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허브는 개발자가 코딩 과정에 AI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코파일럿(Copilot) 서비스를 출시했다. 사진 셔터스톡
깃허브는 개발자가 코딩 과정에 AI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코파일럿(Copilot) 서비스를 출시했다. 사진 셔터스톡
김광진 IGM세계경영연구원 기업가치혁신본부장 서강대 기계공학 석사, 전 네모파트너즈 수석컨설턴트
김광진 IGM세계경영연구원 기업가치혁신본부장 서강대 기계공학 석사, 전 네모파트너즈 수석컨설턴트

코딩 없이도 반복적이고 단순한 업무를 자동화하고, 업무용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드는 ‘코딩 없는 코딩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자 커뮤니티를 제공하는 깃허브(GitHub) 역시 개발자가 코딩 과정에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코파일럿(Copilot·부조종사)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미 냇 프리드먼 깃허브 최고경영자(CEO)는 “코딩의 미래는 노 코드(No Code)다”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非개발자 손에도 ‘잘 익은’ 코딩 플랫폼의 등장

어느 사무실이나 있는 사무실 슬리퍼. 서로 색부터 모양까지 완전히 같아 보이지만 사람들은 각각의 슬리퍼에 발을 넣는 순간 신기하게도 본인의 것을 바로 구분해 낸다. 신는 동안 신발에 남은 본인의 발 모양과 움직임 등에 길들었기 때문이다. 손에 잘 익은 도구란 그런 것이다.

최근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서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해봤다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보고서 작성과 데이터 관리 등에 사용하는 업무용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는 ‘리본 메뉴’라는 것이 있다. 유사한 기능이 묶여 있어 서너 번 클릭으로 각 기능을 바로 쓸 수 있다.

최근 몇 년 새 이런 기능은 더욱 강화됐다. 클라우드 서비스로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업무용 소프트웨어가 사용자의 사용 패턴을 익히고 적절한 순간 필요한 기능을 더 적은 클릭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기 때문이다. AI 알고리즘을 통해 사용자에 따라 더 적합한 형태로 재구성되는 셈이다. 자주 쓰는 메뉴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일정한 규칙으로 정형화하거나 더 적합한 방식으로 도식화하기도 한다. 이 밖에 디자인 제안, 전 세계 언어 번역 제공 등 사용자가 필요한 기능을 제때 제안하기도 한다. 마치 사무실 슬리퍼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이제는 더 나아가 비(非)개발자를 위한 업무용 앱 제작을 돕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다. 이 앱들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블록 쌓기, 드래그 앤드 드롭(Drag-and-drop·끌어서 놓기) 등의 형식을 도입해 처음부터 사용자 손에 잘 익은 도구를 내걸고 있다. 최소한의 코딩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로 코드(Low Code) 또는 전혀 코딩이 필요하지 않은 노 코드 플랫폼들이다.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은 가장 붐비는 공항 중 한 곳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기준으로 국제선 이용객만 전 세계 2위에 달했다. 히스로 공항 직원들은 전 세계인을 상대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그중에서도 기내 반입 가능한 수하물을 안내하는 일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전 세계 주요 언어로 준비된 종이 책자를 들고 이용자에게 맞춰 품목마다 짚어가며 안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언제 누구에게 질문을 받을지 알 수 없으니 큰 책자를 늘 휴대해야 했다. 또 반입 가능 물품이 바뀌는 날에는 새로운 책자를 대량으로 만들어내야 했다.

이를 본 한 히스로 공항 직원은 회사에 도입된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살펴보다가 코딩 없이 앱을 만들 수 있는 기능을 발견했다. 그는 이 앱을 사용해 일주일 만에 종이 책자를 앱으로 만들었다. 그의 이름은 사밋 사이니로, 당시 공항에 13년째 근무하고 있는 보안 담당자였다. 물론 사이니는 소프트웨어 개발과는 전혀 관계없는 직원이었다.

그가 만든 앱은 책자 인쇄에 들었던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줬다. 또 직원이 보다 효율적으로 업무 시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이런 성과는 자연스레 조직 안으로 전파됐고 각 부서는 적극적으로 앱 기획과 개발에 착수했다. 그 결과 현재까지 앱 30개가 개발됐고 7만5000장의 서류 작업을 없앴다. 데이터 입력 시간도 약 1000시간을 단축했다.

경제적 이점에 더불어 동료를 돕는다는 성취감도 조직에 문화로 자리 잡았다. 비슷한 사례도 많다. 필자가 속한 IGM세계경영연구원에서도 코로나19 이후 매일 반복해온 건강 이상 유무 확인 업무를 앱으로 대체해 꼬박 2시간씩 이 업무를 수행했던 직원의 근무 효율을 크게 개선한 적이 있다. 이 역시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컴퓨터 언어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사원이 단 일주일 만에 이룬 성과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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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주요 IT 기업도 푹 빠진 ‘노 코딩’

모바일 앱, 웹 페이지, 업무 프로세스 자동화, 영상 제작,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콘텐츠 제작 등 로 코드와 노 코드 플랫폼이 활약하는 영역이 점차 늘고 있다. 대형 기술 기업조차도 개발 인력 구하기가 어려운 지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배경에서 IT 시장조사기관 포레스터 리서치는 올해 전체 기업 소프트웨어의 75%가 로 코드 기반으로 구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관련 지출은 2022년까지 212억달러(약 2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SAP 등 다양한 IT 소프트웨어 기업이 로 코드와 노 코드 플랫폼 개발사들을 앞다퉈 인수하고 있다. 그들은 자사 솔루션에 이런 기능을 공개하고 지금은 최종 사용자들이 그 변화를 체감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피터 드러커는 “조직문화는 전략을 아침 식사로 먹어 치운다”라고 말했다. 이는 리더의 그 어떤 고민보다도 조직문화에 대한 생각이 앞서야 함을 뜻한다. 디지털 시대에 그 가치는 더욱 크다. 디지털 혁신의 완성은 기술 자체가 아닌 이를 활용하는 ‘사람’과 ‘문화’에 있다. 고객 접점에 있는 현업 실무자가 바로 만들어 고객 경험은 물론 직원 경험을 개선할 수 있는 로 코드와 노 코드 플랫폼. 전 직원이 디지털 코드로 무장하고, 모든 리더가 그 활용을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다.

김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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