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검색엔진, 이커머스, 유전자 분석 등 많은 영역에서 데이터를 확보한 기업이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면서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자율주행, 검색엔진, 이커머스, 유전자 분석 등 많은 영역에서 데이터를 확보한 기업이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면서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인석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서울대 공법 학·석사, 사법시험 37회, 사법연수원 27기, 전 서울지방법원 판사, 전 서울고등법원 고법판사
이인석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서울대 공법 학·석사, 사법시험 37회, 사법연수원 27기, 전 서울지방법원 판사, 전 서울고등법원 고법판사

휴가철 꽉 막히는 도로에서 전방을 주시하며 브레이크와 액셀을 교대로 밟으면서 몇 시간씩 보내고 돌아와서는 ‘역시 집이 최고’라고 생각한 경험은 그다지 즐거운 추억은 아니다. 해외에서 젊은이들이 자동차를 자율주행 모드로 두고, 주행 중인 차 안에서 술을 마시며 즐기다가 사고가 났다는 기사를 보고 드는 안타까운 마음 뒤에는 사고만 나지 않았으면 정말 환상적이라는 생각이 스친다. 원하는 목적지를 설정하면 자동차가 운전자의 개입 없이 안전하게 데려다주고 그 시간에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거나 영화를 감상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율주행 기술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 기업은 미국의 정보기술(IT) 기업 구글이다. 글로벌 기술조사 업체 내비건트리서치(navigant research) 조사에 따르면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는 2019년부터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웨이모는 10년 전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시작해 이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율주행 택시 시험 운영단계에 진입했다.

테슬라는 구글보다 5년 늦은 2016년에 본격적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했으나 빠르게 성장하면서 웨이모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기세다. 그 비결은 실제 테슬라 차량의 주행 데이터를 활용한 데 있다. 전 세계 수백만 명의 테슬라 운전자가 자율주행 기능을 활용할 때 쌓인 데이터는 2020년 말까지 80억㎞(50억mile)를 돌파했다. 이는 웨이모보다 약 2550배 많은 수준이라고 한다.

고정밀 지도(HD맵)를 구현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웨이모와 달리 테슬라는 많은 양의 데이터를 축적하면서 도조(dojo)라는 시스템을 이용해 이를 분석해서 자율주행에서 절대 강자가 돼 가고 있다.

자율주행뿐만 아니라 검색엔진, 온라인 광고, 이커머스, 배달 시장, 유전자 분석, 신약 개발 등 많은 영역에서 데이터를 확보한 기업이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면서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이들 기업은 가입 시 제공되는 이용자의 개인정보와 서비스를 이용할 때 형성되는 검색 내역, 구매 내역, 습관 등의 데이터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분석한 후 맞춤형 광고나 소비자에게 최적화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빅데이터를 둘러싼 주요 법적인 이슈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이슈 1 | 개인정보 보호 관점에서의 접근은 ‘한계’

빅데이터는 혁신을 통해 서비스 품질을 높여 소비자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기업은 빅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상품을 출시하거나 추천해줄 수 있다. AI와 결합한 빅데이터는 인간이 선택해야 하는 수많은 과제를 정확하게 대신 수행해 줄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빅데이터를 가진 기업은 인수합병(M&A)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빅데이터와 관련,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프라이버시 보호가 전통적으로 문제가 돼 왔다. 기업이 대량으로 보유한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되거나 부적절하게 거래될 수 있고, 개인정보를 기초로 특정 소비자를 차별할 수 있다.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이용해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이 침해될 우려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에서는 빅데이터와 관련해서는 개인정보 보호 문제로 접근해 개인정보 보호법이나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을 중심으로 규율이 이뤄져 왔다.

