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 이 사장이 찾아가도 잘 만나주지도 않던 대기업의 구매 담당 김 부장이 이제는 이 사장을 찾고 있어요.” 얼마 전 만난 중소기업 대표가 2년 전 일본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가 만든 변화라며 전한 내용입니다. 해외 산업용 필터와 건설장비용 엔진 등을 국내 공급하는 이 대표는 대기업이 공급망을 바라볼 때 저비용 같은 효율보다 신뢰와 안정성에 무게 중심을 두기 시작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게 ‘큰 성과’로 인정되면서 김 부장의 협력업체 사장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이번 커버 스토리 ‘소부장 리더의 조건’을 취재하면서 만난 한국의 소부장 리더들이 정부 발주 프로젝트를 늘리는 것보다 대기업의 구매 시스템 개선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을 보면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로 읽힙니다.

글로벌 소부장 리더 양성에는 당사자인 중소·중견기업뿐 아니라 토양도 중요함을 보여줍니다. 좋은 토양은 기초과학 연구의 축적도 포함됩니다. 일본에서 ‘과학자의 낙원’으로 불리는 국립 이화학연구소는 세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 기초과학의 상징이자 벤처의 산실입니다. 흥미로운 건 1917년 민관이 함께 자금을 댄 이 연구소의 설립 배경에 제1차 세계대전으로 적대 관계가 된 독일로부터의 화학 제품 수입 중단이 있다는 겁니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한국에서 소부장 리더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한 상황과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글로벌 공급망에 타격을 입히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역시 한국 소부장 산업을 키울 계기를 제공합니다. ‘이코노미조선’이 만난 전문가와 기업인들은 일본과 독일의 소부장 강국 부상 뒤에 ‘시간의 축적’이 있다고 얘기합니다. 정혁 코트라 전 연구위원은 저서 ‘작지만 큰 기술, 일본 소부장의 비밀’에서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1990년대 불황에도 과학 예산을 삭감하지 않고 이화학연구소를 지원했다”고 전합니다. 정권이 바뀌면 정책을 넘어 주요 조직까지 바꿔버리는 ‘우(愚)’가 반복돼서는 글로벌 소부장 리더의 꿈은 더 멀어지게 될 겁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길게 보는 국가 지도자 역량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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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공유가치창출의 가능성

양궁과 현대차 ‘원팀’ 경영 관련 기사를 흥미롭게 읽었다. 한국의 남다른 양궁 문화를 만드는 데 37년간 현대차그룹의 어떤 지원들이 있는지 알 수 있어 유용했다. 자동차와 양궁, 매칭이 잘 안 됐는데 현대차의 연구개발(R&D) 기술을 접목해서 훈련 기법을 고도화했다니 선진적인 공유가치창출(CSV) 활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 공현주 어반베이스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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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풀어 쓴 랜섬웨어 기사

랜섬웨어 같은 기술 용어는 어렵기만 했는데, 지난 호를 읽고 독자로서 조금은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인터뷰 대상자들도 글로벌한 인물이 많았고 재밌게 읽었다. 북인북에 들어 있는 유명인들의 추천도서가 눈길을 끌었다. 월가의 전설인 짐 로저스 회장이 추천한 ‘현명한 투자자’라는 책은 서점에 들러 구매해서 이번 주말에 꼭 읽어봐야겠다.

- 김애경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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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랜섬웨어 팬데믹

디지털 세상에서 벌어지는 랜섬웨어 공격이 단순히 기업, 특정 산업을 넘어 한 국가의 인프라, 인명까지 위협한다는 게 놀라웠다. 그야말로 랜섬웨어 팬데믹 시대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피해가 급속도로 커질 것이라는 경각심이 들었다. 랜섬웨어에 공격을 당하지 않기 위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 이정아 주부

오광진 편집장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