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 영국 글래스고에서 10월 31일(이하 현지시각)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개막했다. 올해는 ① 파리기후변화협약이 본격 이행되는 원년으로, 197개 협약 가입국이 11월 12일까지 모여 기후 위기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세부적으로는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올해 지구 평균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1.09도 올랐다.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이 1도를 넘긴 건 올해가 처음이다.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 등 이상기후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난 것도 이와 관련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월 1일 총회 개막식에 참석해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라고 발표했다. 같은 날 개막식에 참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에 대한 사과 입장을 밝혔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총회에 불참했지만, 서면 인사말로 자국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선진국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더 행동해야 할 뿐 아니라 개발도상국이 더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책임을 선진국이 더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국이 기후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는 내고 있지만 탄소 배출 제로(0)를 달성하는 시점에 대한 합의는 여전히 진통을 겪고 있다. 당사국총회 하루 전인 10월 3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의장국인 이탈리아, 미국 등 세계 각국이 탄소 배출 제로 기한을 2050년으로 못 박자고 주장했지만, 탄소 배출 대국인 중국과 인도 등이 반대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중국은 2030년까지는 탄소 배출량의 최정점을 찍고, 2060년까지 ②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도는 탄소중립 시점을 2070년으로 잡았다.
왼쪽부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개막식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 로이터연합G20 로마 정상회의에 영상으로 참여해 연설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신화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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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개막식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 로이터연합
G20 로마 정상회의에 영상으로 참여해 연설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신화연합
왼쪽부터 앤드루 셩 홍콩대 아시아 글로벌연구소 연구원 유엔환경계획(UNEP) 금융자문위원회 위원샤오 겅 홍콩 국제금융 연구소 소장 홍콩 중문대 선전금융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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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셩 홍콩대 아시아 글로벌연구소 연구원 유엔환경계획(UNEP) 금융자문위원회 위원
샤오 겅 홍콩 국제금융 연구소 소장 홍콩 중문대 선전금융연구소 연구위원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 간 패권 경쟁이 기후 변화 대응이라는 글로벌 어젠다(의제)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대만해협에서 미국과 중국 간 무력 충돌 긴장감이 고조됐다. 대만해협에서의 무력 충돌 긴장감으로 야기된 갈등을 풀고 관계 개선에 나서기 위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올해 안에 온라인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이번 회담을 통해 미·중 패권 경쟁이 국제 사회의 기후 변화 대응의 장애물이 아니라는 걸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한편으로는 영국 글래스고에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10월 31일~11월 12일)가 진행 중이다. 이번 총회는 미국과 중국이 기후 변화 대응에 대한 의지를 보여줄 중요한 기회다. 지구 온난화의 위험이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1위, 미국은 세계 2위 탄소 배출국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신(新)냉전 구도를 만들었고, 양국은 군사력뿐 아니라 경제 성장에 대한 경쟁도 치열하다. 양국의 경제 성장에 대한 강한 집념은 기후 위기 대응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환경운동가 폴 길딩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제2차 세계대전 때와 같은 수준의 대규모 자원 동원과 극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극적인 인식 전환은 ‘성장에 대한 집착’을 ‘지속 가능성 윤리’로 대체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길딩은 “기하급수적 경제 성장이 영원할 거라 믿는 자는 미치광이일 것”이라는 영국의 경제학자 케네스 볼딩의 말을 인용해 성장에 대한 집착을 경계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패권 경쟁을 부추기는 부족주의(Tribal-ism)도 문제다. 가령 중국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 티베트, 홍콩과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의 우려 표명이 자국의 주권을 훼손하려는 시도라고 본다. 이 때문에 군비 경쟁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는 분명 서구를 향한 부족주의적 대응이다. 부족주의는 일반적으로 동질적인 전통과 조상, 언어, 문화, 종교 등을 가진 사람들이 집단을 추구하는 이념을 말한다.

