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직원과 퇴사 협상 시 분쟁 감수도 전략의 일환이다. 사진 셔터스톡
문제 직원과 퇴사 협상 시 분쟁 감수도 전략의 일환이다. 사진 셔터스톡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서울대 법대, 사법연수원 28기, 미국 코넬대 로스쿨, 현 법무법인 율촌 노동팀장, 현 율촌 경영노동포럼 의장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서울대 법대, 사법연수원 28기, 미국 코넬대 로스쿨, 현 법무법인 율촌 노동팀장, 현 율촌 경영노동포럼 의장

A팀장이 법인카드를 사적 용도로 사용하고, 팀장 권한을 남용한다는 제보가 인사부에 접수됐다. 조사 결과 미심쩍은 법인카드 사용 내역이 나왔다.  갈등이 있던 몇몇 팀원에 대해 명확한 근거 없이 최하 등급을 줬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인사부는 사규 위반도 문제지만 팀장으로서 리더십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 A팀장 퇴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인사 조치 실행을 위한 후속 회의에서 사내 변호사는 A팀장 해고는 효력이 부인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개진한다. 기업은 A팀장에게 자진 사직을 권고하지만, A팀장은 완강히 거절한다. 기업은 일정한 위로금을 주더라도 A팀장을 퇴사시키기로 한다. 협상이 시작된다.

기업 인사운영 현실에서는 이처럼 문제 직원과 퇴사 협상이 자주 발생한다. 기업 관점에서 보면 까다로운 근로기준법상 해고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것이 배경이다. 위 가상 사례에서 기업이 A팀장과 효과적 퇴사 협상을 위해 중요하고도 간과하기 쉬운 몇 가지 사항을 짚어본다.


1│질문이 중요하다

협상을 시작하려면 기준점이 필요하므로, 기업이건 A팀장이건 퇴사 조건에 대해 먼저 제안해야 한다. 이때 첫 제안은 기업이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은 적극 A팀장 사직을 제안 내지 권고하는 입장이므로 첫 제안을 할 유인이 크다. 과거 유사 사례를 준거로 활용할 수도 있으니 적절한 첫 제안을 하는 데 A팀장보다 나은 입장이기도 하다.

이제 기업이 A팀장에게 3개월치 급여를 위로금으로 제안했고, 그 제안을 받은 A팀장은 여전히 재직을 희망하지만 10년치 급여를 위로금으로 일시 지급한다면 퇴사를 고려한다고 구두 답변했다고 해보자. 10년치 급여는 기업이 예상한 A팀장 제안의 최대치를 훌쩍 벗어난 것이다. 이 경우 기업은 A팀장 제안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기업은 두 번째 제안을 위한 정보 파악용 질문을 꼼꼼하게 챙겨서 제기해야 한다. 꼭 위로금이 아니라 관련 사항에 관한 질문도 무방하다. 예컨대 위로금 산정 기준은, 퇴사 희망 시기는, 만족스러운 위로금에 합의하면 퇴사한다는 의미인지, 합의 시 잘못을 자인하고 변상할 것인지, 그 답변을 이메일로 해줄 수 있는지 등이다.

이 상황에서 기업 질문은 여러 효용이 있다. A팀장에게 존중함을 보이고, 협상을 이어갈 수 있다. A팀장 제안 핵심은 적정 위로금이 지급된다면 퇴사 의사가 있다는 부분이다. 협상을 이어가면 어느 순간 A팀장 합의 퇴사는 기정사실화하고, 오로지 조건 문제로 바뀐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자문 경험상 질문 과정에서 문제 직원이 위로금 제안 수준을 스스로 하향하는 경우도 많다.

기업은 A팀장 제안을 A팀장의 현 분쟁을 보는 시각, 향후 협상 전개에 관한 정보 원천으로 보고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성급히 두 번째 제안을 하거나, A팀장을 악마화하면서 협상을 중단하고 강경 조치로 나아가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2│문제 직원 대리 전문가를 적극 활용한다

