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 송파 지역. 사진 연합뉴스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 송파 지역. 사진 연합뉴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이 확정되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양도세는 부동산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어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들도 주목해야 할 포인트다. 양도세의 핵심은 고가 1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혜택을 소급 적용하는 대신 이르면 9월 신규 취득분부터 줄이는 것이다. 다주택자에게는 내년 말까지 집을 팔라는 ‘신호’도 함께 보내고 있는 셈이다. 물론 절대 다수당인 여당이 개편안대로 표결을 통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지만 여야 협상 과정에서 다소 변동이 생길 여지는 있다.


10억원 전후 아파트 상대적 수혜

여당의 소득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기준(조정대상지역에서는 2년 거주 요건 필요)으로 활용되는 고가주택 기준이 시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라간다. 현재 고가주택 기준 금액 규정은 소득세법 시행령에 위임되어 있으나 이번에 모법인 소득세법에 아예 명기했다. 고가주택 기준의 상향은 그간의 물가 수준과 주택 가격 상승 등을 감안한 것이다. 2019년 통계청의 주택 소유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주택 소유자의 84.1%가 1주택자다. 그만큼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제 변경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 1주택 비과세 기준을 12억원으로 상향하는 것에 대해 야당도 큰 반대가 없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에 따르면 시행 시기는 ‘법안을 공포한 날’부터다. 따라서 이르면 9월, 늦어도 연내에 새 제도가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개정안대로 시행되면 9억~12억원대 아파트, 지역적으로는 서울 전역과 일부 수도권, 광역시 등이 집중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의 주택 통계에 따르면, 7월 현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1억5751만원이다. 양도세 혜택을 받기 위해 법 시행까지는 1주택자들이 매각을 보류할 가능성이 있으나 그 이후에는 거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가 밀집 지역 아파트 거래 회전율 ‘뚝’

양도가액이 12억원을 넘는 경우 1가구 1주택 소유자는 그 초과분에 대한 양도세를 장특공제를 통해 감면받게 된다. 장특공제는 현재 거주 기간(10년 40%)과 보유 기간(10년 40%)을 합쳐 계산한다. 여당안에 따르면, 이르면 9월부터 고가주택을 새로 사면 1주택자의 보유 기준 장특공제율이 뚝 떨어진다. ‘보유 기간(3년 이상 보유 시 적용)’의 경우 양도 차익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면 공제율 30%, 10억원 초과∼15억원 이하면 20%, 15억원 초과는 10%로 각각 낮아진다. 다만 양도 차익과 무관하게 거주 기간 10년 이상이면 적용되는 공제율 40%는 그대로 유지된다.

물론 보유하고 있는 고가 1주택을 팔 경우 종전처럼 양도세 혜택을 그대로 받을 수 있다. 9월 이후 취득분에 대해서만 혜택이 줄어들도록 하는 등 소급 적용을 피했다. 이는 고가주택을 장기 보유하고 있는 고령자들의 세 부담 반발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양도세제가 바뀌면 고가주택 밀집 지역에서는 어떤 일이 생길까? 아무래도 종전 집을 팔고 넓은 집이나 비싼 집으로 옮겨타기 하는 이점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양도세, 취득세, 중개수수료 등 거래 비용을 감안하면 그대로 있는 게 유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강남이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여의도, 목동, 판교 등지에서는 갈아타기 수요가 줄어 매물 잠김이 심화할 수 있다.

고가주택을 새로 사려는 사람 입장에서도 양도세에서 불리해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요약하면 기존 고가주택 보유자는 팔면 새로 사기도 어정쩡하고, 그렇다고 매수자들은 양도세를 감안하면 비싼 집에 크게 메리트를 느끼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강남권을 비롯한 고가주택 밀집 지역에서는 매도·매수세가 줄어 거래 회전율이 낮아질 수 있다. 특히 보유 기준 장특공제가 크게 줄어드는 20억원 초과 아파트에서 거래 가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시장 양도보다 증여 많을 듯

여당안에 따르면, 2023년 1월 1일부터는 다주택자가 집을 팔고 ‘1주택자가 되는 시점’부터 보유 및 실거주 기간을 계산해 양도세 장특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다주택자들이 현재 살고 있거나 시세 차익이 큰 주택의 양도세 장특공제를 받기 위해 법 시행 이전에 다른 주택을 매물로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다주택자들은 양도세뿐 아니라 늘어나는 보유세 부담으로 집을 처분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주택 수 줄이기 방법으로 양도보다 증여를 선택하는 다주택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조정대상지역에서 3주택자 양도세 최고 세율이 82.5%(지방소득세 포함)에 달한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다주택자 입장에선 양도세 부담의 임계점을 넘어선 상황으로 보고 있다. 한 세무사는 “세금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다주택자들은 양도보다 증여가 유리한 경우가 많다”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자녀에게 증여를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도를 하더라도 인기 지역 비싼 주택보다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의 주택이 우선적으로 고려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노후 대비용 주거용 오피스텔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주거용 오피스텔은 실질 사용 원칙에 따라 매각 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대상이다. 대신 지식산업센터, 업무용 오피스텔, 섹션 오피스 등 비주택 틈새시장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종부세 개정안 파장 크지 않을 듯

여야가 8월 19일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화안에 전격 합의했다. 종부세 과세 기준이 되는 1가구 1주택 공제액을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설정하는 게 핵심이다. 당초 민주당은 ‘정률(2%)’ 과세로, 국민의힘은 ‘정액(12억)’ 과세로 맞서는 상황이었으나 양측이 합의 끝에 단일 안을 마련한 것이다. 올해에 한정해서 볼 때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 같다. 공시가격 9억원에서 11억원 사이의 주택 한 채 보유자는 종부세를 내지 않게 되고, 그 이상도 종부세 과세 기준점이 올라가 세 부담이 줄어든다. 하지만 6억원씩(합산 12억원) 공제받는 부부 공동명의를 비롯해 다주택자 종부세 등 다른 부과 기준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번에 종부세 감면은 일부 1주택자에게 한정되고 그것도 금액 기준 상향 정도의 혜택인 셈이다. 시장 참여자들의 매도·매수 등 의사 결정에 변화를 줄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