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사진 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사진 연합뉴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전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전 PWM프리빌리지서울센터장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전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전 PWM프리빌리지서울센터장

회사원 A씨는 결혼 11년 만에 내 집 마련에 나섰다. 주말을 이용해 배우자와 함께 아파트를 찾아보고 있는데, 가격이 오르고 있어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행히 처갓집 근처에 마음에 쏙 드는 아파트를 구해 매매계약을 준비하고 있다. 아파트 매매 가격은 5억원이며, 계약금 5000만원과 나머지 4억5000만원은 잔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협의했다. 계약금의 경우 5000만원 중 1000만원은 계약 당일에 지급하고 나머지 4000만원은 1주일 후에 주기로 했다. 매도자(소유자)는 본인이 병원에 입원 중이라며 배우자를 통해 계약하자고 했다. 그런데 회사 동료들 이야기로는 매도자가 언제든지 계약을 해제할 수 없도록 중도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계약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한다. 매매계약 시 계약을 해제당하지 않으려면 어떤 점에 주의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매도자, 계약 해제 선언 때 계약금 2배 상환해야

아파트 매매계약이 체결된 이후에도 당사자(매도자, 매수자) 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종종 그 계약이 해제되는 경우가 있다. 매도자가 매매계약에 대해 해제를 요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계약체결 이후에 아파트 가격이 급격히 올랐기 때문이다. 반면, 매수자가 매매계약에 대해 해제를 요구하는 경우는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투자에 대한 판단을 잘못했거나, 자금계획에 차질이 생겨 중도금 또는 잔금을 지급할 수 없는 경우에도 매매계약 해제 요구가 발생한다.

매매계약의 해제는 유효하게 성립된 계약의 효력을 계약 당사자 일방의 의사표시에 의해 원래부터 없었던 것으로 하는 것이다. 아파트 매매계약이 정당한 계약이라면 원칙적으로 해제할 수 없다. 하지만 매매계약이 체결된 이후에도 당사자인 매도자나 매수자는 이행기(중도금 지급)에 착수하기 전까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민법 제543조 참조). 계약 해제권은 형성권이다. 계약의 당사자가 일방적인 의사표시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즉, 매매계약의 당사자는 누구든 이행기에 착수하기 전까지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때 매도자가 계약의 해제를 선언한 때에는 다른 약정이 없었다면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해야 한다. 매수자도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당연히 다른 약정이 없었다면 계약금은 포기해야 한다(민법 제565조 참조).

또한 약정된 계약금 중 일부만 지급하고, 나머지 계약금을 지급하기 전에 계약을 해제하는 때에도 일부 계약금인 1000만원에 대한 배액을 상환받는 것이 아니다. 당초 계약서에 명시된 계약금 5000만원에 대한 배액을 상환받아야 한다. 왜냐하면, 해약금의 기준이 되는 것은 실제 받은 돈이 아니라, 원래 약정된 계약금으로 보기 때문이다(대법원 2014다231378 참조). 따라서 아파트 매매계약서에 계약금으로 5000만원이 명시된 경우, 2000만원을 돌려받고 계약을 해제해 주는 것은 아니다. 원래 매매계약서에 명시된 계약금 5000만원의 배액을 상환받아야 한다. 즉, 계약을 해제하려는 매도자는 매수자에게 1억원을 주고 계약을 해제해야 한다는 뜻이다. 계약해제권에는 약정해제권과 법정해제권이 있다. 우선 약정해제권은 계약에 의해서 발생하는 경우다. 반면 법정해제권은 이행지체 또는 채무불이행으로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주택 공급이 부족하거나 재개발이나 재건축 등의 호재가 생기는 지역은 가격 상승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경우에는 매도자 입장에서는 매매계약에 대해 해제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아파트 매매계약 시 계약금을 지급하고, 이후 중도금까지 지급했다면 전적으로 매수자가 유리하다. 중도금까지 지급된 후에는 당사자 일방이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대법원 99다62074 참조). 이때는 매수자가 손해배상을 받고 계약을 해제해 줄 수는 있다. 또는 그 요구를 거절하고 소유권등기를 이전받을 수도 있다. 다만, 당사자 간에 합의하거나 매수자가 잔금을 도저히 지급할 수 없을 때 해제할 수 있다(민법 제544조 참조). 이때 해약을 당하는 사람이 금전적인 손해를 입었을 경우에는 손해배상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즉, 당사자 간에 계약금의 포기 또는 그 배액을 상환하고, 중도금을 반환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손해배상까지 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참고로 매수자는 매도자의 매매계약 중도 해제 요구에 응답하지 않고 소유권을 넘겨받을 수도 있다. 이때 매도자가 소유권을 제삼자에게 이전하기 전에 소유권을 안전하게 넘겨받으려면 발 빠르게 제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선 매수자는 매매 잔금을 법원에 공탁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을 제삼자에게 이전하지 못하도록 처분금지가처분을 해놓는 것이 좋다. 그러고 나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을 통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면 된다.


부동산 매매, 당사자 계약이 원칙⋯배우자도 제한적

한편, 부동산 매매계약은 당사자 간에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매도자(소유자) 본인이 맞는지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불가피한 사정으로 당사자 간에 계약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특히 매도자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그를 대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만약 매도자의 배우자와 계약할 경우, 일상 가사 대리권에 의한 계약은 하지 말아야 한다.

배우자가 소유자의 의사에 반해 일방적으로 매매계약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그 계약은 무효가 될 수 있다. 물론 부부에게는 일상 가사에 관해 서로 대리권이 있다(민법 제827조 참조). 여기에 부부의 일방이 일상 가사에 관해 제삼자와 법률행위를 한 때에는 다른 일방은 이로 인한 채무에 대해 연대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민법 제832조 참조). 여기서 일상 가사는 부부의 공동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통상의 사무(식료품, 연료, 의복 구입 및 자녀의 양육·교육비 등)를 말한다. 하지만 부부라 해도 배우자 상대방의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또는 담보로 제공하는 행위는 일상 가사에 들어가지 않는다(대법원 2008다95861 참조).

따라서 일상 가사 대리권만 갖고 일상 가사의 범위를 벗어난 부동산 처분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부부 간이라 해도 대리권을 수여받고 매매계약을 해야 한다. 대리권에 의한 매매계약 행위의 법률효과는 본인(매도자)에게 귀속한다. 매도자의 배우자인 경우에도 대리권을 가지고 매매계약을 해야 한다. 이때 매도자의 인감증명서가 첨부된 위임장에 아파트 처분 행위에 관한 대리권 수여의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참고로 매수자는 매도자와 전화 통화에 의한 방법으로 다시 한번 처분 의사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특히 계약금을 비롯해 중도금, 잔금의 지급은 반드시 배우자 통장이 아닌 매도자(소유자) 명의의 통장으로 입금해 주어야 한다.

정철은 ‘부부유은(夫婦有恩)’이라고 했다. 부부는 일심동체이자 상호 존경의 대상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런 얘기가 무색할 정도로 자산관리에 있어서는 배우자의 법률적인 행위가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