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인공지능 시대에는 인공지능 발명을 포함한 다양한 특허, 저작권 문제 등 기존 법체계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미래의 인공지능 시대에는 인공지능 발명을 포함한 다양한 특허, 저작권 문제 등 기존 법체계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박성필 KAIST 문술미래 전략대학원 교수 지식재산대학원 프로그램(MIP) 책임교수
박성필 KAIST 문술미래 전략대학원 교수 지식재산대학원 프로그램(MIP) 책임교수

인공지능(AI)이 발명하는 시대다. 최근 AI 다버스(DABUS)의 발명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16개국에 특허로 출원됐다. 법률상 자연인만을 발명의 주체로 여겼던 전통적 특허 제도에 대한 도전이다. 다버스의 발명은 두 가지다. 하나는 프랙털 구조로 설계된 음식·음료 용기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신경동작 패턴을 모방해 주의를 잘 끄는 램프 장치와 그 방법이다. 다버스의 발명자는 AI 전문가인 스티븐 탈러 박사다. 인간에게 아무런 도움을 받지 않았는데도 다버스가 자율적으로 두 개의 발명을 완성했다고 한다. 다버스라는 이름도 ‘통합 감각의 자율 부트스트래핑 장치(Device for the Autonomous Boot-strapping of Unified Sentience)’라는 긴 표현을 줄여 만든 것이다. 다버스라는 이름은 발명자가 작명한 것이기 때문에 사전적인 발음은 없고, 편의에 따라 다부스, 대버스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발음하고 있다.

과연 세계 최초로 AI가 개발했다는 기술이 신규성, 진보성을 포함한 실체적 특허 요건을 충족할 수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러나 그 이전에 자연인이 아닌 AI의 발명을 특허로 인정할 수 있을지 근본적인 문제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등 특허청은 각국의 특허법 해석상 자연인만이 발명자 적격성이 있다는 이유로 특허 등록을 거절했고, 출원인 측은 이에 불복하여 여러 곳에서 소송을 진행 중이다.

반대로 다버스를 발명자로 인정하는 사례들도 나오고 있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는 특허협력조약(PCT)에 근거한 국제출원에서 다버스를 발명자로 받아들였다. 공개된 PCT 특허문헌의 발명자란에 다버스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고 “이 발명은 AI에 의해 자동으로 생성된 것”이라 적혀 있다. 물론 여러 나라와 WIPO를 통해 출원 작업을 하고 있는 주체는 AI 자신이 아니고 탈러 박사와 그 대리인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올해 7월 다버스 발명을 세계 최초로 특허 등록했다. 특허 요건에 대한 실체 심사 없이 형식적 심사만으로 등록해 주는 이 나라의 독특한 특허제도 덕분이다. AI의 발명자 적격성에 대한 검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7월 30일 호주 연방법원은 AI가 발명자가 될 수 있음을 직접적으로 인정했다. 이 문제가 사법부의 판단을 받은 최초 사례다. 판결서 분량은 41쪽이나 되는데, 창조되고 창조하는 존재인 ‘인간이 창조한 AI는 왜 창조할 수 없겠는가?’ 하는 도전적인 질문으로 분석을 시작한다. 법원은 ‘발명자(inventor)’라는 단어는 어떤 행위를 하는 사람이나 사물을 나타내는 행위자명사(agent noun)이며, 컴퓨터(computer), distributor(배전기), 식기세척기(dish-washer) 같은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접미사 ‘er’이나 ‘or’은 앞의 동사가 지칭하는 행위를 하는 사람 또는 사물을 가리키는 것이므로 발명자도 인간에 국한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한 호주 특허법이나 특허협력조약에서 명시적으로 인간을 발명자로 요구하고 있지 않다는 점 등 다양한 분석을 통해 비인간(non-human) 발명자도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호주 연방법원의 구체적인 AI 발명자 인정 근거에 대해서는 많은 논쟁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원이 스스로 말한 것처럼 이것이 고심이 필요한 주제인 것이 분명하고, 그러한 고심의 결과 제시한 최초의 판례이므로 앞으로 여러 나라 특허청, 법원이 참조할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다양한 AI 출현 가능성에 법 제도 준비해야

현재까지 AI는 이른바 ‘좁은 인공지능(ANI·Artificial Narrow Intelligence)’이다. 대단한 능력을 가졌어도 펜이나 망치처럼 인간의 도구나 장비 역할을 한다. 발명자들이 활용하는 AI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기술 발전이 어느 시점에 이르면 인간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갖춘 ‘일반 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언젠가는 인간을 훨씬 능가하는 지적 수준의 ‘초인공지능(ASI·Artificial Super Intelligence)’도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버스 발명의 특허 출원 사례는 인간만이 한다고 생각했던 ‘발명’이라는 지적 활동, 우리 특허법상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을 기계가 해냈다는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내포하고 있다. 앞으로는 점차 더 정교한 발명들이 AI에 의해 이뤄질 것이고, AI가 더 이상 인간의 도구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와는 정반대로 인간 기술자가 AI 발명가의 보조적 역할만 하거나 인간의 역할이 아예 사라지는 것 아닌가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의 슈퍼컴퓨터 서밋(Summit)은 2019년 당시 122.3 페타플롭스(Peta-Flops)의 성능을 가진 세계 최고 슈퍼컴퓨터였다. 페타플롭스는 1초에 1000조 번 연산처리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서밋이 1만 년 걸려야 할 수 있는 일을 200초 만에 끝내버린 기계가 등장했다. 구글의 양자(quantum) 프로세서 시카모어(Sycamore)가 2019년 그런 일을 해냈고, 77명이 참여한 연구 결과가 ‘네이처’에 게재됐다. 어쩌면 초인공지능 시대도 아주 먼 미래가 아닐 수 있다.

본격적인 AI 시대에 지식재산 분야만 하더라도 AI의 발명 외에도 AI의 지식재산 소유권 문제 등 기존 법체계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다버스의 발명과 특허 출원 사례는 이제 출발에 불과하다. 도전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인간의 창작 능력 때문에 역설적으로 AI의 수준이 계속 높아지고 인간의 역할이 갈수록 큰 도전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어느 경우이든 지식재산 법과 제도, 나아가 모든 법과 제도는 궁극적으로 인간을 위한 것이고, AI나 기계를 위한 것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호주연방법원도 이번 판결의 마지막 부분에서 AI를 발명자로 인정하는 것이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특허법 취지에는 맞지만, 출원인이나 특허권자로는 인정 할 수 없다고 했다. 본격적인 AI 시대에 대비하여, 발명과 창작을 인간만 할 수 있다는 전제로 설계되고 운영되어 왔던 시스템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필요한 내용을 보완하는 것이 인간을 위한 법과 제도를 유지하는 길이다.