A팀장이 선임한 변호사로부터 내용증명이 도착한다. A팀장 대리인으로 선임됐다. 지금까지 협상이 다소 강압적이었으니 주의해 달라는 것이 본문 골자다. 말미에 향후 협상은 본인을 통해야 하며, 본인이 필요 시 협상과 비위 조사에 직접 참여할 것이며 곧 예정된 협상에 참석한다는 언급이 있다.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기업은 기본적으로 전문가(위 예에서는 변호사지만, 노무사일 수도 있다)가 A팀장 대리인으로 개입하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적극 활용해야 한다. A팀장 진의를 파악하고 객관적 합의 기준을 찾기에는 분쟁 직접 당사자가 아니면서 A팀장과 신뢰 관계인 전문가를 통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전문가를 통해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극단적 전개를 막을 수 있다. 기업이 협상과 조사 과정에서 전문가 참여를 막거나 직접 본인과 소통하면, 자칫 문제를 더 키우게 된다. 전문가를 선임한 것은 경우에 따라 분쟁도 불사한다는 의사를 알린 것이다. 기업의 비협조적 태도는 협상 중단, 징계 및 후속 분쟁 대립으로 이어지고 분쟁 시 불리한 정상으로 인정될 위험이 있다. 전문가를 배제한 소통은 곧바로 전문가에게 알려져 협상 진행상 어려움을 초래한다.

오히려 기업은 전문가 참여를 적극 허용하면서, 대신 협상과 조사 내용 비밀을 유지하도록 하고, 당분간 분쟁 아닌 협상에 무게를 두자는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좋다. 전문가에게 분쟁 시 A팀장이 불리한 판단을 받을 위험에 대한 기업 입장을 알리고 A팀장이 합리적 입장을 취하도록 유도해 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그간 자문 경험을 볼 때, 전문가는 유사 상황에 대한 경험 및 정보가 풍부하고 제삼자 입장에 있으므로, 기업 요구가 합리적이라면 원만한 협상 타결에 상당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3│조기 타결에 집착하지 않는다

기업은 3개월치 급여에서 6개월치로 위로금을 상향 제안한다. A팀장은 처음 10년치 급여 요구는 철회했지만, 최소 2년치 급여는 받겠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기업 협상팀 내에서 다양한 선택지가 제시된다. 협상을 중단하고 추가 조사를 해 중징계하자는 입장이 있는 반면, 신속한 종결을 시도해야 한다고 하면서, 1년치 급여로 최종 협상하거나, 심지어 2년치 급여 지급에 합의하고 종결하자는 입장이 있다. 기업은 어떤 방안을 선택해야 하는가.

당연히 사안에 따라 답은 다르다. 그러나 원칙은 있다. 기업은 조기 협상 타협의 효용을 과대평가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조기 타결에 이르기 전에 분쟁을 포함한 모든 대안을 검토하고, 필요하다면 분쟁도 선택할 수 있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문제 직원과 퇴사 협상이 성사되는 것, 특히 단기간에 합의에 이르는 것은 기업에 매우 중요하다. 특히 협상에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였다면, 조기 타결 유혹은 매우 강하다. 그러나 사내 협상은 아무리 노력해도 비밀 유지가 어렵다. A팀장에게 과도하게 우호적인 협상 내용이 사내에 알려지면 동료 직원 사기 저하, 신상필벌 원칙 포기로 인한 후유증, 부정적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원래 퇴사 협상에는 당사자들이 합리적 최종안을 도출할 때까지 공감대 형성을 위한 정보 교환, 기존 입장 변화에 필요한 절대 시간이 있다. 지금 A팀장과 기업은 그 공감대 형성 과정에 있는지 모른다. 그런 가능성을 무시하고 너무 당장의 합의에 얽매이면 최종 협상 결과의 질이 낮아진다.

이 점을 고려하면, 기업은 6개월치 급여에 해당하는 위로금을 고수하거나 다른 조건 (퇴사일을 조정하거나, 겸업 금지 약정상 제한을 해제하는 등)에서 양보하는 방안을 최후 제안하고 거부 시 추가 조사 후 징계를 실행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함이 적절할 것이다. 물론 이 경우 A팀장은 기업에 맞서 노동위원회 구제 신청, 법원 소송 같은 분쟁을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분쟁은 때로 인사 운영 원칙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하다. 또 당장 협상은 결렬되더라도 큰 그림에서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조사 절차에서 추가 비위가 밝혀져 A팀장이 입장을 바꾸거나,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화해, 조정 노력을 통해 협상이 타결되는 경우가 많다. 분쟁 감수도 협상 전략의 일환이고, 문제 직원에 대한 기업의 단호한 의사 표현, 입장 변화 촉구라는 시각이 필요하다.


▒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서울대 법대, 사법연수원 28기, 미국 코넬대 로스쿨, 현 법무법인 율촌 노동팀장, 현 율촌 경영노동포럼 의장

조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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