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

중국의 요소수 수출 제한이 국내 물류·운송·건설·정유·농업을 멈추게 할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요소수 대란은 공급망 쇼크를 보여주는 한 사례일 뿐이다. 반도체 부족까지 겪고 있는 현대자동차 등 자동차 기업들은 부품 수급 불안에 한 달 단위로 짜던 계획을 매주 짜는 것으로 바꿨고, 삼성전자는 앞선 3분기 실적발표에서 “부품 수급 이슈 등 불확실성이 높아져 내년은 물론 4분기 투자에 대해서도 미리 얘기를 꺼내기 힘들다”고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집계한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계속 하락세다. 공급망 대란에 기업들의 고민이 커졌다는 증거다. 공급망 쇼크는 글로벌 현상이다. 미국 빅테크 애플과 아마존은 지난 3분기 공급망 차질과 노동력 부족 탓에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발표했다. 이케아는 지난 10월 2억5000만유로(약 3000억원)를 투자해 선박이 아닌 기차로 원자재와 제품을 운송하기로 했다. 중국을 기반으로 한 해상 물류가 원활치 않자, 기차를 이용해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제품을 운송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항에서 컨테이너가 선적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에 주 7일 24시간 작업을 지시했다. 사진 블룸버그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항에서 컨테이너가 선적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에 주 7일 24시간 작업을 지시했다. 사진 블룸버그
마이클 스펜스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전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학장
마이클 스펜스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전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학장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세계 경제 회복을 방해하고 있다. 반도체나 원자재 같은 중간재부터 최종재까지 배송이 지연되거나, 공급이 부족한 현상이 나타난다. 마치 전쟁이 벌어질 때 경제 상황과 비슷하다. 여러모로 이상한 상황으로, 모두가 공급망 혼란에 상당히 놀라고 있다.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경제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전문가들도 ‘공급이 경제 성장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란 경고를 하지 않았다. 다만 일부 유명한 거시경제학자들은 파격적인 통화 완화 정책과 쌓인 가계 저축, 억눌렸던 수요, 대규모 재정지출이 ① 인플레이션 위험을 크게 증가시켰다고만 경고했었다. 이들은 유동성과 자산시장 거품으로 급증한 수요가 공급을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불균형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지만, 많은 이가 이번 인플레이션이나 공급망 문제가 ‘일시적’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글로벌 공급망 참여자들은 공급 부족과 적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2022년, 혹은 그 이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② 세계 경제가 오랫동안 공급망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다. 전문가들은 상품 및 서비스 수요가 급증해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에서 회복할 즈음 경제가 고성장할 것이라고 봤는데, 실제 수요는 팬데믹이 한창 진행될 때 예측한 것보다 훨씬 많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공급 측면에서 두 가지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해봐야 한다. 팬데믹발(發) 공급망 정체가 해결된 후에도 공급 제약 문제가 있을까. 글로벌 공급망 구성과 기능 중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있을까.

일각에서는 팬데믹이 공급망에 반영구적인 변화를 일으켰다고 주장할 수 있다. ③ 미국 정부는 국민이 이전과 같은 일상생활을 하게끔 지원하고 있지만, 다수 노동자가 노동시장에서 이탈하거나, 재진입하지 않고 있다. 팬데믹 기간 스트레스가 과도하게 쌓였거나, 위험한 환경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이 그럴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일하면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은 의료진, 수개월 동안 선박 밖으로 나오지 못했던 화물 노동자 등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노동자들은 아마 더 나은 보상이나 근로 환경 변화를 요구할 것이다.

또 많은 이가 팬데믹 기간 원격 근무를 경험한 뒤, 재택근무를 희망하기도 한다. 늘어난 노동자들의 요구와 근무 방식 변화는 장기적으로 공급 측면을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지만 노동 공급 문제는 전체 글로벌 공급망 문제의 일부일 뿐이다. 앞서 수요 급증을 예상했었는데, 글로벌 공급망은 왜 무방비 상태였을까.

