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는 기업 문화를 바꾸는 주류 세대가 되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MZ 세대는 기업 문화를 바꾸는 주류 세대가 되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서울대 경영학 박사, 현 윤경ESG포럼공동대표, 현 정부 신남방정책 민간자문위원, 전 미국 하버드대 방문연구원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서울대 경영학 박사, 현 윤경ESG포럼공동대표, 현 정부 신남방정책 민간자문위원, 전 미국 하버드대 방문연구원

역사는 기득권과의 싸움이다. 기득권의 반대말은 기업가정신이고 혁신이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은 기득권을 지켜온 지시와 복종 중심의 관료제를 저물게 할 전망이다. 관료제는 정확성, 안정성, 엄격성, 신뢰성을 높이는 조직 형태로, 서구 대기업의 생산성 혁명과 20세기 풍요의 시대를 만든 일등 공신이었다. 그러나 법과 규정대로만 움직이는 관료제 조직은 경직적 위계에 갇혀 자율과 몰입, 창의성을 끌어내지 못했다.

특히 관료제는 빠른 변신이 필요했던 팬데믹 기간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관료화된 조직에서는 새로운 시도가 어려웠고, 상사의 지시 없이는 어떤 업무도 진행되지 못했다. 팬데믹은 업무 방식의 큰 변화를 불러왔다. 재택근무와 자율 출퇴근제가 일반화됐고, 많은 업무가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이는 지시 중심의 관료제 문화에서는 엄두도 못 내던 것이다. 이런 새로운 형태의 업무 방식이 도입된 결과 노동자의 업무 몰입도는 오히려 높아졌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전 세계 노동자의 업무 몰입도는 평균 22%를 기록했다. 이는 갤럽이 몰입도 조사를 한 이후 최고치다.

관료제 조직 문화는 이제 그 수명을 다하고 있는 듯하다. 한국 기업에 자율과 분권을 요구하는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 ~2010년생)가 주류로 등장하면서다. MZ 세대는 한국의 최고 프리미엄 세대다. 영국 토트넘에서 뛰고 있는 1992년생 손흥민을 보라. 이들은 높은 학력, 외모,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대학 진학률은 70%를 넘었다.

기업은 프리미엄 세대의 경쟁력을 수용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MZ 세대는 직장에 충성하지 않지만, 업무는 잘하고 싶어 한다. 베이비부머 세대(1955~64년생)와 X 세대(1965~80년생)는 MZ 세대의 과도한 자율이 개인주의와 일탈과 안일을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MZ 세대는 자율과 창의를 바탕으로 최고의 혁신과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1990년생 PD가 이끄는 유튜브 웹 예능 ‘문명특급’ 팀의 조직 문화를 살펴보자. 첫째, 직장인이 아니라 직업인으로 대한다. 돈이 아니라 개인 업(業)의 성취와 성장을 통해 직업적 성취감을 얻는 조직 문화를 만든다. 둘째, 가족 같은 소속감을 요구하지 않는다. 일은 개인 경험 관리다. 스스로 잘한다. 셋째, 팀을 위한 희생보다 팀원 개인의 성장을 도와준다. 넷째, 괜한 겸손은 멀리한다. 싫은 것은 싫다고 해야 다음에 더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 다섯째, ‘각자 PR’ 시대다. 각자 잘하는 것을 찾고 홍보해야 즐겁게 일할 수 있다.

이들은 직장보다 업의 본질을 생각했다. 장소에서 일하는 직장인이 아니라, 업을 수행하는 ‘직업인’이 되는 데 주력했다. 현재 문명특급 채널은 156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팬데믹 이전부터 관료제 조직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기득권층인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이 변화를 거부했다. 역사는 기득권과의 싸움이다. CEO들이여, 최고 집행자(executive)가 아니라, 자율(empowerment), 공감(empathy), 역량 발휘(enablement), 공정(equtiy)의 ‘휴머노크라시(humanocracy·사람 중심주의)’ 4E에 관심을 가져보기를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