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는 고객에게 맞는 신발 사이즈와 디자인 등을 추천하는 나이키 핏(Nike Fit)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 셔터스톡
나이키는 고객에게 맞는 신발 사이즈와 디자인 등을 추천하는 나이키 핏(Nike Fit)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 셔터스톡
최소영 IGM세계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한양대 교육공학 석사
최소영 IGM세계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한양대 교육공학 석사

디지털 시대, 자신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춤화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치는 한껏 높아져 있다. 기업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초개인화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초개인화는 단순히 개인의 인구통계학적 정보뿐 아니라 생활 패턴, 행동 양식, 현재 처한 상황과 맥락에 관한 정보까지 종합적으로 파악해 개개인에게 맞춤화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초개인화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바로 ‘데이터’다. 나이키는 2019년 유통 플랫폼 아마존에서 판매를 철수하기로 했다. 유통망을 거치지 않고 고객을 자사 몰로 유입시켜 직접 판매하는 D2C(Direct to Consumer)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D2C 전략은 유통 업체에 부담하는 수수료 절감 효과도 있지만 진정한 가치는 바로 고객과 직접적인 소통 채널로의 활용과 고객 구매량, 구매 주기·패턴 등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나이키를 비롯한 여러 기업은 자사 몰에서만 구매 가능한 독점 제품을 출시하거나 이벤트나 문화 체험을 제공해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확보한 데이터는 변화하는 고객의 구매 여정을 파악하고 원하는 바를 이해해 취향에 맞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데 활용한다.

데이터를 얼마나 제대로 수집하고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시대, 데이터 중심 업체로 거듭나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1│M&A 통한 데이터 기술 역량 확보

자체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역량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디지털 혁신을 거듭하고 있는 나이키는 데이터 기업을 적극적으로 인수해오고 있다. 2018년 데이터 분석회사인 조디악(Zodiac)의 기술을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나이키 앱 사용자의 데이터를 수집해 고객별 구매 패턴을 파악하고 구매 의사 결정을 예측하려는 목적이다. 예를 들어 6개월마다 러닝화를 교체하는 고객이 마지막 구매 후 1년 동안 구매하지 않는다면 고객 맞춤형 러닝화를 선제적으로 제안해주는 식이다.

또 나이키는 의료 기기를 제작하는 3차원(3D) 스캐닝 회사 인버텍스(Invertex)를 인수한 뒤 앱을 통해 나이키 핏(Nike Fit)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서비스는 고객이 카메라로 발을 촬영하면 사이즈를 측정해 각 나이키 신발 스타일에 맞는 사이즈를 추천해준 다. 그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 발에 더 잘 맞는 신발을 디자인할 수도 있다.

나이키는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 분석 기업 셀렉트(Celect)를 인수해 소비자 수요에 미리 대응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기도 하다. 예측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구매 패턴을 인식하고 소비자가 특정 스타일을 언제 어떻게 구매할지 예측해 이를 재고 관리에 적용한다.


에어비앤비는 2016년 데이터 유니버시티(Data University)를 설립해 400개 이상의 수준별 강의를 임직원에게 제공 중이다. 사진 블룸버그
에어비앤비는 2016년 데이터 유니버시티(Data University)를 설립해 400개 이상의 수준별 강의를 임직원에게 제공 중이다. 사진 블룸버그

2│데이터 기반 문화 구축

외부로부터 데이터 역량을 확보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있다. 미국 경제 잡지 포천 선정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2021년 설문조사(NewVantage Partners 실시)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92.2%가 데이터 중심 조직으로의 변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변화에 대한 저항, 이해 부족 등의 문화적 요인이라고 답했다. 전사 차원에서 데이터를 조직의 중요한 자산으로 인식하고, 데이터 수집·분석·활용 측면에서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하는 과제로 여기는 것이 중요하다.

글로벌 호스탈리피티 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비전을 선포한 야놀자의 엄태욱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플랫폼 시장은 앞으로 데이터를 활용하거나 데이터가 돼 버리거나 둘 중 하나”라며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야놀자만의 일하는 방식, Y-CODE를 만들어 ‘데이터가 모든 판단의 기준이다’라고 명시함으로써 ‘데이터 중심’을 구성원의 사고와 행동의 기준으로 제시한다.

또 데이터에 친숙한 문화를 위해 Y-CODE를 지속해서 내재화하는 활동을 추진 중이다. 온·오프라인 공간에서 Y-CODE를 꾸준히 노출하고 리더들을 대상으로 Y- CODE와 관련한 베스트 프랙티스를 공유하는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데이터 중심 문화는 구성원이 조직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에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매일의 크고 작은 업무에서 이에 기반한 의사 결정을 하는 데서 시작한다. 야놀자는 데이터 관련 업무를 정보기술(IT) 부서만의 것으로 국한하지 않고 여러 부서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빅데이터 접근 권한을 넓히고, 개발 조직뿐 아니라 기획·영업·마케팅 부서에서도 직접 쿼리를 짜고 대시보드를 만들어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3│전 직원의 데이터 리터러시 능력 확보

데이터 기반 조직에서 필요한 것은 데이터 그 자체가 아닌 통찰력이다. 데이터로부터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어떻게 탐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통해 비즈니스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조직 내 구성원 개개인이 데이터의 힘을 깨닫고 데이터와 친숙해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데이터 리터러시, 즉 데이터를 읽고 해석하는 능력 확보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리바이스는 디지털 기술 및 데이터 활용도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부서 구성원에게 AI 교육을 하고 있다. 올해 5월 전 세계 구성원 중 40여 명을 선발해 코딩과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포함한 자체 커리큘럼으로 AI 부트캠프를 진행했고, 관련 교육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AI 부트캠프 졸업생은 매주 회의를 통한 지원과 매달 한 번 사례 연구를 진행하며 사내 AI 전문가와 지속적인 멘토링의 기회를 얻는다. 

에어비앤비 역시 모든 직원이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는 신념하에 데이터 유니버시티(Data University)를 설립했다. 에어비앤비의 데이터 전문가들이 다양한 주제와 수준별 클래스를 진행한다. 2016년 설립 이래 400개 이상의 과정을 진행했으며 4000명 넘는 임직원 대다수가 하나 이상의 과정을 수강했다.

특히 에어비앤비는 현업 밀착형 교육을 위해 사업부 단위별로 부서의 상황과 맥락에서 쓰이는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교육인 데이터유인텐시브(Data U Intensive)를 진행하고 있다. 교육 참가 후 구성원의 80% 이상이 데이터를 업무에 활용하게 됐으며 데이터 업무 지원 요청이 50% 이상 감소했다고 한다.

진정한 데이터 중심 기업이 되는 길은 데이터가 비즈니스 전략, 시스템, 프로세스와 문화에 깊이 자리 잡는 것이다. 이 변화는 전 구성원의 사고방식과 행동 양식의 변화가 함께 수반돼야 하는 힘든 도전이자 긴 여정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