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입회장에 설치된 TV 스크린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테이퍼링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이 비치고 있다. 사진 AP연합
11월 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입회장에 설치된 TV 스크린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테이퍼링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이 비치고 있다. 사진 AP연합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11월 말부터 자산매입을 축소하는 테이퍼링 개시를 결정한 지 이제 보름 정도 지났다. 지금까지는 2013년처럼 신흥국을 중심으로 외환 및 금융 시장이 급변하는 긴축발작(taper tantrum) 현상은 발생하지 않고 오히려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 다행스럽다.

이는 아마도 올해 안에 테이퍼링을 시작할 수 있다는 연준의 수차례에 걸친 언급 때문에 시장에서도 이미 확정적인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연준의 테이퍼링 개시 결정이 리스크를 확대하기보다는 오히려 그동안의 불확실성을 해소해 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내년 말에야 물가 수준과 노동시장 상황 등과 같은 금리 인상 조건이 갖춰질 것이라는 리처드 클라리다(Richard Clarida) 연준 부의장의 발언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을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비록 미국의 통화정책이 큰 변곡점을 맞이하긴 했지만, 단기적으로는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긴축발작이 있었던 2013년 당시와 비교해 보면 지금은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는 등 경기 여건도 훨씬 양호한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좀 더 낙관적인 기대도 가능해 보인다.

당장 미국 경제만 보더라도 그렇다. 2013년 긴축발작 당시에는 위기의 실마리가 됐던 미국 부동산 시장의 회복세가 막 시작된 시기였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마이너스로 전환되는 등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커녕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속 경기 침체) 우려가 훨씬 큰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부동산 경기가 전고점을 돌파했을 뿐 아니라 경기 전반에 걸쳐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 물가도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병목 현상, 보복 소비 증가 등의 영향에 따른 상승 압력이 훨씬 크다.

중국 경제 역시 마찬가지다. 2013년 당시에는 중성장 국면으로 전환되는 와중에 과잉 투자와 부채 문제로 디플레이션 우려마저 확대되던 시기였다. 그러나 지금의 중국 경제는 그때와는 다르다. 헝다(恒大)그룹발 리스크 확대, 전력 수급 문제 해결 지연, 미·중 갈등 심화 등에 따르는 경기 침체 우려는 늘 따라다니는 것이지만, 앞으로도 여전히 5%대의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통화정책 전환에 앞서 선제적인 긴축에 나선 것 역시 과거와는 크게 달라진 점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이긴 마찬가지다. 2013년 당시에는 경기 하방 압력이 높았던 시기로 기준금리 하락세가 이어지는 등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경기 방어가 더 큰 과제였다. 지금은 경기 회복 국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 등 선제적인 통화정책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시기다. 더군다나 수출은 과거 최고 수준을 매월 경신하다시피 하고,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올해 사상 최고치에 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지금으로서는 국내 외환 또는 금융 시장에 큰 혼란이 야기될 가능성은 매우 작아 보인다.

다만, 걱정은 위드코로나(With Corona⋅단계적 일상 회복)로 전환된 국내 경제의 거시 안정성이 얼마만큼 잘 관리되고 유지될 것인가다. 대외적인 여건이 아무리 좋아도 국내 경제 펀더멘털(기초)이 약화하면 아주 사소한 것도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고, 그것이 결국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불러올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2013년 긴축발작 당시와 현재 여건이 다르게 보일지라도 위기관리 측면에서는 크게 다를 바 없는 상황으로 판단하고 대처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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