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 새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고발 사건이 급증했다. 2010년 공정위의 고발 사건은 연간 19건에 불과했는데, 2019년에는 82건으로 네 배 이상 증가했다. 공정위뿐만 아니라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벤처부)의 의무고발요청 사건도 최근 급격히 증가했다. 의무고발요청은 2017년까지는 연간 5건이 안 됐는데, 2020년에는 23건으로 늘었다. 공정위와 중기벤처부는 대기업 총수 등의 위법행위를 포함해 형사처벌에 있어서 매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검찰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공정위에서 고발한 하이트진로, 효성, LS, 대림, 금호 등에 대해 기업과 총수를 비롯해 고발된 개인을 모두 기소했다. 금호의 경우 총수를 구속기소 했다.
공정거래법의 집행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이 이뤄진다.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공정위는 제재 처분으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처분을 한다. 나아가 공정위의 행정규칙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의 위반 행위 고발에 관한 지침’에 따라 위반 행위가 중대한 경우에는 형사 고발을 한다.
공정위의 고발은 검찰 수사의 단서가 된다. 고발하면 검찰이 수사를 개시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 법원에 공소 제기를 한다. 검찰이 공소 제기를 하면 법원이 재판을 시작한다. 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위반 행위를 한 기업과 개인은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공정거래법상 벌칙 규정(제66조~68조)에는 거의 모든 위반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공정경쟁 질서를 무너뜨리고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외국과 비교해 우리나라에서 특히 형사처벌이 많은 이유는 과태료에 의한 금전적 제재나 시정명령만으로는 효과적인 규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즉, 광범위한 형벌처벌이 이뤄지는 이유는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자가 과징금을 납부하더라도 그것이 피해자의 손해를 회복하는 데 쓰이지 않고, 손해배상청구 등 민사상 구제 수단이 활성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 형벌권 행사를 통해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려는 동기도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형사처벌 과잉은 시장에 참가하는 기업의 자율성 위축, 사법 비용의 증가, 집행의 불균형 등을 일으킨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외국에선 예외적인 공정거래법 형사처벌
실제 역사적으로나 선진국의 사례에서 볼 때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은 매우 제한적이고 예외적이다. 미국도 1890년 최초로 입법된 셔먼법에서만 형사처벌을 규정했고, 이후 제정된 법에서는 형사처벌을 규정하지 않았다.
일본은 비교적 폭넓게 형사처벌을 규정했지만, 전속고발제를 통해 수사기관이 무분별하게 경제 활동에 개입하는 것을 차단했다. 미국 법이 일본에 계수되는 과정에서 전속고발제가 도입된 이유는 미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형사처벌을 광범위하게 규정하면서 대신 공정위가 적절히 판단해 이를 제한하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경제 활동과 관련한 위반 행위에 과도하게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그 집행을 위해 수사기관이 무리하게 개입하는 경우, 자율과 창의를 저해하여 경제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커, 이를 방지하기 위한 구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독일처럼 형사처벌을 규정하지 않거나 경성 카르텔과 같은 일부 위반 행위에 대해서만 형사처벌 하는 나라의 경우, 전속고발제를 도입할 필요가 없었다.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형사고발이 너무 적다는 의견도 있으나, 전속고발제를 도입한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우 형사고발 사건 수에서 엄청난 차이가 난다. 일본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총 4건을 고발했는데, 우리나라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575건을 고발했다.
공정거래 관련 형사처벌 축소 필요성
외국의 사례와 형벌의 최후수단성에 비춰 보면 부당한 공동행위 이외에는 형사처벌 조항을 대폭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형벌의 최후수단성이란 형벌은 기본권 제한의 형태와 수단에 있어 가장 강력한 것이어서, 국가 형벌권은 과잉 금지 및 비례의 원칙상, 사회생활상 본질적으로 중요한 법익의 보호를 위해서만, 그것도 다른 수단으로 효과가 없을 때 최후수단으로 사용돼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러한 원칙은 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받아들여져 왔다. 세종대왕은 “선왕들께서 형벌을 사용하신 까닭은 형벌이 없어지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셔서다(세종실록 6년 8월 21일)”라고 말해 형벌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범죄 없는 안전한 세상을 위해 형벌을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우리 공정거래법상 대부분의 위반 행위에 형벌이 규정돼 있다. 20대 국회에서 민병두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임기 만료로 폐기)은 경쟁 제한성 등에 대한 경제 분석을 통해 그 위반 행위 여부가 결정되는 행위 유형의 경우에는 형벌 부과 대상으로 적합하지 않은 측면이 있음을 고려했다.
이에 따라 기업결합 행위, 일부 불공정거래 행위(거래 거절, 차별 취급, 경쟁 사업자 배제, 구속 조건부 거래), 일부 사업자단체 금지 행위(사업자 수 제한, 사업자의 불공정거래 행위), 재판매 가격 유지 행위에 대해서는 형벌 규정을 폐지하도록 했다.
형사처벌을 하지 않더라도 시정조치·과징금 등으로 규제 효과를 거둘 수 있으므로 법집행의 효율성 및 형벌의 보충성 관점에서 타당한 개정안이다.
한편, 이익의 부당한 이전(사익편취 행위) 또는 소유와 지배의 괴리(상호출자, 순환출자 등), 지주회사 설립취지 저촉(지주회사 행위제한 위반) 등과 같은 항목에 대해 위 개정안은 여전히 형벌을 부과하는 것으로 하고 있으나, 형벌 부과는 최후 수단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행위에 대해서도 비범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부당한 공동 행위(담합)는 우리나라보다 형사처벌 범위가 좁은 선진 각국에서도 일반적으로 형사처벌을 한다. 담합의 경우는 증거 확보가 쉽지 않아 강제수사 필요성이 높은 점, 담합은 다른 행위 유형과 달리 사회적으로도 범죄 행위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형사처벌 조항을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사적 구제 수단 활성화 방안 마련해야
아울러 형사처벌을 축소하면서도 공정거래법의 엄정한 집행을 위해서는 위반 행위에 대해 민사적 집행 수단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공정거래 사건의 증가 추세를 고려할 때 경쟁 당국의 행정적, 형사적 수단만으로는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공적 집행으로 위반 행위자에 대한 징벌이 가능할 수는 있어도 피해자가 입은 손해가 직접적으로 회복되지는 않기 때문에 민사적 구제 수단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개정 공정거래법은 위반 행위자가 피해자에게 실제 손해의 세 배까지 배상책임을 부담하도록 했다. 또한 2021년 12월 30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공정거래법은 자료 제출명령제를 도입해, 손해배상소송에서 법원이 위반 행위자에게 손해의 증명, 손해액의 산정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명할 수 있도록 했다.
법무부는 2020년 9월 28일 집단소송제를 확대 도입하는 ‘집단소송법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인한 민사적 구제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이러한 민사적 구제 수단을 강화하고 활성화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다. 이와 함께 형사처벌의 축소도 적극적으로 논의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