적으로 구체화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직무발명보상금의 경우는 사안별로 기술 내용 등 배경 사실이 매우 다르고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빨라 같은 기술 분야라도 과거의 사례를 참고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판례가 쌓인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기준이 도출되기는 어려운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실제 이미 상당수의 판결이 축적돼 있으나, 새로운 사건에 대해 예측 가능성을 제공해 주지는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하에서는 기업과 직무발명자 양측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적정한 직무발명보상금을 도출해 내기는 쉽지 않다. 법적 분쟁이 다수 발생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직무발명보상금에 관한 법령상 제도 자체가 당사자 간의 합의나 내부 제도의 운용 등 자율적 문제 해결의 유용한 기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법적 분쟁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부추기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는 것이다.


이유 3 | 예측 가능성 높이는 방안 고심해야

그렇다면 근본적 문제인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은 무엇일까? 이에 관해서는 법령상 정당한 보상의 산정 기준을 상세하게 규정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술 분야, 산업구조, 제품 특성 등에 따라 사정이 천차만별이어서 모든 경우에 합리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개별 회사들의 상황에 맞춰 회사와 직원들 간에 합의한 기준에 따라 지급된 직무발명보상금을 정당한 보상으로 인정하는 방안이 합리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물론 기업보다 직원들의 협상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해 보상기준 수립 및 수립된 기준에 따른 보상금 산정에 있어 직원들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법령에 마련해 둬야 한다. 최근 독일과 일본에서도 이러한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회사와 직원이 합의한 직무발명보상금 약정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선고된 바 있다. 일본의 경우 사내 보상 규정의 제정 및 개정에 있어 직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엄격한 절차를 준수할 것을 법령으로 규정하고, 이러한 절차를 준수해 마련된 보상 규정에 따라 지급한 보상금은 정당한 보상으로 간주하는 제도를 법령에 도입했다. 이처럼 기업과 직원들 간의 자율적인 합의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된다면, 다음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기업들로서는 직무발명보상금을 지급해도 추가 소송이 들어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어 소극적인 운용을 해 왔던 것에서 탈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특히 실제 소송에서는 기업이 이미 지급한 보상금의 액수가 마치 하한선인 것처럼 취급돼 그보다 많은 액수가 선고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기업들로서는 애매한 경우에는 아예 보상금 지급을 하지 않고 소송이 들어오는 경우 그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조처를 하는 경우가 많다. 제도 개선이 이뤄지면 내부 기준에 따라 지급하는 경우 소송의 위험이 극히 낮아지지만, 지급하지 않을 때는 소송에 직면할 수밖에 없게 되므로, 적극적인 보상금 제도 운용을 기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발명자들의 입장에서는 직무발명보상금 산정 기준에 대해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시킬 기회를 얻게 되고, 기업들의 적극적인 보상금 제도 운용으로 인해 별도의 비용 및 많은 시간을 들여가면서 성공 가능성이 불확실한 소송을 제기할 필요 없이도 충분한 보상금을 지급받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유 4 | ‘기술경쟁력 향상과 발명자 만족’ 두 마리 토끼 잡아야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2006년 및 2013년 발명진흥법의 개정으로 위와 같은 시도를 한 적이 있었다. 현행 발명진흥법에는 일정한 절차에 따라 직무발명보상금을 산정해 지급하는 경우에는 정당한 보상으로 간주한다는 위와 같은 취지로 도입된 규정이 있다. 즉, 발명진흥법은 ‘일정한 절차에 따라 직무발명보상금을 산정해 지급하는 경우에는 정당한 보상으로 간주한다’라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발명진흥법은 그러한 보상이 기존의 추상적 기준을 고려해 산정된 것이 아니면 정당한 보상으로 간주하지 아니한다라는 규정을 둬 앞서 언급한 간주 규정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고려할 때, 법령 개정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특허청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올해 초 직무발명 제도개선 위원회를 구성하고 산업계(기업 측 및 발명자 측), 과학기술계, 법조계, 학계 등 관련 전문가들의 참여하에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직무발명 제도개선 위원회가 출범한 지 상당 기간이 지난 8월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아 우려된다. 최대한 빨리 기업 측과 발명자 측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고, 우리나라 기술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개선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