한 가지 이유는 억눌린 수요가 팬데믹이 종식되기도 전에 폭발했기 때문이다. 수요 증가로 나타난 팬데믹발 혼란은 주요 항구 및 제조시설에 계속해서 영향을 미쳤고, 공급 대응을 약화시켰다.

또 다른 이유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시장이 수용할 수 있는 능력 이상으로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수용 능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투자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문제는 글로벌 공급망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복잡하게 분산돼 있다는 점이다. 탈중앙화 네트워크는 정상적인 환경에서 효과적이지만 거대한 충격이 닥치거나, 작은 변화가 있을 때 대처하기 어렵다.

글로벌 공급망은 기상예보와 비교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날씨는 다양한 기상 요소들이 매우 복잡하게 연결된 시스템이다. 다만 바람, 대기, 해수면 온도, 구름 형성 등의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기술이 정교해지면서 그동안 기상예보의 정확도가 높아졌다.

글로벌 공급망도 날씨처럼 복잡하다. 수요 증가 같은 큰 흐름을 예상할 수는 있지만, 이런 추세가 공급망의 어떤 요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이 없다. 어느 지점에서 새로운 ④ 병목 현상이 발생할지 알 방법이 없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시장에 대한 예측을 구체적으로 하지 않는다면 적절한 때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시장은 기본적으로 근시안적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때야 알아차릴 수 있다. 여유가 많지 않아 정상적인 흐름에서 벗어나면 오늘날처럼 지연, 부족, 병목 현상 등이 벌어지기도 한다.

결론은 분명하다. 공급망 충격에 대응하는 법을 포함해 글로벌 공급망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진화된 모델을 찾아야 한다. 또 예측 결과는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각자의 상황에 적용할 수 있도록 공개돼야 한다. 특히 인공지능(AI) 같은 고도화된 기술은 공급망 문제 해결에 자연스럽게 활용되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공급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공유하는 국가들의 협력 또한 필요하다. 정확한 기상예보로 대책을 세워 허리케인, 쓰나미로 인한 피해를 줄이듯 공급망 문제 해결책도 이와 다르지 않다.

ⓒ프로젝트신디케이트


Tip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월 11일 발표된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6.2% 상승해 3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공급망 붕괴와 에너지 가격 상승세에 CPI가 6개월 연속 5%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전날 발표된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년 동월 대비 8.6% 상승했다. 노동부가 통계를 산출하기 시작한 2010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재계, 학계, 금융업계 경제 전문가 67명을 대상으로 지난 10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45%가 내년 하반기에야 공급망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봤다. 올해 안에 공급망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보는 답변은 3.3%에 그쳤다. 응답자의 절반은 향후 12∼18개월간 경제 성장에 가장 위협이 되는 요소로 공급망 병목 문제를 꼽았다. 마이클 모런 다이와캐피털 아메리카 수석경제학자는 “공급망 병목 현상, 노동력 부족, 완화적 통화·재정 정책이 어우러진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이라고 진단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위협 요인을 반영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6.0%에서 5.9%로 내렸다.

미국에서는 수백만 명이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기회를 찾는 ‘대퇴직(Great Resignation·줄사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8월에만 전체 노동력의 3%인 430만 명이 직장을 그만뒀다. 기업들은 구인난에 임금을 높여서라도 노동자들의 이탈을 막고 있다. 미국의 올해 3분기 임금상승률은 4.2%로 1990년 이후 가장 가팔랐다.

특정 시스템을 집중적으로 사용해 전체 시스템이 마비되는 현상. 최근 공급망 병목현상은 물류 수요 증가로 항구가 정체돼  배송시간이 느려지고 해상운임이 급등하거나,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가격이 폭등하는 현상을 뜻한다.

/ 정리 : 안소영 기자, 김혜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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