그런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정보 제공 주체인 소비자의 사전 동의를 더욱 엄격히 요구하는 등 사전 규제를 강화할 경우, 중소기업 등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사업자의 비용이 증가해 이미 대량의 데이터를 축적한 기존 사업자를 보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또한, 개인정보를 충분히 보호하는 기업일수록 개인정보 수집률이 낮아 경쟁력이 약해지는 문제가 있다. 반면 이미 대량의 데이터를 확보한 기업은 고객 이탈 우려 없이 개인정보 수집, 이용 범위 확대를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종래 개인정보 보호 관점에서의 접근법은 한계가 있다.


이슈 2 | 빅데이터 독점 눈감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기준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데, 데이터의 양이 많고, 활용하는 범위가 넓은 기업이 해당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게 된다. 그 결과 데이터의 축적 및 활용을 통해 경쟁 사업자를 배제하거나, 필요한 데이터 접근을 방해하는 등 빅데이터 독점으로 인한 불공정 행위 문제가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데이터를 많이 습득한 기업이 이를 토대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에 따라 더 많은 이용자를 끌어들여 다시 데이터 보유량을 늘리는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고, 또한 데이터 보유량이 많아지면 학습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에서도 결과적으로 선발주자가 승자 독식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해외 주요국에서는 이러한 플랫폼 기업의 데이터 관련 불공정 행위를 법령과 판례를 통해 규제해 왔다. 보통 데이터 접근 거절 및 제한, 데이터 거래의 배타 조건부 계약, 기업결합을 통한 데이터 독점, 데이터 수집을 통한 시장지배력 형성 등이 경쟁 당국의 규제 대상이 된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독일 경쟁 당국은 거대한 플랫폼 기업들의 결합을 통한 데이터 독점과 가입자의 개인정보 활용 영역에서 발생하는 경쟁 제한 행위를 단속하고 있다.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발표한 기업결합 심사 기준은 기업결합 후 결합 당사가 정보 자산을 활용해 시장지배력을 형성·강화·유지하는 경우 관련 시장에서의 경쟁이 실질적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에 따라 정보 자산을 수반하는 기업결합의 경쟁 제한성 판단 시 고려 사항을 제시한다. 그러나 아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심사 기준에 빅데이터가 고려 요소로 명시돼 있지 않다. 플랫폼 기업은 사업 초반에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적자를 감내하면서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서비스 가격이 없기 때문에 이들이 제공하는 ‘가격’을 기반으로 ‘SSNIP (가격 인상이 소비자 구매 전환에 미치는 영향을 따지는 테스트 방법)’를 따져 시장지배력을 가늠할 수도 없다.

이에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과 관련한 시장 획정 및 시장지배력을 판단할 때에는 매출뿐 아니라 가입자 수, 보유 데이터 분량 등을 고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공정위는 2021년 계획으로 시장지배력이 큰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경쟁 제한 행위를 효과적으로 감시하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 분야 단독행위 심사지침’ 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는데, 위와 같은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침에 빅데이터로 야기되는 경쟁 제한성 문제도 포함된다면 빅데이터 독점 행위에 사전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빅데이터 활용을 촉진하면서도 빅데이터가 소수에 독점돼 신규 진입자를 가로막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기를 기대한다.

정부안으로 올해 초 국회에 제출된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이나 국회의원들이 제출한 유사한 법률안에는 빅데이터에 관한 직접적인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빅데이터 독점의 경쟁법적 문제가 활발히 토론되기 바란다.


이슈 3 | 투자자도 경쟁 당국 동향 주시해야

‘데이터는 새로운 석유다(data is the new oil).’

과거 석유를 가진 자가 세상을 지배했듯이 앞으로 데이터를 가진 자가 세계를 지배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선진 각국의 경쟁 당국이 데이터 독점을 경쟁법적 관점에서 규제하려는 상황은 그만큼 빅데이터의 힘이 크다는 증거다.

경쟁 당국이 거대한 플랫폼 기업의 데이터 독점을 효과적으로 막지 못한다면, 이미 대량의 데이터를 확보한 기업이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다. 반대로 새로운 기업이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경쟁 환경이 조성된다면 데이터 확보를 위한 혁신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서 투자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투자자가 경쟁 당국의 동향을 계속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이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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