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내 다양한 지식재산권의 보호방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타버스 내 다양한 지식재산권의 보호방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박성필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지식재산대학원 프로그램(MIP) 책임교수
박성필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지식재산대학원 프로그램(MIP) 책임교수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의 다양한 요소를 품은 새로운 세계다. 공상과학(SF)소설보다 더 풍부한 상상력을 요구한다는 이른바 사변적 소설을 쓰는 작가 닐 스티븐슨의 1992년 작품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 처음 등장했다. 말뜻은 우주를 초월한 세상(a world beyond the universe) 혹은 현실 세계(real world) 너머에 있는 가상세계(virtual world)다. 사용자의 분신인 아바타가 가상세계에서 다른 이들의 아바타와 소통하고 거래한다. 게임, 영화, 전시, 공연 등 여가활동 참여는 물론 현실 세계의 매매, 금융, 교육을 비롯한 대부분 활동을 가상세계에서 하고 그 결과를 현실 세계에 연결할 수 있다.

이러한 메타버스는 단순한 인터넷의 확장에 불과할까. 아니면 인간의 사회생활, 직장생활, 심지어 정치와 국제관계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소위 넥스트 빅 싱(next big thing)이 될까. 해외에서도 린든랩이 2003년 출시한 가상현실 게임 ‘세컨드 라이프’의 예를 들면서, 최근 메타버스를 한때의 반짝 유행으로 평가절하하는 의견들이 있다.

사실 세컨드 라이프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용자들은 자신들의 아바타로 가상공간의 사물, 장소와 상호작용하며 다른 아바타들과 만나고, 사귀고, 만들고, 가상의 물품과 서비스를 거래했다. 린든달러(L$)란 이름의 가상화폐가 그 세계에서 통용되었고 현실 세계의 화폐와 호환도 되었다. 이용자 아바타들은 그 세계의 거주자로 불렸다. 하지만 한때 100만 명을 넘겼던 이용자 수가 점차 줄어들면서 세컨드 라이프의 열기는 차츰 시들해졌다.

가상공간에서 발생한 계약, 범죄, 세금, 저작권 등 법적 이슈들을 현실에서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제법 있었는데, 대부분 초창기의 것들이다. 가속화연구재단이라는 미국의 미래연구 단체가 2007년 발표한 메타버스 로드맵은 메타버스 세계를 네가지 시나리오로 범주화했다. 세컨드 라이프나 마인크래프트는 가상세계, 구글어스나 GPS 기반 내비게이션은 현실 세계를 가상세계에 반영한 거울 세계(mirror world)다.

세 번째 유형인 라이프로깅(lifelogging)은 휴대용 장치로 일상의 경험을 추적하며 디지털로 기록하는 작업이다. 스마트폰 사용자로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에 문서, 사진, 영상을 올리는 사람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 뿐 이미 라이프로거다. 스마트폰 사진에 붙어있는 장소, 날짜, 시간 태그가 일상의 기록을 남기고, 인공지능(AI)은 저장된 사진들을 유형별로 분류해 준다.

AR(Augmented Reality⋅증강현실)은 가상의 정보나 가상의 물체를 현실 세계에 실시간으로 증강한 것이다. 포켓몬고 게임이 바로 AR를 활용한 것이다. 현실감이 대폭 강화된 VR(Virtual Reality⋅가상현실), AR 기술, 정확하고 빠른 연산처리능력을 가진 하드웨어, 5G(5세대) 네트워크의 데이터 전송 속도, 급격히 향상되는 AI 기반의 데이터 분석 품질은 메타버스가 멋진 신세계가 되리라는 기대를 하게 한다. 또한 이제 메타버스는 이용자의 창작 공간도 되는 점이 매우 현실적인 차별화 포인트다. 메타버스 내의 스튜디오나 실험실에서 창작된 디자인이 메타버스 내에서 또는 현실 세계에서 사용될 수 있다.


통합적인 이해 필요한 메타버스 내 지식재산권 이슈

메타버스를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해야 그 세계에서의 지식재산을 논할 수 있다. 메타버스 지식재산 이슈는 매우 복합적이다. 메타버스 내에서 AI가 한 발명과 창작, 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 토큰), 응용미술 저작물의 현실 세계와 메타버스 간 양방향 저작권 보호 등 자세히 논의할 이슈들이 가득하다. 메타버스는 여러 지식재산이 어우러진 꽃밭과 같다. 조만간 각각에 대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하기로 하고, 우선 메타버스 지식재산의 태생적 복합성을 생각해 보자.

다양한 지식재산의 중첩(overlap)을 토론하려고 수업에서 애용하는 질문이 구글 홈페이지 GUI(Graphical User Interface·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다. 이것을 어떤 지식재산으로 보호할 수 있는가. 홈페이지를 구현하는 소프트웨어 발명은 특허, 그 소스코드는 저작권으로 보호될 수 있다. 소프트웨어의 공개를 꺼린다면 영업비밀, 창작성 있는 GUI 부분은 (산업)디자인, GUI를 디자이너의 사상과 감정의 표현으로 볼 때는 저작권, 구글 로고는 상표, 홈페이지를 ‘보고 느끼는 바(look and feel)’는 미국 제도상 트레이드 드레스 보호가 가능하다. 메타버스는 최소한 구글의 단순한 홈페이지 GUI보다는 훨씬 많은 지식재산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

메타버스 운영체제(OS)와 그 안에서 구동되는 응용 프로그램들, 창작된 컴퓨터 프로그램들의 소스코드, 거기서 파생된 목적코드, 설치파일, 실행파일, 메타버스 운영사가 제공한 소프트웨어 개발키트(SDK·Software Development Kit) 등은 일련의 ‘지시·명령으로 표현된 창작물’로서 저작권으로 보호될 수 있다.

한편 메타버스 소프트웨어를 하드웨어 또는 저장 장치에 결합된 발명, 또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발명의 구현 방법으로 접근하면 특허법상 보호도 가능하다. 작년 특허법 개정으로 한 메타버스에서 다른 메타버스로 소프트웨어를 온라인 전송하는 행위도 특허권 침해로 다루어질 수 있다. 메타버스가 구현한 2차원, 3차원 세계의 GUI는 구글 홈페이지처럼 요건에 따라 소프트웨어 외에도 저작권, 디자인권, 트레이드 드레스 등으로 보호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도 디자인보호법 개정으로 물품성이 없는 ‘화상디자인’도 디자인권 보호가 가능하니 메타버스 맵과 각종 응용프로그램의 GUI, 아이콘 등에 대한 디자인 보호가 가능할 것이다.

우선 메타버스가 멋진 신세계인지는 모르지만, 지식재산 관점에서는 복잡한 신세계로는 볼 수 있겠다. 다만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우리 기업들이 메타버스 OS, 소프트웨어, 그 속에서 제공되는 게임과 콘텐츠 산업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려면 반드시 메타버스 지식재산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