부족주의는 패권 경쟁을 부추기는 걸 넘어서서 국가와 지역 수준의 논리적 협상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에이미 추아 예일대 로스쿨 교수는 ③ ‘정치적 부족주의’라는 자신의 책을 통해 부족주의로 인해 미국 정치에 균열이 생기고, 사회 양극화는 심화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긴급한 사회·정치 현안이 교착 상태에 빠진다고 봤다. 국제 사회 차원의 기후 행동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부족주의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회의장에 설치된 지구 모형. 사진 AFP연합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회의장에 설치된 지구 모형. 사진 AFP연합

부족주의를 이해하려면 우선 부족주의 확산 배경을 살펴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탈식민지화가 진행되면서, 1945년 100여 개였던 국가 수가 2020년 약 200개로 두 배 정도 늘었다. 같은 기간 세계 인구는 약 세 배 증가했다. 국가 수가 늘고 인구수도 늘었지만 부(富)의 독점은 갈수록 심해졌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26명이 전 세계 하위 소득 계층이 보유한 부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하면서 대중은 좌절했고, 동질성을 가진 집단끼리 뭉치는 정치적 부족주의가 부상했다. 그런데 부족주의는 자기 집단의 이익을 우선시한다는 특성 때문에 사회적 불평등을 더욱 키우는 데 일조했다.

부족주의는 국제 사회에서도 나타난다. 차별받는다고 느끼는 국가들끼리 서로 뭉치는 것이다. 가령 선진국은 탄소 배출을 신경 쓰지 않고 경제 성장을 이뤘으면서 뒤늦게 경제 개발에 나선 후발 주자들의 탄소 배출을 막으면 후발 주자인 국가들끼리 동질감을 느끼게 되고 이것이 국가 부족주의로 발전할 수도 있다. 즉, 선진국들이 기후 변화 대응에 대한 노력 역시 각국이 동등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해도 국가 부족주의 영향으로, 협력이 어려울 수 있다는 말이다. 지난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도 “불공평은 현시대의 결정적 문제”라며 “사실상 각국이 새로운 협약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정치적 결정에 대한 부족주의의 저항을 넘어설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제 사회에서 기후 변화라는 거대한 위기를 이겨내려면 부족주의는 지양돼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다른 부족주의를 내세워 다른 길을 가려고 고집하면 기후 위기 극복은 불가능하다. 이번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기후 위기를 극복할 중요한 기로다. 물론 그 협상 과정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중 패권 갈등을 방지하고 부족주의에 맞서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Tip

2016년 체결된 파리기후변화협약은 2020년 만료된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는 국제 사회 합의안이다. 2021년 1월부터 적용되고 있는 기후 변화 대응책을 담고 있다. 이 합의안은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여했던 교토의정서와 달리 197개 가입국 모두에 구속력이 있는 첫 협약이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은 산업화 이전인 1850년부터 1900년까지 50년간 지구 평균온도(13.5도)를 기준으로, 온도 상승을 2도 아래에서 억제하고, 온도 상승 폭이 1.5도를 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2도 억제 합의안은 최악의 기후 변화 시나리오를 막기 위한 조치다. 지구 평균온도가 2도 오르면 이산화탄소가 바다에 흡수돼 산소 부족으로 바다에 서식하는 생물이 폐사하고, 그린란드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 바다와 가까운 도시들이 물에 잠기게 된다.

탄소중립은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산림 등에 흡수시키고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 등으로 제거해서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이 제로가 되는 개념이다. 배출되는 탄소량과 흡수되는 탄소량을 같게 해 탄소 ‘순 배출량’이 ‘0’이 되게 해 ‘넷 제로(Net Zero)’라고도 부른다. 미국은 2050년까지, 중국은 2060년까지, 인도는 207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에이미 추아 예일대 로스쿨 교수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부족주의가 정치적인 현상에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지식인들의 예상과 희망을 뒤엎고 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었는지를 부족주의 관점에서 설명했다. 추아 교수는 미국 사회에서 인구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백인들의 부족주의를 트럼프 대통령이 불러일으켰다고 설명한다. 백인들이 불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백인들이 똘똘 뭉치게 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불평등이 있는 곳에 부족주의가 정치적으로 싹틀 수 있다고 봤다. 저자는 이를 정치적 부족주의라고 정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